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이 곧 복지다 (2부)

제조강국스러운 우리만의 사회적 기업

by 정재욱

[ 뿌리산업의 중요성 ]

뿌리산업은 대한민국 제조업의 근간을 이루는 산업이므로 그렇게 불립니다.


뿌리산업이란 나무의 뿌리처럼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최종 제품의 품질과 경쟁력을 결정짓는 "기초 공정 산업"을 의미합니다.


자동차, 스마트폰, 항공기 등 우리가 사용하는 모든 완제품은 뿌리기술을 거쳐 만들어집니다. 가령, 자동차 한 대를 만들 때 뿌리기술 관련 부품 비중은 약 90%(부품 수 기준)에 달할 만큼 절대적입니다.


아무리 디자인이 예뻐도 뿌리기술(용접, 금형 등)이 부족하면 제품이 정밀하지 않거나 내구성이 떨어집니다. 뿌리산업이 튼튼해야 반도체, 자동차 같은 주력 산업이 흔들리지 않습니다.


즉, "뿌리산업은 최종 제품의 완성도를 좌우하는 제조업의 기초 체력이자, 없어서는 안 될 숨은 조력자입니다."


뿌리산업은 통계적으로나 산업 구조적으로나 매우 압도적인 비중과 중요성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국내 제조업체 약 45만 개 중 뿌리기업은 약 3만 개 이상으로 추산됩니다. 이는 전체 제조업체의 약 7~8% 수준이지만, 전체를 '중소 제조기업'으로 한정하면 그 영향력은 훨씬 커집니다.


뿌리산업 종사자는 약 50만~60만 명에 달하며, 이는 전체 제조업 고용의 약 13~15%를 차지합니다. 특히 숙련 기술자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분야라 고용 유지의 질적 가치가 높습니다.


뿌리산업은 그 자체로 완제품이 되는 경우는 드물지만, 자동차, 반도체, 조선 등 우리나라 10대 수출 품목의 품질을 결정짓는 핵심입니다. 생산량 관점에서는 제조업 전체 생산액의 약 10% 내외를 담당합니다.

아까 말한 것처럼 자동차 1대를 생산할 때 뿌리기술 관련 부품 비중이 부품 수 기준 약 90%(약 2만 5천 개)에 달합니다. 즉, 뿌리산업 없이는 반도체 장비나 자동차 수출 자체가 불가능한 구조입니다.


[ 뿌리산업의 아이러니]

이렇듯 우리 제조업에서 뿌리산업의 높은
비중과 대비되는 현재 뿌리산업이 처한 상황은 매우 심각합니다.


우선 인력이 고령화되어 가고 있습니다. 즉, 종사자 중 50대 이상 비중이 40%를 초과합니다.


두 번째는 공장자동화 보급률은 높지만 실제 활용도는 낮습니다. 고령화된 인력이 공장자동화 소프트웨어를 학습하고 활용하는 것은 그들에게 매우 쉽지 않은 일입니다.

세 번째는 10인 미만 뿌리산업 소기업 비중이 60~70%입니다. , 이들이 공장자동화를 도입하려고 해도 회사 운영하기에 빠듯한 예산인지라 그림의 떡입니다.

우리나라 제조업에서 뿌리산업은 "덩치는 중견급이지만, 체력(디지털 전환)은 기초 단계에 머물러 있는 거인"과 같습니다.


[ 뿌리산업 향 사회적 기업 1]

1부에서 사회적 기업은 망하지 않을 정도만 돈을 버는 기업이라고 말했습니다.


제조업 생산현장에서 일하다 퇴직한 노인(OT, 생산기술), 공장자동화 소프트웨어 회사에서 일하다 퇴직한 노인(IT, 정보기술), 그리고 공장자동화 프로젝트 매니저 경험을 가진 노인들(OT+IT)이 모여서 사회적 기업을 만듭니다.


대한민국 정부는 뿌리기업들이 밀집한 지역을 '특화단지'로 지정하여 공동 시설과 에너지 전환 등을 지원합니다. 이들 지역은 OT와 IT의 결합 수요가 가장 폭발적인 곳입니다.


첫째, 경기 반월·시화 산단 (안산·시흥)입니다. 이곳은 대한민국 뿌리산업의 메카입니다. 금형, 표면처리 업체가 수천 개 밀집해 있어 디지털 전환 컨설팅 수요가 전국 1위입니다.

둘째, 전북 익산·광주 지역입니다. 농기계 및 자동차 부품 중심의 소성가공 업체가 많으며, 인력 부족 문제가 심각해 '무인화 및 시스템화'에 대한 갈망이 매우 큽니다.


