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이 공장을 차지할까

폭스콘, 테슬라, 벤츠, 아디다스 사례를 참고하며

by 정재욱

《 비용의 역사 》

인류는 비용을 줄이는 쪽으로 "비가역적인(되돌이킬 수 없는)" 발전을 해 왔습니다.


석기시대에는 먹을 걸 찾아 떠나는 이주 비용을 덜고자 농사를 시작했습니다. 중세 필경사들에게 지불할 필사비용을 덜고자 금속활자를 발명했습니다. 말을 자동차가 대체하면서 말의 엄청난 배설물 처리 비용이 사라졌습니다. 아름다운 풍경을 일일이 그리는 비용을 카메라가 없애 주었습니다. 검색엔진이 개발되어 백과사전을 일일이 찾는 비용을 없애 주었습니다. 휴대폰을 발명하고 기지국을 세워 전화를 걸거나 받으려고 특정 장소에 가야 하는 비용이 사라졌습니다. 전화와 컴퓨터(데이터)와 워크맨(음악)을 따로따로 가져야 하는 비용을 줄이려고 스마트폰을 발명했습니다. 공장과 회사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일일이 손으로 입력하는 비용은 생산관리 소프트웨어(MES)와 전사적 자원관리 소프트웨어(ERP)가 없애주었습니다.


21세기는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면서 공장과 가정에서의 3D(Dirty, Difficult, Dull)가 만들어내는 비용과 위험을 덜어주고자 로봇이 등장하는 시대가 도래하였습니다.


《 폭스콘 》

두 달 전인 2025년 11월 6일, 일본의 닛케이 아시아 에 매우 유의미한 기사가 실립니다.

폭스콘. 이 회사, 애플의 생산 공장 역할에 올인하며 성장한 회사입니다. 이 폭스콘의 새로운 수익원이 바로 AI서버입니다. 아직까지는 애플 아이폰 위탁 생산 매출이 주요 수익원이긴 하지만 머지않은 미래에 AI서버가 주요 수익원 자리를 차지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습니다.


{ 여기서 잠시 용어를 정리합니다. 먼저 AI서버가 일반서버와 다른 점은 CPU 대신 GPU가 설치된 것입니다. 이 AI서버들이 설치된 곳이 AI데이터센터입니다. 전 세계 사용자들이 구글 검색을 하면 데이터센터의 일반서버가 검색결과를 보내주고, AI에게 질문을 던지면 AI데이터센터의 AI서버가 답변을 해 줍니다.


다음은 휴머노이드 로봇입니다. 휴머노이드 로봇이란 사람의 외형을 가지며 사람처럼 이족보행을 하며 두 팔과 손을 사용해 인간의 도구를 다루는 로봇입니다. 최근에는 인공지능과 결합해 '뇌'를 갖게 되어서 휴머노이드는 로봇공학의 최종단계로 불리기도 합니다. 휴머노이드 로봇이 각광받는 또 다른 이유는 사람을 닮은 모습이므로 이들을 위해 생산라인을 별도로 바꿀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사람이 빠지고 그 자리를 휴머노이드가 대신하면 됩니다.}


이제 26년 5월이면 텍사스 휴스턴 폭스콘 공장에서 휴머노이드 로봇이 AI서버를 대신 생산하게 될 것입니다.


폭스콘이 생산시설에 일반 로봇을 투입한 시점은 10년 전으로 올라갑니다. 2016년경, 폭스콘은 중국 쿤산 공장에서 근무하던 11만 명의 직원 중 6만 명을 자체 개발한 '폭스봇(Foxbot)'으로 교체했습니다. 이유는 단순 반복적인 조립 공정에서 발생하는 인건비를 줄이고, 노동자들의 열악한 근무 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함이었습니다. 그 결과, 생산 효율이 대폭 상승했으며, 최근에는 '워커 S2'와 같은 휴머노이드 로봇을 자동차 조립 라인에 추가 투입하며 무인화를 가속하고 있습니다.


폭스콘은 지난 10년간 로봇과 휴머노이드 로봇으로 생산을 하며 안정화한 후 세계 최대 선진시장인 미국에서 로봇 생산의 승부수를 띄운 것입니다. 폭스콘이 그렇게 넘어서고 싶었던 삼성전자는 지난 10년간 정치에 얽힌 오너 리스크로 인해 미래를 준비할 리더십이 없었습니다.


폭스콘은 항상 애플의 하청업체 소리를 들으며 개같이 번 돈을 정승같이 쓸 시대를 노리며 와신상담하고 있었던 것이죠. 그들은 새로운 시대의 애플을 항상 꿈꿨고, 알파고와 이세돌의 세기의 바둑대결이 벌어지던 해에 조용히 행동을 시작한 것입니다. 미래는 준비한 자의 것입니다.


