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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Walking Di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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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de May 09. 2024

노화 속도 늦추기

올해 3월부터 다이어트를 시작했다.

다이어트를 해야 하는 이유는 무수히 많았다.

2년 전에 담낭에 용종이 있어서

담낭절제수술을 받았다.

건강검진을 할 때마다 공복혈당이 높았다.

매일 자고 일어나면 개운하질 않고 몸이 찌뿌둥했다.

잠들기 전에는 목과 어깨는 물론 등까지

통증이 내려와 결렸고 머리는 지끈지끈 아팠다.

폼롤러로 마사지를 해야만 아주 조금 편안해졌다.

작년 9월부터는 목에 가래가 생겨서

기침을 심하게 했다.

처음엔 감기 증상인 줄 알았는데 몇 달이 지나도

끈적끈적한 가래가 목구멍에서 떨어지질 않았다.

이비인후과 두 곳에서 진료를 봤는데

모두 식도염이라고 했다.

식도염에 가래 증상이 있는 줄은 처음 알았다.

약을 먹고 기침은 어느 정도 가라앉았지만

여전히 가래는 내 목구멍에 달라붙어서

"흠, 흠, 흠"

불편한 소리를 간헐적으로 내뱉게 만들었다.

몇 년 전부터 건강검진 결과지엔 대문짝만 하게

'비만의 위험'을 경고하는 내용이 따라왔다.

결정적으로 1월에 친구와 발리여행을 다녀왔는데

거의 전부 친구 사진이고 내 사진은 몇 장 되지 않았다.

물론 친구도 내 사진을 열심히 찍어주었지만

내가 보자마자 지워버렸다.

날씬해서 어떻게 찍어도 예쁜 친구와 달리

사진 속에 내 모습이 도통 마음에 들지 않았다.

출산 전엔 이 정도 까진 아니었는데...

아이를 낳고 다이어트를 했던 적도 있다.

그때는 스페인 여행을 앞두고

스냅사진을 찍겠다는 목표로 살을 뺐었다.


하지만 그 목표를 이루고 나자

금세 내 몸과 마음에 다시

게으름과 나태함이 덕지덕지 붙었다.

당연히 지방덩어리도 불어났다.

이제 '아줌마'니까 현실을 받아들이고

그냥 편하게 살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몇 년을 살았는데,

발리 사진들을 보면서 정신이 번쩍 들었다.

지금 내 모습을 적나라하게 담은 사진을

처다 보기도 싫어서 바로 지울 정도라면

내가 바뀌어야 하는 게 아닐까?

한달 뒤 한의원에 가서 다이어트 한약을 지었다.

한 달에 6kg 감량이 목표였다.

다이어트 한약을 먹으면서

지난 두 달 동안 식사량을 줄이고

걷는 시간을 늘렸다.

점심은 샐러드로 대체했다.

생각만큼 살이 급속히 빠지지는 않았다.

3월 5일부터 시작해서 5월 8일까지

완만하게 6kg이 빠졌다.

고기반찬에 눈이 돌아 조금 많이 먹은 다음날엔

다시 1kg이 올라있기도 했다.

걷는 건 어렵지 않았다.

걷는 걸 좋아하기도 하고

걷기의 긍정적인 효과를 잘 알고 있었으니까.

제일 힘든 건 역시 식단조절이었다.

원래도 많이 먹는 편은 아니어서

정말 식사량이 턱없이 줄어들었다.

야식도 거의 안 먹고

과자나 주스, 탄산음료는 손도 대지 않고

술도 어쩌다 한 번 마시는 사람이라

내가 줄일 수 있는 건 그야말로 밥뿐이었다.

'여기서 뭘 더 줄인단 말이야!'라는 볼멘소리가

절로 나왔지만 내 몸은 이 변화를 반기는 듯했다.

몇 달 동안 지속되던 가래가 사라졌다.

내 기준에선 정말 "쪼끔"인데

내 몸이 받아들일 수 있는 양을 초과해서 먹었나 보다.

억울했지만, 내 몸이 그렇다는 데 어쩔 수가 없었다.

'천상 나는 소식을 하며 살아야 하는 사람이구나.'라고

내려놓자 오히려 마음이 편안해졌다.


얼마 전에 읽은 ‘느리게 나이 드는 습관(정희원)‘에서 저자가 <아주 작은 습관의 힘>이라는 책의 내용을

인용하여 설명하는 부분이 있다.

편안함만 찾는 생활 습관을 바꾸려면 나의 정체성 자체를 바꿔야 한다. 내가 삶을 바라보는 방식의 변화 없이 갑작스레 운동을 하려고 하면 작심삼일이 되기 쉽다. 지금까지 안락을 즐기는 사람이었다면 앞으로는 '나는 움직이는 사람이다'라는 새로운 정체성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이 부분을 읽으며 최근에 내게 생긴 변화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단순히 살을 빼야겠다는 단기적인 목표가 아니라

남은 삶을 어떻게 건강하게 살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으로 다이어트를 지속해 나갈 원동력을 얻었다.

나는 '걷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고 소식을 하는 사람이다'라는 새로운 정체성을 갖게 되었다.

당연히 종종 맛있는 음식 앞에서 결심이 와르르 무너지는 순간들이 있겠지만,

'건강하게 나이 들기, ' '천천히 나이 들기'라는 새로운 목표는 다시금 나를 걷게 하고 적은 양의 음식으로도 만족할 수 있게 할 것이다.

더 나아가 근력 운동도 시작하고

몸에 좋은 음식으로 식단도 바꾸어 나갈 생각이다.

사진에 예쁜 모습을 담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가 사랑하는 아이 옆에 오래 머물면서도

아이의 짐이 되지 않을 만큼 건강한 노인이 되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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