우선 이 두 클러스터를 대상으로 사회적 기업이 구성될 필요가 있습니다. 공정자동화를 위한 계획 수립, 시스템 구축, 향후 운영 지원까지 퇴직인력들이 "일반 영리 기업"보다 훨씬 저렴한 비용으로 공장자동화 프로젝트를 진행합니다.


[ 뿌리산업 향 사회적 기업 2]

앞의 사회적 기업의 전문성이 100이라면 이번에 고민할 사회적 기업의 전문성은 8-900입니다.


지역은 경남 창원 국가산단: 정밀기계 및 방산 관련 금속 가공업체가 많습니다. 즉, 요즘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K 방산의 뿌리산업이 존재하는 메카입니다.


이곳에 사회적 기업을 세우려면 어벤저스팀이 준비되어야 합니다.


창원 국가산단의 방산·정밀기계 고도화 프로젝트는 단순히 장비를 설치하는 수준을 넘어선 '종합 예술'에 가깝습니다.

다음은 어벤저스 라인업입니다.


1. 도메인 전문가 (The Strategist: 공정 분석가): 금속 가공, 용접, 주조 등 뿌리기술의 물리적 특성을 완벽히 이해하는 전문가입니다. 데이터만 아는 IT 전문가는 현장의 "기름 냄새"와 "금속의 변형"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실제 가공 시 발생하는 열팽창이나 공구 마모도를 수치화할 수 있는 현장 베테랑이 팀의 중심을 잡아야 합니다.


2. AI 및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The Brain: 알고리즘 설계자): 비정형 데이터(진동, 소음, 영상)를 분석해 예지 보전(Predictive Maintenance) 및 불량 검사 알고리즘을 만듭니다. 방산 부품은 '무결점'이 생명입니다. 육안 검사를 대체할 고성능 비전 AI와 설비 고장을 미리 예측하는 딥러닝 모델이 프로젝트 단가를 높이는 핵심 부가가치입니다.


3. 시스템 통합 및 제어 엔지니어 (The Engineer: 로봇/PLC 전문가): 서로 다른 제조사의 장비(CNC, 로봇, AGV)를 하나로 묶어 통합 제어 시스템을 구축합니다. 창원 산단은 고가의 외산 장비와 국산 장비가 혼재되어 있습니다. 이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통신 프로토콜(OPC UA 등) 기술력이 전체 공정의 효율을 결정합니다.


4. 보안 및 인프라 전문가 (The Guardian: 방산 보안팀): 국가 보안 시설인 방산 공장의 데이터를 외부로부터 격리하고 망 분리 시스템을 설계합니다. 프로젝트 규모가 커질수록 데이터 보안은 필수입니다. 국방 보안 가이드라인을 준수하면서도 스마트 공장의 클라우드 기능을 구현할 수 있는 보안 설계 역량이 필요합니다.


[ 뿌리산업 사회적 기업의 또 다른 존재 이유 ]

제가 이미 예전 글에서 언급했듯 취업절벽 시대가 도래하고 있습니다.


미국 스탠퍼드대 컴퓨터공학 학사들이 들어갈 대기업이 없어서 이들도 중소기업으로 방향을 바꾸거나 창업을 선택하는 형국입니다.


대기업들도 계속 감원하면서 단순 반복적인 일은 인공지능을 활용하며 원가를 절감합니다.


제가 생각건대 앞으로 사회에 진출하는 초년생들에게 취업은 점점 어려워질 것입니다.


만약 위에서 언급한 안산/시흥 산단의 사회적 기업, 익산/광주 산단의 사회적 기업, 그리고 경남 창원 지역의 사회적 기업이 사회 초년생들에게 문호를 개방한다면, 이 초년생들은 이곳에서 자신의 역량을 키울 기회를 갖게 됩니다. (단, 이들도 아직 경험이 일천하고 대상이 사회적 기업이므로 급여보다 경험에 의미를 두어야 하는 어려운 점은 존재합니다.)


그런데, 바로 이 순간 정부의 지원금이 필요합니다. 왜냐하면 이들 사회적 기업은 망하지 않을 정도로 돈을 벌기 때문에 아직 받는 월급만큼의 가치를 만들어내지 못하는 사회초년생들이 상당기간 회사 운영에 짐으로 작용할 것입니다.


1부와 2부에 걸쳐 고령화 사회에 사회적 기업의 필요성을 브런치 독자님들과 고민해 보았습니다.


한국인들 성실하고 근면하며 총명합니다. 나이 들면 그 기본 능력에 노련함과 사려 깊음까지 보태어집니다. 이런 중장년층 인력을 방치함은 사회의 신진대사 관점에서 볼 때, 무언가 큰 구멍이 나 있다는 생각이 멈추지 않아서 이렇게 펜을 들어보았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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