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마지막이 찾아올 때 기쁘게 떠날 수 있도록
후회 없이
내 삶의 마지막 시간을 알고 있다면, 하루하루 두려움에 떨며 그 시간을 기다리게 될까?
아마도 그렇지는 않을 것 같다.
오히려 지나는 하루의 시간들이 너무 아까워서 허투루 보내지 않기 위해 더 노력하며 살지 않을까?
삶의 마지막 시간은 반드시 온다. 누구에게나.
요양원에 계시다가 얼마 전 돌아가신 분이 떠올랐다.
그는 최고위급 공무원을 지내다 정년퇴직을 하고
남은 생을 자연 속에서 보내기 위해 전원주택을 지었다고 했다.
보호자인 부인에 의하면 할아버지는 평생을 하루 5시간 이상 자본 적이 없다고 했다.
일 밖에 모르던 사람, 매우 고지식해서 원칙에 어긋나는 일은 쳐다보지도 않았던 분이라고 했다.
그는 지독한 공부 벌레였고 3개 국어를 구사한다고 할머니는 덧붙였다.
바람이 어디로 갈지 모르듯이 삶의 길도 그렇다
그는 강원도 원주의 산자락 아래에 그림 같은 집을 완성했고 너른 정원에 각종의 꽃씨를 뿌렸다. 붉은 열매가 열릴 보리수 모종과 아내가 좋아하는 사과나무를 심었고 크고 투명한 거실 창에 가득 담길 벚꽃 나무는 그의 자랑이었다.
봄이 되자 제비꽃, 아네모네, 수수꽃다리, 라일락이 꽃망울을 터트렸고 심지도 않은 꽃다지 한 무리에 노부부는 복사꽃처럼 붉어졌다.
덤성덤성 흙이 보이던 정원에 잔디가 뿌리내리고 빼곡히 퍼지기 시작할 때,
그는 치매 진단을 받았다. 이상하리만치 그 진행 속도는 빨랐다. 발병 후 일 년이 지나지 않아 그는 요양원에 입소하게 되었다.
졸지에 남편의 보호자가 된 할머니는 울먹였다.
이럴 줄 알았으면
진작에 그만두게 할걸...
그렇게 힘들게 살지 말 걸 그랬어
만일 내가 삶의 마지막 시간을 알고 있다면, 나는 정말 열심히 살면서 또한 열심히만 사는 것을 멀리할 것이다.
요양원에 계신 노인분들이 공통적으로 말하는 것이 있다.
그것은 살아온 인생에 후회,
특히 자신을 사랑하지 않았음을 후회하는 일,
제대로 사랑을 받아보지 않았기에 자신에게 사랑을 주는 법도 몰라서
그저 막연한 내일을 위해 열심히만 살아온 세월을 후회하는 일이다.
요양원에서 생활하는 할머니 한 분은 말한다.
이럴 줄 알았으면
진작에 맛있는 것 먹고
멋진 곳도 다녀보고,
하고 싶었던 것 하면서
그렇게 앞만 보고 살지 말 걸 그랬어
오늘이라 불리는 이 시간, 할 수 있을 때, 아직 살아 있을 때 사랑해야겠다.
먼저는 나를 온전히 사랑할 것이다.
그러고는 사람들을 사랑하고
이 세상에 존재하는 많은 것을 찬찬히 들여다보고 싶다.
삶의 마지막이 나를 찾아올 때 기쁘게 떠날 수 있도록,
후회 없이.
(사진 loilamtan, 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