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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de Feb 01. 2024

아이와 첫 한 달 살기, 왜 발리인가

여행을 너무 좋아해서 뇌구조를 시각화할 수 있다면 7할이 여행이고 1할이 아이, 1할이 나머지 가족, 마지막 1할이 기타 등등이지 않을까 생각할 정도였다. 그래서 아이와 해외 한 달 살기는 언제나 나의 버킷리스트 중 1번이었다.


당시에는 막 조호루바루가 아이를 데리고 한 달 살기를 하기에 좋은 도시로 떠오르고 있었다. 저렴하게 영어교육을 시키면서 싱가포르 근교라는 지리적 이점이 크게 부각되었다. 비슷한 또래를 키우는 친구들에게 조호루바루 한 달 살기 후기 링크를 보내며 육아휴직하면 같이 가자고 영업을 해댔다. 코로나19로 국가 간의 이동이 막혀있던 그 2년 동안 한 달 살기에 대한 열망은 더욱 부풀어 올랐다. 그 사이 나의 관심은 한 달 살기의 성지인 치앙마이로 쏠렸다. 힙한 카페와 다양한 체험활동, 저렴하고 맛있는 음식까지! 그러다 영어교육으로 유명한 쿠알룸푸르를 거쳐 최종적으로 요즘 가장 핫한 발리까지 오게 됐다.


여기까지 오게 된 의식의 흐름을 되짚어보자면,


일단 가격이 저렴한 동남아권 국가여야만 했다.

태국, 베트남,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이 후보지로 선정됐다.


두 번째는 아이를 보낼 수 있는 교육 기관이 있어야만 했다. 말레이시아나 필리핀주로 어학원을 연계해서 초등학교 이상의 아이들이 주요 고객층이었다. 말레이시아는 동남아 국가 중에서도 손에 꼽히게 안전하다는 평이 있었고 어학원뿐만 아니라 국제학교 캠프를 보낼 수도 있었다. 필리핀은 제일 큰 단점이 치안이었는데, 그러함에도 많은 사람들이 세부나 클락 같은 곳으로 한 달 살기를 떠나는 이유는 필리핀의 어학원들은 1:1원 어민 수업을 저렴하게 제공하기 때문이다. 연중 따뜻한 날씨로 매일 어학원 수업이 끝나면 수영을 하며 남은 하루를 보내는 것도 가능하다. 태국도 말레이시아처럼 국제학교가 많아서 주로 방학 중 캠프가 많이 열렸다. 아무래도 영어를 제대로 배워본 적 없는 7살에게는 학습 부담이 너무 클 거 같았다. 무엇보다 주로 방학기간에 운영되는 캠프나 어학원은  한국 학생 비율이 상당히 높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다국적 아이들과 어울리기를 바라는 엄마의 욕심을 충족시키기가 어려웠다.


아직 유치원생인 아이를 위해 학습보다는 놀이와 보육이 필요할 거 같아 유치원 시설을 중점 적으로 알아보기 시작했다. 치앙마이에도 한국인 후기가 좀 있고 마이리얼트립키즈에서 예약 가능한 유치원이 하나 있었는데, 최종적으로 치앙마이를 탈락시킨 이유는 치앙마이가 겨울에는 수영하기가 어렵다는 이야기 때문이었다. ‘유치원 하원 후 물놀이 그리고 주말 관광‘은 아이와 내가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절대적인 공식이었다. 블로그와 카페를 샅샅이 뒤질수록 모든 답은 ’발리‘로 향했다. 나보다 이미 한 달 살기를 한 선배님들이 많아 숙소나 맛집, 아이를 보낼 기관 등에 대한 정보가 넘쳐났다.


그래 결정했어! 발리로 떠나는 거야!



그래도 절차상(?) 아이의 의견도 한 번쯤은 물어볼 필요가 있을 거 같아 아이에게 엄마의 원대한 꿈을 들려주었다.


“7살 때 00 유치원 그만두고 10월 달에 엄마랑 발리에

가서 두 달 정도 있을까? “

“발리가 어딘데?”

“인도네시아에 있는 지역이야. 거기에 있는 유치원에

다닐 거야. “

“좋아.”


뭐가 이렇게 간단하지? 엄마가 한 말이 어떤 의미인지

제대로 이해한 게 맞나? 너무나 쿨한 아이의 대답이 황당하여 다시 자세하게 의미를 풀어 설명해 주었다.


“그럼 너 유치원 친구들이랑도 헤어져야 해.”

“괜찮아. 어차피 같은 초등학교잖아. “

“그.. 그렇지. 근데 발리에서 다니는 유치원에서는 영어만 써야 해. 다른 나라 친구들과 함께 다닐 거라. 너 영어 못하는 데 괜찮아? “

“영어? 무조건 다 영어로 말해야 하는 거야?”

“응. 그러니까 가기 전에 엄마랑 영어공부를 좀 해야겠지? 어때? 할 생각 있어? “

“응! 좋아! 근데 우리 집으로 돌아올 때 친구들한테 뭐라고 말하지? “

“응? 무슨 친구들?”

“아니~발리 친구들 말이야. 영어로 말해야 한다면서. “

“하하하. 벌써 거기까지 생각했어? 그건 엄마가 헤어질 때 되면 알려줄게.”


쿨하다 못해 엄마보다 더 먼 미래까지 상상해 버린 아이. 역시 내 핏줄임을 확신하는 순간이었다.

최종적으로 우리의 돈줄을 담당할 님편의 재가도 받았다. 원래는 남편도 같이 3개월 육아휴직을 쓰고 함께 유럽여행을 한 뒤 발리로 갈 생각이었으나, 남편은 1년 전에 팀장님이 되고 말았다. 남편에겐 참으로 충격적이고 애통한 일이었다. 유럽여행에 미련이 남아, 팀장 시켜준다고 부른 상무에게 “저… 생각 좀 해봐도 되겠습니까?”라고 했다가 꾸지람을 들었다는 남편. 그렇게허망하게 유럽여행의 꿈을 날려버린 남편은 너네끼리만 여행 가서 배가 아프다는 소리를 틈만 나면 해대긴 하지만, 누구보다 든든한 조력자다. 대신 굳게 약속했다. 고급 리조트는 남편이 왔을 때 가겠다고, 물이라면 환장하는 남편을 위해 길리섬은 남편이 올 때까지 남겨두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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