《 테슬라 》

테슬라는 "사람 없는 '외계인 우주선' 공장 지향"합니다. 즉, 일론 머스크는 테슬라 공장을 사람이 거의 필요 없는 고도의 자동화 시설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프리몬트 공장과 기가팩토리 등에서 차체 용접, 도색, 부품 운반 등 대부분의 공정을 거대 로봇들이 담당합니다. 2024년 6월 인간의 노동력을 직접 대체할 수 있는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Optimus)'를 실제 공장에 투입하기 시작했습니다.


테슬라는 사람이 하기 싫어하거나 위험한 반복 작업(나사 조이기, 무거운 부품 옮기기 등)부터 로봇으로 순차적으로 교체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폭스콘, 테슬라가 로봇을 생산에 잘 투입하는 이야기들을 살펴보았습니다. 그런데, 이들의 성공도 당연히 시행착오와 최적화 과정 후에 얻은 열매입니다. 잠시 시계를 9년 뒤로 돌립니다.


일론 머스크의 실수 》

때는 2017년입니다. 일론 머스크는 모델 3 생산 당시 공장을 '외계인 우주선'처럼 완전 자동화하려 했으나, 이는 곧 '생산 지옥(Production Hell)'으로 이어졌습니다.


즉, 복잡하게 얽힌 컨베이어 벨트와 로봇들이 작은 오차에도 공정 전체를 멈추게 했고, 특히 전선 뭉치를 설치하는 등 유연함이 필요한 작업에서 로봇은 그 속도가 너무 느려 전체 생산의 버틀넥(병목) 지점이 되었지요.


머스크는 결국 "테슬라의 과도한 자동화는 실수였다. 정확히 말하면 나의 실수다. 인간은 과소평가되어 있다"라고 인정하며, 로봇 일부를 걷어내고 숙련된 노동자들을 다시 현장에 투입하여 생산량을 맞췄습니다.


그는 로봇이 합류하면서 생길 여러 부작용(사이드 이펙트)을 사전에 충분히 고민하지 못한 것입니다. 특히 기존에 사람이 일할 때의 프로세스를 그대로 유지한 게 실수였죠. 로봇 입장에서 그들의 속도에 맞는 생산 프로세스를 고민하면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은 것입니다.


일론 머스크는 생산지옥을 가까스로 벗어난 후, 이렇게 얘기합니다. "인간은 과소평가되었다"


《 벤츠의 로봇 투입 시도 》

벤츠가 2010년~2012년 사이에 로봇을 도입하였습니다.

2010년대 중반 이후의 자동차 시장은 고객이 원하는 옵션이 수천 가지에 달하는 '개인화'가 핵심 화두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로봇은 한 가지 작업을 똑같이 반복하는 데 최적화되어 있어, 차량마다 다른 시트 재질이나 인테리어 옵션을 즉각적으로 변경하는 유연성이 떨어졌습니다. 그래서, 일부 공정에서 로봇을 줄이고 사람 비중을 높이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그 결과, 벤츠는 로봇을 완전히 없애는 대신, 사람의 판단력과 로봇의 힘을 합친 '협동 로봇(Cobot)' 체제로 전환하며 숙련공의 손길을 다시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사람과 로봇 사이의 협동로봇체제로 전환된 시점은 2020년이었습니다.


《 아디다스의 원상복귀 》
2015년 12월 아디다스는 독일과 미국에 로봇만으로 운동화를 만드는 '스피드팩토리'를 세워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당시만 해도 전 세계는 4차 산업혁명을 이끄는 기업이라고 칭송하기 바빴지요.

그런데, 로봇이 특정 종류의 니트 소재 운동화는 잘 만들었지만, 가죽이나 복합 소재를 사용하는 다양한 모델로 생산 라인을 확장하기에는 기술적 비용이 너무 컸습니다. 60~80개에 달하는 신발 제조 공정을 모두 자동화하는 것보다, 숙련된 인력이 있는 아시아 공장이 더 경제적이었습니다.

2020년, 결국 아디다스는 5년 만에 독일과 미국의 스피드팩토리를 폐쇄하고 기술 일부만 기존 아시아 공장에 이식하며 다시 인력 중심의 대량 생산 체제로 돌아갔습니다.


이처럼 글로벌 리더들은 로봇의 공장 투입을 7~8년에 걸쳐서 최적화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휴머노이드 로봇은 100% 사람을 대체할 수 없습니다.


