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실무란?

볼수록 가관! 무역실무 미생탈출 1-1

by 볼수록 가관

무역실무의 의미


넓은 의미에서 무역이란 모든 종류의 국제적인 거래를 의미합니다. 국제거래의 대상은 실체가 있는 물품일 수도 있고 한때 많이 화자가 되었던 비트코인 같은 무체물일 수도 있습니다. 상표권이나 특허권 같은 법적인 권리나 심지어 아이디어도 경제적 가치가 있다면 거래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국제무역은 다양한 대상의 거래를 포함합니다.

그런데 보통 ‘무역실무를 한다’라고 할 때의 무역이란 단어는 좀 더 좁은 의미로 사용됩니다. 무역실무에 대해 얘기할 때의 무역이란 아쉽지만 멋진 비트코인이나 소프트웨어 같은 무체물을 제외한 실체가 있는 물품(Goods)의 매매만을 의미합니다. 이와 같이 무역의 범위를 좁게 해석하는 경우를 협의(狹義)의 무역이라고 하며, 다른 말로는 국제물품매매 거래라고 합니다. 즉, 협의의 무역이란 서로 다른 국가에 있는 판매자와 구매자가 물품을 팔고 사는 것을 의미합니다.

(반대로 무체물의 거래까지 포함하는 개념을 광의의 무역이라고 부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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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가장 보편적인 국제매매법으로 받아들여지는 규범 중에 CISG(United Nations Convention on Contracts for the International Sale of Goods)라는 유엔협약이 있습니다. 이 규범의 이름을 우리말로 풀면 ‘국제물품매매계약에 관한 유엔협약’이 됩니다. 무역이라는 막연한 단어보다 국제물품매매(International Sale of Goods)란 단어를 사용해서 보다 명확하게 이 규범의 취지를 밝히고 있습니다.

앞으로 이 연재글에서도 무역이란 단어를 넓은 의미와 좁은 의미에서 혼용해서 사용하겠지만 무역실무라는 단어만큼은 국제물품매매거래와 관련된 실무라는 뜻으로 사용할 예정입니다.


물품매매의 관행


물품매매는 현대인들이 거의 매일 접하는 일입니다. 특히 “국내”물품매매는 현대인의 일상 속에서 항상 발생합니다. 아마 오늘 아침에도 편의점에서 “국내”물품매매를 하신 분이 계실 것입니다. 그리고 많은 회사들이 매일 거래처와 “국내”물품매매를 하고 있습니다. 제조기업들은 제품 생산을 위해 필요한 원재료를 구매하고 제품을 생산하면 고객에게 판매를 하고 있습니다. 유통기업은 완성된 상품을 사서 다른 기업이나 소비자에게 판매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 이루어지는 물품매매는 너무나 일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어서 이러한 매매가 일정한 방식으로 성립, 이행된다는 사실에 관심을 잘 두지 않습니다.


혹시 여러분은 한국의 편의점에서 초코바를 사는 방법을 알고 있습니까? 제가 알고 있는 방법을 설명해 보겠습니다. 여러분들이 구매하는 방법과 많이 다른 지 살펴봐 주시기 바랍니다. 먼저 편의점 문을 열고 들어갑니다. 편의점 점원의 인사에는 ‘네, 안녕하세요’라고 웅얼거리듯 대답합니다. 초코바가 있을 만한 곳으로 찾아갑니다. 초코바를 찾으면 카운터로 들고 가서 점원 앞에 올려놓습니다. 그럼 편의점 점원이 가격이 얼마라고 알려 줍니다. 그럼 그에 상응하는 현금이나 카드 같은 지급수단을 전달합니다. 계산이 끝나면 초코바와 거스름돈을 들고 인사를 하는 둥 마는 둥 하며 문 밖으로 나오면 됩니다. 여러분들은 어떻습니까? 저랑 많이 다릅니까?


아마 여러분도 비슷한 방식으로 초코바를 구매할 것입니다. 손님들이 비슷한 방식으로 편의점을 이용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많은 사람들이 그런 방식으로 이용하니까 우리도 그렇게 하는 것이 아닐까요? 다수가 거래하던 방식이 점점 널리 퍼지게 되면 거래가 비슷한 방식으로 이루어지게 됩니다. 이렇게 널리 퍼진 거래의 방식은 실무(practice)라고 부를 수 있습니다.



