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인의 수가 늘어나고 경쟁이 심화되면서, 고위험 & 고수익을 선호하는 이들이 우후죽순 생겨났다. 그러면서, 치과, 성형외과, 피부과, 비만캐어 등 비급여 부분이 급속도로 성장했다. 개원 역시 인테리어비용, 마케팅비용, 임대료 상승 등으로 이젠 수억 원의 자본이 있어야 가능한 시대가 되었다. 이러한 의료시장의 급속한 변화는 잠시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이제는 자신만의 노하우로 리스크를 합리적으로 대처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 성공법칙을 만들어 가야한다. 요즘같은 불황기에는 계속 시장을 주시하면서, 기회가 오면 자본과 경험을 가지고 스텝업 할 수 있는 타이밍을 잡아야 할 것이다. 요새 더욱더 안 좋아지는 경제적 상황에 병원장은 어떤 마인드로 대처해야 할까?
1) 가격을 낮추는 것은 마지막 방법이다
요즘같은 불경기에는 확실히 싼 것이 고객들의 마음을 쉽게 잡는다. 하지만, 아무리 불경기라도 싼 것만으로 고객의 눈높이를 맞추는 것은 좋지 않다. 싸게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은, 다른 경쟁병원에 비해 가격에 차별화를 두겠다는 의미인데, 잠깐은 효과가 있을지는 모르겠다. 그런데, 수가를 낮추기 시작하면 경쟁병원들도 이와 같은 전략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자본을 충분히 갖춘 병원만이 최후의 승자가 될 수 있는 게임이 되어버린다. 이렇게 가격을 많이 낮추어 의료서비스를 박리다매 형식으로 제공하는 방법을 덤핑이라고 하는데, 이는 경영적인 아이디어가 바닥났을 때 시도할 수 있는 마지막 도피처다. 여기에도 예외가 있다면 정말 가격을 획기적으로 낮춰야 한다. 예를 들면, 조립식 가구로 유명한 IKEA는 값싼 가구로 시장을 완전히 지배하고 있다. 그 결과 가격을 점점 더 낮추고 물량의 우위를 점하며 시장에서 선도적 위치를 계속 이어 나가고 있다.
덤핑전략은 누구나 쉽게 따라할 수 있기 때문에 차별화가 될 수 없다. 한 병원이 덤핑을 시작하면, 경쟁이 심화되어 해당 서비스에 대한 수가는 지속적으로 떨어지게 되어있다. 결국, 덤핑에 참여한 모든 병원이 같이 망하게 되는 지름길인 셈이다. 그렇기 때문에, 물량을 독점할 수 있지 않은 이상, 절대 가격을 낮춰서 승부하면 안 된다. 조금 더 비싸지만, 양질의 진료와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해서 승부해야 한다. 실제로도 많은 병원에서, 이벤트나 프로모션을 핑계로 덤핑을 진행한다. 다음은 K치과에서 실제로 있었던 일이다.
덤핑을 진행하니, 처음에는 고객들이 무지막지하게 몰렸다. 원장도 역시 싸게 해야 고객들이 찾아온다고 생각했다. 진료가 너무 바빠지다 보니 일손이 부족해 직원 몇 명을 더 채용했다. 덤핑 후 6개월 동안 매출이 꾸준히 올라서 기뻤는데, 바로 옆 건물에 체어 17대를 수용할 수 있는 대형치과의원이 들어온 뒤로 문제가 생겼다. K치과보다 더 낮은 수가로 진료를 해주니 고객들은 죄다 대형치과로 몰리기 시작해, K치과의 신환 및 구환의 수가 현격하게 줄어들기 시작했다. 대형치과의 자본력에 밀려, 더 이상 수가를 낮출 수가 없었고, 대형치과가 개원한지 3개월 만에 그동안 올렸던 수익을 다 까먹었다. 낮춰진 수가를 올리자니, 대형병원이 더 싸게 진료해 마음대로 올릴 수 없었고, 수익을 올리려면 고객이 더 많이 와서 박리다매 해야 하는데 고객들은 죄다 대형병원으로 발길을 돌렸다. 이미 채용한 직원들 때문에 고정비는 더 늘었고, 언젠가부터 병원이 지속적으로 적자를 면치 못해 개원 3년 만에 폐업을 하게 되었다.
