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가 요양원을 떠날 때

나는 고개를 숙였다

by 고재욱

올해 아홉 명의 어르신이 돌아가셨다. 마지막 이별은 삼일 전이었다. 자주 마주하는 죽음이지만 매번 익숙하지 않고 늘 낯설기만 하다. 잠깐 전까지 숨을 쉬던 사람의 호흡이 멈추고 검은 눈동자에 담겼던 빛이 사라지는 일은, 맥박이 느껴지지 않는 마른 팔에 혈압계 패드를 두르고 화면에 표시되는 에러 문자를 확인하는 일은, 미처 감지 못한 어르신의 두 눈을 감겨드리는 일은, 요양원에 걸어서 입소한 노인이 들것에 실려 요양원을 떠나는 일은 아무리 많이 본다고 해도 익숙해질 수가 없다.


급하게 달려온 보호자들이 눈물을 흘렸다. 보호자들은 큰소리로 울지 않았다. 다른 어르신들을 생각해서다. 연세가 많으면 죽음에 담담할 거라는 생각은 타인의 생각일 뿐이다. 요양원에서는 할 수 있는 한 어르신들께 동거인의 죽음을 숨기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진작에 차가워진 요양원의 공기에 몇몇 노인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임종이 예견되는 분은 병원으로 모실 것 같지만 그러지 않는 경우가 있다. 병원에서 특별히 해줄 게 없는 경우가 많고 가족들이 어르신의 병원 진료를 반대하기 때문인데 보호자는 수년간의 요양원 생활에 이미 많은 경비를 지출한 터였다. 국가에서 80%의 비용을 지원하고 있다지만 개인이 부담하는 요양비는 매달 백여만 원에 달한다. 처방약과 가끔 어르신의 상태가 악화되어 추가 발생하는 입원비는 별도의 지출이다. 부모가 아픈데 돈타령이냐고 따질 수도 있겠다. 참 어려운 일이다. 누군가 그러더라. '부모가 아프면 머리가 아프고 자식이 아프면 가슴이 아프다고'

보호자의 울음에 설움이 느껴졌다. 목놓아 울기라도 하면 그 섦이 덜했을까. 끝내 곡소리를 숨긴 보호자가 죄인처럼 고개를 숙였다.


어르신과 함께 했던 봄, 여름과 가을, 겨울을 떠올렸다. 걸었던 분이 일어서지 못했고 바닥에서 지내다가 침대에 눕게 된 후에는 스스로 식사도 할 수 없었다. 왼쪽 팔만 움직이던 어르신의 손바닥 온기가 생각났다.

마지막으로 어르신 기저귀를 확인했다. 깨끗한 옷을 입혀드리고 손을 잡았다. 어르신의 몸에 온기가 사라지고 있었다.

요양원에서 노인이 사망하면 경찰관과 국과수 직원이 나와서 사건 경위를 조사한다. 최초 발견자, 신고자의 신상정보를 적고 노인의 병명 정도를 파악한다. 보호자에게 노인의 죽음에 다른 의견이 없음을 확인하고 난 후 드디어 노인은 요양원을 떠날 수 있게 된다.


어르신은 흰 천에 덮여 들것에 실렸다. 나는 고개를 숙였다. 죄인처럼.

피곤하다고, 바쁘다고, 귀찮다고, 어르신을 자주 들여다보지 않은 두 발이 보였다. 나는 발등을 한참 노려봤다.

어르신을 실은 운구차는 벌써 사라지고 없었다.




[빈 침대]


은색 창틀에 갇힌 산
그림자 몰래,
앙상한 나무 슬그머니
마른 잎 하나 남기고 사라진다

하얀 침대 위 마른 낙엽
퍼덕거린다
가벼워진다

투명한 가죽,
여린 뼈마저도
바스라 질 때

노구의 그리움은 허공 속으로
떠오르고
텅 빈 침대만 남았다

창 밖에 나무 하나,
그제야 긴 여행을 시작한다
빈 침대 위로,
바람이 거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