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조용한 레지스탕스 (2부)

뉴욕타임스 1면 하단 기사의 의미와 함께

by 정재욱

(1부 요약)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시점에 시작된 프랑스 역사 podcast 'Facing History'는 나치에 부역한 비시정권의 적나라한 모습, 나치 부역정권에 맞서던 유태계 수상 Leon Blum의 활동을 통해 프랑스 국민들의 마음속에 시민혁명부터 시작된 공화국 정신을 되살리려고 하고 있습니다.


《 2부 시작합니다 》


이번 역사 podcast 'Facing History'의 성공은 자국 역사에 대한 프랑스 국민들의 열정을 보여줍니다. 그런데, 필립의 생각은 한걸음 더 나아갑니다. " 최근 프랑스의 분위기는 이런 근대사 이야기를 더 잘 받아들이게 해 줍니다. "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1년 전에 시작한 이 역사 podcast를 통해 프랑스 애청자들은 더 큰 전쟁이 그들에게 올 수도 있다는 두려움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동시에, 프랑스에는 극우정치세력이 힘을 키우기 시작했죠. 여론조사 결과, 극우 지도자가 2027년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만약 그렇게 되면 2차 대전 시절 나치에 부역한 비시정권(1940년) 이후 두 번째가 됩니다.


필립의 말입니다. " 사람들은 프랑스 공화국 정신이 2차 대전 이후 다시 위협받고 있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그들은 이에 맞서 싸울 도구를 찾고 있습니다. 2차 대전에서 목숨을 바친 영웅들의 장렬한 죽음에 애청자들은 감정이입을 하며 사회적 고민을 점점 끌어올리고 있습니다. " 필립은 이렇게 명명합니다. " 레지스탕스 기억의 수호신 "


그는 덧붙입니다. " 우리는 역설적으로 과거로부터 벗어나고자 하고 있습니다. "


[ 필립 콜린의 독특한 성장 배경 ]

그도 인정했듯, 필립은 바로 그 "과거"에 대한 강박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는 역사가로 성장하였습니다. 그의 석사 논문 주제가 " 2차 대전 종전 시점에 나치 부역자로 의심받는 이들에 대한 처단 "이었지요.


그는 1975년에, 대서양 쪽에 인접한 브르타뉴 지방의 작은 어촌 Le Fret 지방에서 유치원 교사인 어머니와 해군인 아버지 사이에서 2남 중 장남으로 태어납니다. 그 가족 모두가 전쟁 역사에 대한 공포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 Croson 반도 의 작은 어촌 마을 Le fret >


그에겐 가족사의 비밀이 하나 있었습니다. 그가 따르던 큰 외삼촌 Marcel Grob께서 시민학살로 악명이 높던 나치 조직인 Waffen S. S. 출신임을 나중에 알게 되었습니다.


그는 그 사실을 확인하고 바로, 큰 외삼촌과 인연을 끊었습니다. 그 어른께서 돌아가셨을 때에도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자신에게 다짐했어요. "나는 나치의 장례식에는 가족이라도 참석하지 않는다. "


시간이 흐르고, 그는 큰 외삼촌의 군복무 기록을 입수하고 나서 자신이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한 것을 깨닫습니다. Grob 선생님은 17살 때 강제 징집 당해서 Waffen S. S.에 배치되었던 것입니다. 그는 당시 나치의 강제 징집 명령을 거부할 경우, 가족의 다른 구성원이 대신 독일의 노동 수용소로 끌려간다는 사실도 확인하였습니다. Grob 삼촌은 자신을 희생하며 다른 식구들의 불행을 막은 것입니다.


" 저는 갑자기 자문하였습니다. ' 너는 도대체 Grob 삼촌에게 무슨 짓을 한 거니? ' "


2018년 그는 사죄의 의미로 책을 한 권 출간합니다. 제목은 ' Marcel Grob의 여정 '이었습니다. 그 후 그는 이어서 무려 8년 동안 "Barman of the Ritz"라는 소설을 씁니다.



이 소설은 실존인물 프랑크 마이어의 드라마틱한 삶을 그렸습니다. 파리 리츠 호텔의 전설적인 '헤밍웨이 바'가 자랑하는 최고의 바텐더였습니다.


