당신들은 왜 인지증 환자의 곁에 있나요?

마틴 루서 킹 2세의 문체, 로 쓰다

by 고재욱

무지한 자들이

병들었을 뿐인 인지증 환자를 어리석고 무지한 사람으로 만들었을 때,

인지증 환자이면서 인지증 환자를 돕는 할아버지의 손길이 마음으로 전해질 때,

가정에서 십수 일을 씻지 못했다는 할머니의 굳은 각질이 벗겨질 때,

어떻게 생긴 것인지 알 수 없는 멍 자국이 새로 입소한 노인의 몸에서 발견될 때,

집에서는 폭력적이었다는 할머니가 우리의 아침 출근길에 아기의 미소로 웃어주었을 때,

왜 죽지 않느냐고 묻던 노인의 울음이 우리 어깨에 기대서 잦아들 때,

주먹만 한 구멍을 만든 욕창의 고통에도 몇 개 남지 않은 이를 드러내며 우리를 토닥이는 할머니 손의 온기가 느껴질 때,


며칠을 묵혀둔 것인지 모를 납작해진 빵 하나를 이불속에서 꺼내 굳이 입에 넣어 주던 할아버지의 가지런한 틀니 때문에, 요양원에 지내며 한 번도 찾아오지 않는 자식 자랑 중인 할머니의 젖은 눈 때문에,


노인은 귀찮고 쓸데없는 사람이라고 스스로는 늙지 않겠다는 젊은이의 무의미한 다짐을 들었을 때,

우리를 앞서 살아온 시간에 대한 존경 없이 반말과 고성에 고개 숙이는 인지증 환자를 보았을 때,

설날 출근한 요양 보호사가 남편과 싸우고 나왔다는 말을 했을 때,

인지증 환자에게 가슴을 물린 여성 직원이 자신이 비용을 내고 치료받았다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을 때,

인지증 환자들을 보며 우리 미래의 모습이라 말하던 퇴직 직원의 담담한 얼굴을 마주했을 때,

먼 산 그림자 같은 노인들의 기억을 담은 내 글에 응원의 댓글이 적힐 때,

어느 날 불쑥 독자로서 당신의 글을 사랑한다는 편지를 받았을 때,

여러분이 노인이 되어 외로움과 고독을 넘어 두려움을 느끼게 될 때,


그때 여러분은 왜 우리가 인지증 환자의 곁을 지키는지 알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