큰 자본에 욕심을 내면 항상 힘들어지게 마련이다. 지나치게 되면 유행을 쫓고 주위에 휩쓸리게 된다. 이러한 유혹에 빠져 덤핑을 하게 되는 것이다. 붐이란 원래 갑자기 확 일었다가 어느새 거품이 스윽 빠지고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린다. 거품처럼 사라져버리는 덤핑 트렌드를 따르지 말고, 오래도록 질리지 않는 평범해 보이지만 비범함이 내재된 알찬 병원을 꾸려야 한다.
2) 리스크를 관리하라
위에서도 볼 수 있듯이, 시설투자가 리스크를 관리하는데 있어 매우 중요하다. 고객이 많을 때에는 공간을 늘렸다가, 고객이 줄어든다고 공간을 확 줄일 수는 없다. 의료진과 스탭의 수 역시 마찬가지다. 그렇기에, 개원 시 처음부터 과도하게 큰 공간을 이용한다면 심사숙고 해보고 결정하는 것이 좋겠다. 그리고 신도시에 개업 시, 특히 상가분양을 받을 때 주의해야 한다. 이자가 임대료보다 적다고 무조건 상가를 분양받아서 개원하는 것은 조심해야 한다. 나중에 병원이 잘 안되면 임대라도 주면 되겠지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신도시라도 상권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으면 유령신도시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시장이 형성되었다고 판단될 때 새로운 의료기기를 추가로 구입해보는 것이 좋겠다.
이익률이 떨어진다고 해서 무리해서 확장하면 안 된다. 이는 매출이라도 늘려 이익을 얻고자하기 위함인데, 특히 대출을 받은 경우라면 경기에 따라 직격탄을 맞을 수도 있다. 리스와 직원들 급여와 같은 고정비용의 비중이 큰 경우, 매출을 늘려서 줄어드는 이익을 보상받고 싶은 심리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평균수익률이 한번 떨어지기 시작한 분야는 획기적인 호재가 있지 않은 이상 잘 뒤집히지 않는다. 그것을 뒤집을 본인만의 노하우도 없다면, 규모만을 늘리는 것은 합리적인 방법이 아니다. 그렇기에, 이익률이 떨어지고 있다면 금전적인 손실을 가져오는 특정 고객군이 있는지 먼저 검토해보는 것이 좋다. 그리고 손실을 감수하면서라도 그들을 유지해야 하는지 곰곰이 따져봐야 한다. 반대로, 소수지만 수익률이 높은 고객군도 검토해봐야 한다. 그러한 고객군은 전략적으로 키우려고 노력해야 한다.
까다로운 고객, 변덕이 심한 고객, 시간약속을 안 지키는 고객 등도 만족시켜야 고객 만족도가 향상되고, 병원의 이미지가 올라간다고 흔히들 생각한다. 그러나 이렇게 변동성이 큰 고객들은 아무리 좋은 서비스를 제공해줘도 만족하지 않는 경우가 수두룩하다. 그렇기 때문에 병원은 조용하고 예측이 가능한 평균적인 고객집단을 잘 관리하는 것이 훨씬 남는 장사다. 즉, 리스크가 높은 고객들은 과감히 포기하는 것이 좋다. 병원에 긍정적이고, 호의적이고, 작은 친절에도 감사하는 고객들만 집중하는 것이 좋다.
직원관리도 고객관리만큼 중요하다. 직원들이 늘어날수록 고정비용의 지출만 커지는 것이 아니라, 직원들 간의 갈등이나 불만 역시 커지기 마련이다. 직원을 늘리는 것은 쉽지만, 줄일 때는 상처가 된다. 그래서 가급적이면 적은 수의 직원으로 병원을 운영해야 한다. 병원장의 입장에서는 고정급여보다 변동급여를 늘리는 것이 좋다. 변동급여라 함은 일하는 시간과 강도에 따라 임금이 달라지는 시스템이다. 많이 그리고 빡세게 일하면 급여가 늘고, 그 반대면 줄어드는 시스템이다. 이렇게 되면 직원이 병원의 리스크를 함께 공유할 수 있게 되는 장점도 있다. 그러나 생각해 볼 문제점도 있다, 급여가 불황 등으로 갑자기 떨어지게 되면 직원들은 심리적으로 돈을 병원에 빼앗겼다고 생각하게 되는 경향이 짙다. 그래서, 무조건 변동성 급여 시스템을 정착시키는 것보다, 고정급여를 기본으로 하되 병원의 매출이 좋으면 인센티브를 주는 시스템이 그들의 사기진작에 더 좋을 수도 있겠다.
