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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eline Jun 06. 2022

덜어내기

집 대청소

힘들었다. 십 년 가까이 비워두었던 집. 서울 짐과 섞여 쓰레기집을 방불케 한 거실과 방들을 보며 공황이 하루에 몇 번씩 찾아왔기 때문이다.

아들은 이미 분가하였고 코로나로 잠시 한국에 왔던 딸이 학업을 재개하기 때문에 8월 초 캐나다로 향하기로 했다. 서울 집은 혼자 생활하기엔 생애비용이 부담되어 고향집으로 터전을 옮기기로 결정하고 일주일 만에 모든 것이 이루어졌다.


열 명의 인원이 투입되어 이틀을 꼬박 정신없이 치우고 정리하였다. 50L 봉투로 백개 이상은 버리고 1톤 트럭에 가득 실려 보낸 고물들! 그리고 가구들의 재배치와 살림들의 정리 정돈.

사람답게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느끼는 요즘이다.

엄마 말을 하면 막 울려~ 우리 집이 이렇게 넓은 집인지 정말 몰랐어. 딸은 정돈된 집을 보며 매일 함박미소를 짓는다.


생에 있어 정말 필요한 것들은 겨우 몇 가지이다. 욕심으로 껴안고 있던 것들에서 해방되고 나니 온 몸이 가벼워진다. 중고마켓을 이용해 적잖이 해결되었다 싶었던 가방과 신발이 아직도 나온다.

이것들 또한 빠른 시일 내 해결해야겠다


자코메티의 조각을 통해 우리는 앙상한 인간의 모습을 볼 수 있다. 탐욕 거짓을 덜어내고 덜어내면 본래의 인간이란 앙상한 나무줄기 같다는 것이다. 자신을 치장하고 본래의 모습을 감추거나 위장?하기 위해 우리는 필요 이상의 물건들로 인해 억눌리고 살아가지는 않는지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는 아침이다.

<걷는사람1/알베르토 자코메티/청동/1961/영국소더비경매한화1200억원낙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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