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위가 부산해진 것은 오전 간식이 시작되고부터였다.
제법 딱딱해 보이는 하얀 떡,
가운데 부분에 꽃 모양이 새겨진 떡이 어르신들께 간식으로 제공되고 나서
할아버지를 둘러싼 웅성거림이 시작됐다.
"도대체 틀니가 어디로 간 거야?"
할아버지 주위로 직원들이 모여들었다.
떡을 드시기 위해 꼭 필요한 할아버지의 틀니가 사라진 거였다.
침대 아래를 낮은 포복으로 기고 매트리스며 이불, 심지어 할아버지의 속옷 안까지 검열하기에 이르렀다.
실제로 인지증(우리나라에서는 치매라고 칭한다) 환자는 틀니뿐 아니라 블록 조각, 기저귀 등을 눈에 보이는 족족 이곳저곳에 숨겨두기도 한다.
꼭꼭 숨어버린 할아버지 틀니를 찾는 직원들과 달리 할아버지는 눈을 깜빡거릴 뿐 한마디 말도 하지 않은 채 삼엄한 수색작전을 묵묵히 바라볼 뿐이었다.
무어 재미라도 있다는 듯이 입을 헤 벌리고 있던 할아버지의 입속에 이상 징후가 발견된 것은 소동이 시작된 후, 한 시간 가까이 흐른 뒤였다.
반달 모양의,
속이 움푹 파인 부메랑처럼 생긴 틀니는 할아버지의 목젖에 한 발을 담그고는 유유자적 어두운 동굴 속에서
배시시 반짝이고 있었다
아!!!!
조심스럽게 검고 깊은 동굴에서 꺼낸 할아버지의 틀니.
"드실 게 없어서 틀니를 드셨나."
"아니 입안에 넣고 계시면서 왜 모른 척이시냐."
다시 할아버지의 주위로 볼멘소리들이 먼지처럼 피어날 때,
할아버지의 한마디가 온갖 추측과 소란을 조용히 진압했다.
내......
이빨이 아녀
아!!!!
누군가 다른 어르신의 틀니를 할아버지께 드린 거다.
사소하게 보이는 일이 어르신께는 큰 사건이 될 수도 있음을 상기하며 돌아서는데,
자꾸만 할아버지의 목소리가 따라왔다.
내......
이빨이 아녀
인지증 환자를 보살피기 위해서 어느 정도 전문 지식이 필요한 것은 맞다. 하지만 인지증 환자인 어르신들께는 보살핌의 기술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이 일은 무슨 대단한 일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니다.
어르신들을 자세히 바라보는 일,
조용하게 경청하는 것,
느릴 수밖에 없는 그분들의 시간을 기다려주는 일,
인지증 환자가 보이는 비정상적인 행동이 정상적임을 인정하는 일인데,
이 모든 일의 시작은 관심에서 시작된다.
우리가 아기였을 때 우리의 부모님들이 무슨 대단한 기술을 배워 우리를 보살핀 것이 아니듯이
이제는 아기가 되어버린 어르신들께도 그러한 손길이 필요하다.
염려하는 마음 말이다.
관심과 애정 어린 시선은 말할 것도 없이.
(사진: 헬스 조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