휴머노이드 로봇의 한계 》

휴머노이드 로봇을 생산 현장의 '사람(숙련공)'과 비교했을 때 나타나는 현실적인 한계와 단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유연한 상황 대처 능력(인지적 순발력) 부족입니다. 사람은 공정 중 발생하는 수만 가지의 돌발 변수에 즉각 대응하지만, 로봇은 정해진 알고리즘을 벗어나면 멈춰버립니다.


두 번째, 물리적 민첩성 및 '공간 적응력'의 한계를 로봇은 가지고 있습니다. 인간의 신체는 지구상에서 가장 효율적인 구조 중 하나인 반면, 로봇은 여전히 둔탁합니다. 휴머노이드는 관절 구조상 가동 범위에 한계가 있고, 특히 균형 잡기에 너무 많은 에너지를 씁니다.


세 번째, '학습 및 전파' 속도와 가성비 간에 비대칭 발생합니다. 한 명의 숙련공을 키우는 비용보다 한 대의 로봇을 최적화하는 비용이 여전히 높습니다. 또한, 로봇은 사람처럼 '스스로 알아서' 개선 아이디어를 내는 창의적 공정 개선(Kaizen)이 불가능하여, 시스템 유지보수를 위해 별도의 고임금 엔지니어가 상주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이제는 공존할 시간 》

휴머노이드와의 공존은 로봇을 '인간의 대체 존재'가 아니라, '인간의 능력을 확장해 주는 강력한 도구'로 정의하는 데서 시작합니다. 로봇은 근력을 제공하고, 인간은 지혜를 제공합니다. 즉, 로봇은'위험/반복', 사람은 '판단/관리'를 담당합니다. 로봇과 인간이 가장 잘하는 영역들입니다.


- 로봇 (3D 전담): 고온, 소음, 분진이 심한 위험한 환경(Dirty), 무거운 물체를 반복적으로 드는 힘든 일(Difficult), 단순 반복적인 지루한 작업(Dull)을 전담합니다.


- 인간 (가치 창출 전담): 로봇이 생성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공정을 최적화하거나, 로봇이 해결하지 못하는 돌발 변수를 처리하는 '최종 결정권자' 역할을 수행합니다.


지금까지 로봇도입 성공사례, 성공에 이르기까지의 시행착오, 휴머노이드의 한계, 인간과의 공존을 살펴보았습니다. 마지막으로 기업과 정부의 역할을 언급하면서 이 글을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 기업의 역할 》


- 기업의 전향적인 자세 필요 : 최근 현대차 노조의 아틀라스 도입 전면 반대 기사에서 보듯 노조의 업무를 바로 대체하는 파괴적인 혁신은 어느 누구에게도 도움이 안 됩니다. 야간작업이나 질식위험공간에서의 작업 등 극한 작업에만 휴머노이드 로봇을 투입하고, UAM 등 아직 성공이 불확실한 신규사업의 생산라인에 휴머노이드를 투입하는 등 노조 입장에서 그네들의 자리를 보호한다는 진정성이 보일 때 성공하는 혁신으로 이어질 것입니다.


- 직무교육 (Reskilling): 로봇에게 일자리를 뺏기는 것이 아니라, '로봇을 다루는 법'을 가르쳐 새로운 직무로 이동할 수 있도록 정부와 기업이 재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합니다. 로봇들을 지휘할 지휘자(Orchestrator)를 양성합니다.


정년퇴직대상인력과 정년퇴직에 가까운 인력들에게 먼저 로봇운영자 직무교육을 제공하면서 계약직으로 재계약하고 대신 그들의 업무에 먼저 휴머노이드를 투입하는 것도 아이디어가 될 수 있습니다.



《 정부/기업의 역할 》


- 로봇세/기본소득: 기업이 로봇을 도입하게 되면 생산성이 높아지고 순이익이 증가합니다. 증가한 순이익을 세금으로 환수하여, 로봇으로 인해 소득이나 일자리 측면에서 원하지 않은 변화에 직면한 이들을 위한 사회적 안전망(기본소득 등)을 마련합니다. 나중엔 선진국 국민들은 마치 요즘의 사우디/UAE의 원주민들처럼 기본수당이 지급될 날이 올 것입니다.


- 기업의 이익 환원 자세: 점차 생산인력구성 비중에 휴머노이드가 높아질수록 기업의 순이익은 커질 것입니다. 그 순이익의 상당 부분은 기존 인력의 양보로 가능함을 기업은 잊지 말아야 합니다. 그래서 순이익의 일정 부분은 제2의 고객인 내부고객, 즉 직원들의 부와 복지에 재투자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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