<경험담>

예전에 저는 근무하던 회사에서 카자흐스탄으로 1년간 파견근무를 나간 적이 있습니다. 그곳에도 편의점은 있었지만 ‘마가진’이라고 하는 독특한 상점 형태도 있었습니다. 아파트 단지 내에 있는 작은 매점과 비슷한 형태입니다. 마가진에서 초코바를 사는 방식은 한국의 편의점과는 조금 다릅니다. 가게의 문을 열고 들어가면 다시 철창으로 된 문이 있습니다. 철창문 뒤로 가게 주인이 있고 그 뒤에는 상품들이 쌓여 있습니다. 손님은 그 철창문 안으로 들어갈 수 없습니다. 철창 밖에서 전시된 물건을 보고 가게 주인에게 얼마인지 물어봐야 합니다. 저는 러시아어를 잘하지 못해서 손가락질로 제가 먹고 싶은 초코바 브랜드를 가리키고 얼마인지 물어봅니다. 가게 주인은 얼마인지 대답합니다. 그럼 저는 그에 상당하는 텡게(카자흐스탄 돈)를 철창문 사이로 넘겨주고 난 뒤에 제가 찾던 초코바를 받을 수 있습니다. 아마도 카자흐스탄은 과거 공산주의 소련의 일부였던 국가여서 예전의 판매 방식이 남아 마가진이라는 형태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같은 물품이라도 국가나 사회에 따라 매매방식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사회적 환경, 관행에 따라 널리 알려진 거래의 방식이 되면 그것이 곧 실무가 되는 것입니다.


기업 간 물품매매의 실무


기업간(B2B) 물품거래를 할 때도 다양한 형태의 실무 방식이 있을 수 있습니다. 업계마다 자연스럽게 형성된 관행들도 있습니다. 제조기업이 생산에 필요한 원재료를 판매기업에 주문하면 판매기업에서 제조기업의 공장까지 물품을 배송해 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거래형태를 특정 업계에서는 도착도(到着渡)라고 부릅니다. 업계 내에서 나름의 관행적인 물품매매 실무 형태가 형성되어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관행이 절대적인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A판매기업은 자신들의 물품을 1톤 트럭 분량 단위로 판매합니다. B 제조기업은 평소에는 한 주에 한번 A판매기업에 1톤 트럭 분량으로 주문을 하는 고객사입니다. A판매기업은 주문을 받으면 1톤 트럭으로 B판매기업에 물품을 공급합니다. 그런데 B 제조기업의 창고가 폐쇄되어 1톤 트럭 분의 원재료를 보관하기 힘든 상황이 되었다고 생각해 봅시다. B 제조기업은 A판매기업에 매일 하루치 원재료인 200Kg를 보내달라고 주문할 수 있습니다. 이에 A판매기업은 1톤 트럭 분량이 안되면 운송을 해주기 어렵다고 말합니다. 그런 경우에 B 제조기업은 매일 자신의 트럭을 A판매기업의 창고로 보내서 원재료 200Kg을 실어 올 수 있습니다. 거래의 방식이 관행과 달라지는 것입니다.


위의 사례에서 사정의 변화가 발생하자 A판매기업과 B 제조기업은 관행과 다른 거래 방식을 취하여 대응했습니다. 이러한 대응은 지금도 쉼 없이 전 세계의 기업에서 일어나는 일입니다. 상황이 변화하여 문제가 발생하면 이해관계자들이 서로 협의하여 새로운 방식을 찾아내서 대응합니다.

회사에서 하는 실무는 대부분 비슷합니다. 업계나 회사 내부에서 관행적으로 이루어지는 업무 과정을 표준화해서 수행하고, 상황이 변하거나 문제가 발생하면 합법적인 범위에서 관행과 다른 대응안을 찾아내 적용합니다.


저는 무역실무란 ‘국제물품매매 거래의 관행을 이해하고 이를 잘 수행하면서, 상황의 변화나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에 합법적인 범위에서 해결책을 찾아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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