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절벽시대의 대학교육

대학 재단 이사장님들께 고함

by 정재욱

(글을 시작하기 전에 한가지 부탁의 말씀 드린다. 중간중간의 개인적인 의견에 너무 예민하게 반응하지 않아주셨으면 좋겠다. 흐름상 필요하여 선택한 다소 지나친 사례들일 수도 있음을 미리 양해드린다.)


미국엔 대학생들을 위한 대출제도가 잘 되어있다. 그래서 대학생들이 사회에 진출해 열심히 돈을 벌어 갚을 때가 되면 때는 어느덧 40대라고 어디선가 본 기억이 있다.


물론 우리나라도 대학생 대출제도가 잘 되어있다. 그러나 정 많은 우리네 엄마 아빠들은 대학에 들어간 자식을 위해 열심히 학비를 대주는 편이 아직도 많다. 여력이 안 되는 학생은 결국 금융의 힘을 빌어 꿋꿋이 홀로서기를 하게 된다.


그런데 대학까지만 학비를 대주면 나의 의무는 끝났다고 생각한 부모들은 다시 장성한 자녀들의 취업 소식을 마치 대입합격통보를 바라듯 간절히 기다리는 나날이 이어진다. 이 무슨 업보인가?


기업 취업은 대학의 역할이다. 대학이 바뀌어야 한다. 그러나, 미안한 말이지만 가장 안 바뀌는 게 대학이다. 필자가 대학원 졸업하고 오랜만에 모교 찾아갔을 때 후배 석사과정에게 들은 이야기다. 학과장이 점심 식사하자고 소속학과 교수들에게 참석 요청하면 교수들은 죄다 손에 소화제를 움켜쥐고 식사자리에 간다고 한다. 서로 못 잡아먹어서 난리인데 혁신은 차치하고 무슨 건전한 발전적 미래 대화가 이어지겠는가. 그래서 아예 소제목을 '대학의 주인인 재단 이사장님께'로 정한 것이다.


이제부터의 제언은 내용 자체보다 맥락에 의미를 두셨으면 좋겠다. 이유는 내용은 모든 대학, 모든 학과에 적용되는 만병통치약이 아니므로.


대학의 존립 목적은 무엇일까? 이는 학생에게 물어봐야 답이 나온다. 아마 학생들 대다수는 사회에 보다 좋은 위치로 진입하기 위한 워밍업 단계로 대학을 생각할 것이다. 나도 역시 39년 전에 그런 목적으로 대학에 갔으니까. 당시는 공급(대학생)보다 수요(기업)이 더 강했다. 2학년 어느 봄날 현대차에서 회사 최초로 자체기술로 내연엔진 개발에 성공했다는 세미나가 열렸고 이어서 회사 입사에 희망하는 인력들을 적극 모집한 기억이 솔솔 난다.


일단 현 문제점을 확인하자. 문제는 대학의 목표가 지식전달에 있음이다. 그러나 기업이 원하는 것은 지식 보유자가 아니라 문제 해결자이다. 제 주변에 굴지의 반도체 기업에 합격한 젊은이들의 공통된 경력은 다양한 루트를 통한 (본인의 전공 범위에서의) 문제해결활동이다. 어떤 이는 그런 동아리에서의 활동을, 어떤 이는 해당 문제 해결을 위해 대학원에 진학하고 졸업 후 성공적으로 입사하였다. 그들은 소위 간판을 알아주는 SKY 대 출신이 아니었다.


목표를 재정의하자. 기업에 즉시 투입 가능한 인재를 양성한다 이다. 대학이 양성에 주력할 핵심은 다음과 같다.

1. 문제 정의

2. 도구 활용 (AI, EXCEL, PPT, WORD)

3. 도메인 맥락 이해

4. 신규업무 신속학습 능력


이제 커리큘럼 대전환의 원칙을 알아보자.

첫째, 전공 중심에서 문제 중심으로 재구성한다. 가령 이런 문제들이다. 만약 경영학과라면 " AI 도입이 조직에 실패하는 이유 ", " 시장 예측이 실패하는 이유 분석 ". 문제 해결에 경영+데이터+기술+커뮤니케이션 이 통합되는 종합교육의 장이 벌어진다.


둘째, 과제 대신 ' 의사 결정 여정 '을 평가한다. 의사결정 여정에는 주어진 문제의 해결을 위해 Decision log, trade-off memo, 실패분석서 등이 포함된다.


셋째, AI를 필수업무도구로 정한다. 필자가 첫 번째 글에서 언급한 것처럼 소위 기업의 진취적인 인력들은 이제 자신의 업무의 최고 조력자가 챗GPT와 같은 LLM이다. 이때 평가 기준은 AI의 산출물과 학생의 판단물이 대상이다. 그리고 prompt 설계 능력과 LLM결과 검증 능력도 평가 대상이다. 기업이 원하는 인재는 AI 기반의 성과를 내는 사람이다.


넷째, '인턴 대체형 교과목'의 정규화이다. 현재 기업 인턴은 운 좋으면 배움의 기회를 갖지만 대부분 소위 잡무를 한다. 그러나 이제는 기업이 신경을 써야 한다. 즉, 기업의 문제를 가져와서 학점 화하는 것이다. 교수 외에 기업 실무지가 공동 평가자가 된다. 가령 이런 문제들이다. " B2B SaaS 이탈 이유 분석 ", " 주택담보대출 리스크 시나리오 설계 ". 나아가 졸업 요건이 졸업 논문 대신 기업 문제 해결 포트폴리오가 되는 것이다. 이는 당사자에겐 본인 이력서의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


마지막 다섯 번째 원칙이다. ' 전공 지식 ' 대신 ' 학습 가능한 사고 프레임 ' 교육으로 일관되어야 한다. 기업은 이렇게 말한다. ' 전공 지식은 가르칠 수 있으나 사고방식은 가르치기가 어렵다 '. 그래서 필수과목은 이런 모습이어야 한다. 문제 구조화 ( MECE, 가설 tree ) / 불확실성 상태에서의 의사결정 / 이해관계자 (Stakeholder) 분석 / 실패사례 해부 (Post-mortem)


지금까지는 대학의 방향을 고민하시는 분들을 위해 적어보았다. 글을 마치기 전에 대학의 가장 중요한 구성원인 우리 학생들에게 말씀드리고자 한다.


어학 공부에 집중하자.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 그러나 세상이 넓은 게 본인에게 유의미하려면 어학 실력을 키우자. 굳이 영어라고 강요하지 않는다. 중국어, 일본어, 스페인어, 아랍어 중 하나이어도 괜찮다. 나중에 해당 나라에서 반드시 랭귀지 스쿨을 마친다는 목표로 열심히 하자.


마지막이다. 글로벌 자격증을 따자. 가령 프로젝트 관리 분야에는 업무경험이 없어도 도전이 가능한 CAPM이라는 자격증이 있다. 약 6개월 정도 공부하면 충분히 취득할 수 있다.


글로벌 자격증은 이력서의 차별화 포인트로 언급한 게 아니고 그 내용 속에는 프로페셔널이 갖추어야 할 자세가 포함되어 있다. 바로 이 내용을 체화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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