1940년 나치가 파리를 점령하자 리츠 호텔은 괴링 등 나치 고위 간부들의 숙소로 바뀌고, 헤밍웨이바는 나치 장교들, 스파이, 레지스탕스, 샤넬 등 사교계 명사들이 뒤섞이는 묘한 공간이 됩니다. 동시에 그는 자신이 유태인이라는 사실을 철저히 감춥니다.


< 파리 리츠호텔(좌), 헤밍웨이바(우) >


그곳에서 프랑크 마이어는 거기에서 접하는 나치의 고급 정보를 레지스탕스에 제공합니다. 필립이 이 소설에 8년이나 투자한 이유는 저널리스트답게 철저한 고증을 위해서였지요. 그는 2차 대전 당시의 사회 분위기와 기록을 소설 속에 절묘하게 녹여 놓았습니다.


그가 이 소설을 통해 선과 악이 분명하게 나뉘지 않는 전쟁터 한복판에서, 한 개인이 어떻게 인간성을 잃지 않고 살아남는지에 대한 깊은 질문을 던집니다. 바로 도덕적 모호성에 대한 고찰이지요.


유태인 수상 Leon Blum이 이 나치에 의해 수감되어 고초를 겪은 정치적 상징이라면, 이 소설 속 프랑크 마이어는 적의 심장부에서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생존했던 또 다른 유태인의 삶을 보여줍니다.


< 다시 podcast로 돌아와서 >

필립은 이번 역사 podcast를 통해 프랑스 공화국의 가치를 다시 공감하고 싶었다고 합니다.


공화국의 가치란, 1789년 마리 앙투아넷트의 남편 루이 16세를 폐위시킨 프랑스혁명 당시 만들어진 ' 자유, 평등, 신념공동체 '와 약속은 지켜져야 한다는 사회적인 시스템을 뜻합니다.


필립 콜린은 이러한 공화국의 가치가 최근 극우세력들에 의해 공격당하고 프랑스 사회 전체가 분열되는 작금의 모습에서 1930년대가 다시 오버랩되는 것을 경험하고 있었지요.

" 오늘날 우리는 과격화와 양극화를 마주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분명히 프랑스 내전의 가능성이 잉태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극우들에 의한 과격화와 양극화 문제에 대해서 마치 미국처럼 길을 잃고 있습니다. 현재 미국 내에서는 대화가 사라졌습니다. "


그는 자신의 podcast가 애청자들에게 신경안정제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그러나 여전히 그는 절제하며 겸손함을 잃지 않습니다. " 우리는 정치를 하고 있지 않아요. 단지 역사 podcast를 할 뿐입니다.


《 뉴욕타임스 1면 하단 기사의 의미 》

뉴욕타임스가 1면 하단에 문화·예술 관련 기사를 배치하는 것은 실제로 이 신문만의 독특한 편집 철학을 반영합니다.

1면 하단(below the fold)에 문화, 인간적 스토리, 또는 장기 기획 기사를 배치하는 것은 NYT의 오랜 전통입니다. 이는 "뉴스는 단지 정치와 경제만이 아니다"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죠. 독자들에게 숨 쉴 공간을 주면서도 중요한 사회적 질문을 던집니다

직접적인 정치 논평 없이도 "역사적 순간에 지식인과 예술가의 역할"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것이죠.

워싱턴포스트, 가디언 등도 문화 섹션이 강하지만, 1면 구성에서 NYT만큼 일관되게 문화·예술 기사를 중요하게 다루는 곳은 드뭅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좀 더 경제 중심이고요.

< 뉴욕타임스 1면 하단의 필립 콜린 기사, 2026.1.27일자 >


' 프랑스의 조용한 레지스탕스 '의 글감을 제공한 필립 콜린 이야기도 1면 하단 기사(2026.1.27)였고, 트럼프에 아부하며 자신의 이름마저 바꿔버린 케네디 센터에 대해 절교를 선언한 미국 국립 관현악단과 유명작곡가 필립 글래스가 자신의 교향곡 초연을 취소한 기사(2026.1.28)도 1면 하단 기사였습니다. 이처럼 뉴욕타임스에게 1면 하단은 NYT가 저널리즘을 단순한 사실 전달이 아닌 "시대정신의 기록"으로 보는 시각을 보여줍니다.


< 뉴욕타임스 1면 하단의 케네디 센터 보이콧 기사, 2026.1.28자 기사>


긴 글이었네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준비하는 내내 마음이 따뜻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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