3) Carpe Diem!
병원에 온 고객들도 이 병원을 찾는 이유가 반드시 있다. 다른 곳이 제공해주지 못하는 무언가를 이 병원에서 얻어갈 수 있거나 또는 그렇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의료서비스 자체가 좋을 수도 있고, 병원의 분위기와 쾌적함이 좋을 수도 있고, 의료진과 직원들이 좋아서 올 수도 있다. 다방면에서 고객들을 배려하는 인상을 주는 병원이 시대를 불문하고 고객들을 끌어들인다. 이러한 병원은 심지어 공실률이 많은 상가 안에 있더라도 고객들이 찾아오기 마련이다. 그 입지와 주변 환경이 안 좋을 수는 있지만, 병원이 그 상황에서 오히려 더 빛날 수도 있는 것이다. 입지 조건이 좋은데도 만일 병원이 잘 안된다면, 원장의 노력이 부족해서일 가능성이 높다.
머릿속에 자꾸 어떻게 하면 돈을 벌까, 어떻게 하면 이익을 최대화 시킬 수 있을까 이런 생각들로 혼란스러운가? 그렇다면, 고객들에게 즐거움과 행복을 선사해 줄 수 있는 병원이 될 수 없다. 즉, 지금까지의 원가공식을 버려야 한다. 현재를 즐길 수 있는 ‘Carpe Diem’을 기억하라. 너무 비싸지도 싸지도 않은 합리적인 가격으로 고객에게 이득을 주고, 디테일까지 배려하는 마음이 묻어나는 병원이 되어야 한다. 그래야, 고객들의 사랑을 받게 되어 있다. 돈 버는 데만 집착하지 않으면 말이다. 덤핑을 내세우는 대부분의 병원은 재료의 퀄리티를 떨어뜨려 수가를 낮춘다. 진료의 퀄리티가 낮아지면 고객들이 과연 이익을 보는 것인가? 장기적인 안목으로 본다면, 고객들이 믿고 따라갈 수가 없다. 돈에 집착하지 말고 적당히 즐길 줄 알아야 한다. 즐긴다는 개념은 병원을 경영하는 사람 입장에서 반드시 필요한 모토다. 경영 및 진료를 하는 원장은 자신의 일을 즐기고, 고객 역시 치료를 받으며, 그 과정을 즐기고 있는가?
유연한 사고란 기존의 틀에 얽매이지 않은 융통성 있는 사고다. 보통 다양하고 자유로운 생각이다. 기본적으로는 고정관념에서 빠져나와야 가능하다. 불경기라고 반드시 창조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거나, 생각해낼 수 있다면 좋겠지만, 어디 창조가 보통 어려운 일인가? 창조가 없어도 무언가를 사고하는 그 과정 속에서 보통 혁신과 번영이 탄생하게 된다. 일단 본인이 하는 일이 즐거워야 한다. 뭔가의 대가를 원하고 하는 행동이 아닌, 자기가 진짜 좋아서, 하고 싶어서 해야 한다. 그런 생각과 몸가짐이 바탕이 되면, 새로운 것을 배우는데 적극적이다. 병원의 성장을 위한 노력은 지속되어야 한다. 어쩌면 이것이 불황을 짧게 느끼게 할, 심지어 불황을 불황이라고 인식조차 하지 못하게 할 우리의 도우미가 될 것이다.
★작은 실천팁★
1.무조건 싼 가격으로 경쟁병원과 승부하지 마라. 덤핑은 모두를 망하게 한다.
2. 병원의 리스크를 나열해보고, 각각의 해결방안을 모색해보자.
3. 고객을 돈으로 보지마라. 매출에 집착하면 돈도 고객도 도망가기 마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