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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eline Oct 31. 2023

하노이의 핼러윈에 대한 단상.

새벽비가 내리던 하노이는 아름다웠다.

한국시간 새벽 세시 도착하여 택시를 타고 숙소를 향하던 중 기사는 말했다. "비 오는 새벽 하노이를 한 번 봐" 나는 졸음 속에서 창을 내렸다. 마치 안갯속에 잠긴 듯 고요한 하노이는 고풍스럽게 아름다웠다.

비가 내리는 미딩지역은 촉촉하다.

잠깐 눈을 붙였지만 몸은 시간을 기억한다. 한국시간 오전 6시. 현지 시간 오전 4시. 거의 잠을 자질 못했다. 눈이 저절로 떠졌기 때문이다. 커피를 마시며 짐정리를 한 후 잠깐 누웠다 일어나는 순간 '아구~~ 허리야' 감자를 늘 배낭에 매고 다녔건만 오래간만에 서류와 짐을 넣은 배낭을 메었더니 허리가 지탱을 못 한 모양이다. 엉망인 모습으로 기관들을 다닐 수 없어 네일과 마사지를 받기 위해 아구구~~ 소리를 내며 숙소를 나섰다.

하노이 핼로윈 축제가 있었던 쇼핑센터 내부.

길 건너 카페에 젊은 무리들이 오래간만에 가득했다. 엥~ 이곳에 사람들이 왜 많지? 하며 걸었다. 일을 마치고 거리로 나서자 재밌고 흥미로운 분장의 사람들이 넘쳐나는 게 아닌가? 그동안 잠들었던 호기심이 발동하여 물어보자 하노이 핼러윈 축제에 참가한단다. 젊음이 누릴 수 있는 순간! 그들은 행복해 보였다.

카페 안까지 분장으로 바쁜 이들로 북적였다.
자신의 캐릭터는 조커라는 베트남억양의 영어는 알아듣기 힘들다,
네일 샵까지 할로 핳로 할로윈이다.

돌아보니 한국의 현실은 참담하기만 하다. 우리에겐 아픔의 기억이다. 나는 사태 이후 그 어떤 이유로도 이태원 거리를 지나질 않았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지나칠 일이 있을 경우 늘 우회하는 길을 선택했다.


베트남은 미국과 전쟁의 상처가 아직도 남아 있으며 삶의 근원조차도 그렇다. 그런 이들이 미국의 축제를 즐긴다는 아이러니가 이해되지 않았다. 아마 젊은 세대들에겐 역사의식보다는 단순히 문화를 즐기고자 하는 욕망의 표현일 수 있겠다 이해했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은 씁쓸했다. 타문화를 거부하는 것은 발전이 없으나 의식 없는 문화상대주의 또한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자국의 고유문화에 타국의 문화를 받아들이고 이해하는 것은 매우 긍정적인 현상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러나 이러한 의식불명의 행사는 다시 한번 생각해 봤으면 한다.

내가 좋아하는 콩카페 안도 할로윈을 준비하는 이들은 바쁘기만 했닺

어제는 각 기관들을 돌며 긍정적인 답을 듣고 돌아왔다. 허리는 더 드라마틱하게 고통스러워지고 있다. 오늘은 쉬고 내일부터 다시 움직일 생각이다.


마지막으로 우리 곁을 떠난 그들의 영혼에 깊은 애도와 안녕을 바라본다.


피곤으로 인해 일찍 잠든 결과 현지시간 새벽 세시에 눈이 떠져 기관들에게 메일로 자료들을 보낸 후 몇 자 끄적여 본다.



https://youtu.be/WczI5vaARzg?si=Kj3cPSr8OfRa_apI

이수현/소리 드라마 미스티선샤인OST중에서

이수현의 목소리를 들으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방 가득 창문 밖에서 불어오는 찬 기운과 풀벌레소리가 수현의 목소리와 어우러져 새벽시간이 평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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