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수록 가관! 무역실무 미생탈출 3-2
HS협약
통관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기 전에 HS CODE라고 하는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상품의 분류체계에 대해 간단히 짚어 보겠습니다. HS CODE란, WCO(World Customs Organization, 세계관세기구, 세계 각국의 관세청에 해당하는 기관들의 협의기구)에서 제정하고 1988년 발효된 HS 협약(The International Convention on the Harmonized Commodity Description and Coding System)에 따라 물품별로 부여되는 품목분류번호입니다.
HS는 관세, 무역통계, 운송, 보험 등과 같은 다양한 목적에 사용될 수 있도록 만든 다목적 품목분류제도입니다. 품목분류 체계를 국제적으로 통일하여 국제무역을 원활히 하고 관세율 적용의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한 것입니다.
현재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미국, 일본, 중국 등 약 180여 개국이 HS협약에 가입되어 있습니다.
HS CODE
HS협약에 따른 품목분류번호(HS CODE)를 간단한 예로 설명드려 보겠습니다. 만약 여러분이 태블릿 PC로 이 연재글을 읽고 있다면 그 태블릿 PC의 HS CODE는 8471.30(휴대용 자동자료처리기계)입니다. 우리가 많이 읽는 책(인쇄 서적)은 HS CODE 4901.99(기타의 인쇄 서적 등 이와 유사한 인쇄물)에 해당합니다. 책을 읽으면서 앉아 있는 철제 프레임의 회전의자는 HS CODE 9401.39에 해당합니다. 종종 간식으로 드시는 신선한 포도의 HS CODE는 0806.10입니다.
HS품목분류 체계는 세상에서 상거래가 이루어지는 모든 물품을 위와 같이 6자리 코드(소호, Sub-heading)로 구분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습니다. 현재의 HS분류체계(HS 2022)에는 위와 같은 소호가 5,609개가 있습니다. 세상에서 상거래가 이루어지는 물품의 종류가 너무 많기 때문에 물품에 따라 딱 맞는 소호가 없고 둘 이상의 코드에 분류될 수 있을 것처럼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HS협약은 단순하게 위와 같은 코드표만을 제공하지 않고 통칙(GRI, General Rules for the Interpretation of the Harmonized System)과 주규정(Note)을 두어 둘 이상의 코드에 분류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 물품에 대해서도 하나의 코드에만 분류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일물일처(一物一處)의 원칙, 어떤 물품이든 하나의 code로 분류되어야 한다는 HS협약의 기본정신]
예를 들어 후춧가루(HS CODE 0904.12)와 계핏가루(HS CODE 0906.20)가 혼합된 향신료가 수입되는 경우를 생각해 봅시다. 이런 경우에 주규정(제9류 주 제1)에서 ‘제0904호부터 제0910호까지의 물품의 두 가지 이상의 혼합물은 제0910호로 분류한다.’고 하고 있으므로 그 밖의 향신료 혼합물(HS CODE 0910.91)로 분류해야 합니다.
<심화과정>
동일한 물품을 어느 code로 분류하여야 하는지에 대해 같은 HS 협약의 규정을 해석, 적용하는 데에도 불구하고 관세사나 세관직원 등 전문가들끼리도 의견이 다른 경우가 있다. 그래서 국내에서 HS품목분류에 이견(異見)이 있는 경우에는 관세청 품목분류사전심사 제도 등을 이용해 결정을 받아 두는 것이 안전하다.
또 국가 간에도 HS협약을 해석하는 견해가 조금씩 달라 품목분류에 이견이 발생할 수 있다. 수출하려는 국가와 수입하려는 국가 간에 HS CODE 분류 견해가 다른 경우 수출신고할 때의 HS CODE와 수입신고할 때의 HS CODE가 다를 수도 있다. 수출국과 수입국의 HS CODE가 다르다는 점만으로 문제가 되지는 않지만 FTA 원산지증명서를 발급해야 하는 경우 등에는 문제가 될 수 있다. FTA 협정에 따라 FTA원산지증명서에 HS CODE를 기재해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수입국에서 원산지증명서에 기재된 수출국의 HS CODE를 인정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 같은 경우는 관세청에서 수출국과 수입국의 HS CODE 분류가 상이한 경우에 적용할 수 있는 업무처리지침(품목분류번호 해석 상이 등에 따른 업무처리지침)을 마련하고 있다. 수출국과 수입국 간 HS CODE 견해 차이가 상황에서 FTA 원산지증명서를 발급하거나 적용할 때에는 미리 거래하는 관세사와 협의하여 대응방안을 찾아볼 수 있다.
