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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쇼샤나 Jun 16. 2017

마음의 병이 몸에 나타날 때

습진 치료는 현재진행중

 잔인한 1월이었다. 같이 살던 혈육이 4년 동안 키웠던 고양이를 데리고 고향으로 내려갔다. 1년 남짓 사귀었던 사람과 헤어졌다. 취준생활을 하며 꽤 의지했던 대들보 같은 친구가 합격해 스터디를 나갔다. 내가 의존하던 사람들이 한꺼번에 떠나버린 것이다. 취업 준비는 늘 그렇듯 러닝머신 위를 달리는 것처럼 진전이 없었다. 순식간에 마음이 많이 멍들었던 모양이다. 습진이 도졌다. 이 병은 어언 4개월째 나를 괴롭히고 있다.


그전까지 나는 습진을 주부습진으로만 알고 있었다. 물에 많이 닿으면 생기는 것인가 생각했다. 어느날 미친듯이 몸이 가려웠다. 예전 같으면 긁고 나면 괜찮아지는데 가려운 증상은 며칠이고 계속됐다. 하도 긁어 팔이 굽는 부분과 목, 허벅지에 벌겋게 상처가 생겼다. 어떻게든 가려움을 떨쳐내고 싶어 여러 가지 방법을 찾아봤다.


1. 집 근처 피부과

의사는 당연히 약 먹고 며칠 후엔 나을 줄 알았던 이 병이 습진이며, 스트레스성이라 완치가 힘들다고 했다. 먹는 약과 바르는 약을 처방해줬다. 약을 먹으면 가려운 느낌이 사라졌다. 사흘 째 꾸준히 약을 챙겨먹었더니 완치된 것 같았다. 더 이상 가렵지 않았고 상처가 난 부위도 많이 가라앉았다. 그러나 처방받은 약을 다 먹고 나니 가려움증이 또다시 도졌다. 그러니까 약은 복용하는 동안만 증상을 가라앉혀 주는 것이었다.


2. 수영 끊기

두 달 동안 세 번 정도 동네 피부과에 간 것 같다. 왜 증상이 호전되지 않는지 이야기를 나누다가 의사가 물에 닿는 일은 따로 하고 있지 않냐고 물었다. 2월부터 새벽수영을 나가고 있다고 말하자 의사는 단호하게 처방을 내렸다. 몸이 더 건조해질 수 있고, 풀에 들어가는 소독제는 피부에 좋지 않으니 수영을 끊어야 한다고. 한창 재밌게 배우고 있던 수영을 하지 못한다니 아쉬웠다. 4월 한 달 동안 수영이 아닌 헬스를 했지만 증세가 딱히 나아지지는 않았다.


3. 대한피부과의사회에 가입된 의사가 진료하는 피부과

계속 낫지 않자 더 좋은 피부과를 찾아봤다. 어디서 듣길, 피부과는 전문의가 아닌 의사도 개업할 수 있어 대한피부과의사회에 가입된 의사가 진료하는 병원에 가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신촌에 있는 한 피부과를 찾았다. 증상을 이야기하니 의사는 심드렁하게 대답했다. 완치라는 건 없다고. 수많은 변인 중 어떤 것이 알레르기 반응을 유발하는지 찾는 건 일반 피부과에서는 불가능하다고 했다. 반응 테스트를 해보려면 대학병원에 가라는 성의 없는 말만 듣고 나왔다. 이 병원에서 처방해준 약 역시 복용할 땐 가려움증이 나아졌다가 다 먹고 나니 재발했다.

프로폴리스는 요구르트에 타 먹으면 꽤 먹을 만하다.


4. 프로폴리스

아토피도 없고 스트레스성 질환도 없던 딸의 몸에 생긴 거무스름한 흉터가 안타깝다며 엄마는 프로폴리스를 사다 주셨다. 면역력 강화에 좋다고 했다. 의사들도 면역력이 약해진 것 같다는 진단을 내렸었다. 프로폴리스를 요구르트에 다섯 방울씩 떨어뜨려서 먹고 있다. 복용 사흘째, 가렵지 않고 많이 나아진 듯했으나 면접을 앞두고 긴장하면서 다시 피부염이 도졌다. 이쯤 되니 스트레스가 어떤 강력한 처방이라도 무너뜨릴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스트레스가 만병의 근원이라는 뻔한 말이 와닿는 순간이었다.


5. 다음은?

결국 내가 어떤 병원을 찾아가고 어떤 것을 먹어도 스트레스를 해결하지 못하는 한 이 병은 완치가 힘들 것이다. 그전까지 나는 내가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잘 몰랐다. 화나거나 기분 나쁜 일이 있어도 금방 잊어버렸다. 그런데 마음의 병이 신체에 바로 표가 나는 일은 처음 겪으면서, 내 마음을 좀 더 들여다봐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여행이라도 한 번 다녀와야 하나 싶다. 확실한 것은 이 치료법이 매우 장기전이 될 것이라는 사실이다. 내 자아를 튼튼하게 하기 위해, 스트레스에 흔들리게 하지 않기 위해 많은 방법을 강구해 보겠다. 반드시 완치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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