HSK(관세•통계통합품목분류표)란?
HS협약에 가입된 국가들은 HS품목분류체계에 따라 물품을 분류하되 각 국가의 관세율 적용 및 통계 등의 목적을 위해 이를 더 세분화해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HS 협약에서는 회전의자를 9401.31(목재로 만든 것)과 9401.39(기타)의 2가지로 분류하고 있는데, 아래의 한국의 HSK(관세•통계통합품목분류표)에는 9401.31-1000, 9401.31-9000, 9401.39-1000, 9401.39-9000의 4가지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굳이 세분화할 필요가 없는 항공기용 의자에는 HS CODE 9401.10 뒤에 0000 만 붙여서 9401.10-0000으로 HSK를 만들었습니다. 즉, HSK란 HS협약에서 정한 품목분류를 따르되 한국의 관세 및 통계 목적 상 조금 더 세분화해 놓은 품목분류표입니다.
한국은 HS협약에서 정한 6자리 코드에 세분화를 위해 4자리 코드를 추가로 사용하므로 HSK는 10자리 코드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위의 표에서 볼 수 있는 바와 같이 6자리 HS CODE를 세분화해서 10자리 HSK CODE를 만들어 놓았습니다.
즉, 아래와 같은 방식으로 CODE를 부여합니다.
9401.39(기타의 회전의자) -> 9401.39-1000(기타의 회전의자 중 가죽으로 덮어 씌운 것)
-> 9401.39-9000(기타의 회전의자 중 가죽으로 덮어 씌우지 않은 것)
(2022년 기준 10단위 HSK코드는 11,293개임)
한국에서는 HSK 10자리 코드 기준으로 관세율 및 수출입요건(수출입을 하기 위해 갖추어야 할 조건)을 정하고 있기 때문에 이 코드를 보통 세번(稅番)이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베트남은 8단위 세번, 일본은 9단위 세번, 미국, 유럽은 10단위 세번 사용. HS협약 가입국이라면 앞자리 6자리는 동일하고, 같은 10단위 국가라 하더라도 뒤에 4자리는 각 국가에서 임의로 지정한 코드로 서로 다름)
무역실무 담당자들이 모든 세번이나 품목분류 통칙, 주규정 등을 다 암기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래도 무역실무를 잘하는 실무자라면 자신의 회사에서 취급하는 물품의 세번이 무엇인지 정도는 알고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해당 물품을 수입할 때 관세가 얼마인지, 수출입하기 위해 갖추어야 하는 조건은 무엇인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해당 물품과 관련된 법령이 개정되는 경우에도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습니다. 또한 세번을 알고 있어야만 관세사에게 문의할 때에도 훨씬 빠르게 본질적인 대답을 얻어 낼 수 있습니다.
HS CODE 또는 세번 확인하는 방법
HS CODE나 세번을 확인하는 가장 편리한 방법은 관세사에게 문의하는 것입니다. 요즘은 인터넷이나 온라인에 공개된 자료가 많아 대략의 CODE는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수출입통관이나 FTA 업무 등에 비전문가가 분류한 HS CODE를 바로 사용하는 경우 나중에 추징이나 조사 등의 법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거래하는 관세사에게 인보이스 등 선적서류를 보낼 때 신규 물품에 대해서는 사진, 카달로그, 도면 등의 세번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를 같이 보내주어야 합니다. 관세사가 해당 자료만으로 세번을 판단할 수 있는 경우에는 자신이 판단한 세번을 알려 줄 것입니다. 세번을 결정하기 위한 자료가 부족한 경우에는 추가 서류를 요청할 수도 있습니다. 물품의 특성상 둘 이상의 세번이 경합하는 경우에는 품목분류사전심사 등의 공신력 있는 제도나 다른 합리적인 대응방안을 안내해 줄 것입니다.
관세사에게 세번을 문의하기 전에 온라인에서 세번이나 관세율 자료를 쉽게 조회해 볼 수 있는 사이트도 있습니다. 한국에서 가장 대표적으로 HSK를 조회할 수 있는 사이트로는 한국 관세청의 관세법령정보포털(https://unipass.customs.go.kr/clip/index.do)이 있습니다. 이 사이트에 들어가 보면 한국 및 다른 주요 국가의 세번과 세율을 조회해 볼 수 있습니다. 이 사이트에서 품목분류표를 조회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이 부의 6장[무역실무 미생탈출 3-6] 관세와 관세율에서 좀 더 자세히 다뤄 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