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인지 몸살인지 며칠을 앓았다. 일어나 움직이기도 힘든 상황이지만 일은 해야 하니 어쩔 도리없이 움직일 수밖에. 겨울 햇살이 가득한 나의 집이지만 현재 마음의 공간만큼 몸이 시려 온몸을 칭칭 돌려 매고 하루 종일 의자에 앉아 있던 날 나에게 많은 것을(지극히 사적인 또한 일적으로 계약서 등등) 교류하고 있는 나름 그의 분야에서는 한국 최고의 화가라는 명성을 갖고 있는 그가 나를 부르는 벨소리가 울렸다. "셀린~ 요즘 어떻게 잘 지내고 있어?" "네 그럭저럭요. 콜록콜록~ 감기인지 몸살인지 나이가 들긴 했나 봐요." "우리 예쁜 셀린 아픈데 어떻게 하지? 나 부탁할 게 있어 연락했는데." "부탁이요? 또 무슨 부탁~ 나 아프다니까요"하며 짜증 섞인 답을 하자 "3월에 기획전이 있어. 그때 내 자선전 출판기념회를 할 예정이야. 내가 글을 정리해 놨으니 한 번 읽어봐 주고 어색한 부분은 정리를 해 줘 봐" "아구~ 작가님 글이 그렇게 쉽게 나오나요? 3월 출판기념회인데 지금부터 써도 제가 꼬박 몇 달을 앉아 정리해야 할 텐데. 난 몰라요. 아 진짜 못됐어." "글쎄 일단 글을 읽어 보고 출판사 사장과 연락하면 될 거야" "저도 지금은 4월에 기획전이 있어 좀 바빠요. 일단 현재 일들 정리 후에 보내 주신 글 읽어보고 연락드릴게요" "그래~ 고마워. 몸 잘 챙기고. 셀린 무너지면 진짜 우리다 끝이다." "지금 아픈 사람한테 협박까지 하시고 정말 나빠요." 하며 그렇게 통화를 마쳤다.
다행인 건 어제부터 나의 몸은 거의 정상의 상태로 돌아왔다. 눈과 추위 그리고 몸살로 인해 매일 집에만 있던 감자는 오랜만에 토끼질(산책 때 토끼처럼 잘 뛰기 때문이다.)을 하고는 흙투성이가 되었다. 집으로 돌아와 향기가 폴폴 나는 감자와 잠깐의 사랑을 나눈 후 약속이 있어 집을 나섰다 저녁이 되어 돌아왔다. 음악을 틀어 놓고 앉아 나의 일은 뒤로하고 작가님이 보내 주신 자료를 바라보며 어디 보자~ 또 뭐라고 썼을까? 하는 가벼운 마음으로 다운로드한 파일을 클릭 후 파일을 열자 55장이라는 긴 페이지에 빼곡한 글이 앉아 있는 게 아닌가? 그럼 어디 볼까? 하고는 가벼운 마음으로 읽기 시작한 글에 몰입이 되어 오늘 새벽 일어나 끝까지 다 읽어 버렸다.
나의 발걸음은 어디를 향하고 있는걸까?
인간이란 매우 이기적인 동물이기에 자신의 아픔만을 바라보는 경향이 많다. 나 또한 그런 경우가 있다. 자기 연민에 빠져서는 말이다. 우리가 관계 속에서 개인의 미시사적인 내용을 누군가에게 전하는 것은 쉽지 않다. 완전히 내밀한 그런 내용들에 대해서. 오늘 글을 읽으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아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라는. 평소 상대를 그대로 받아들이고 이해한다 생각하며 살아왔던 나를 반성하였다. 나 또한 겉으로 보이는 모습이 전부라고 생각하는 편협함이 내면에 자리하고 있었구나 하면서 말이다.
그의 글은 솔직했다. 그리고 따듯했다. 평소 내가 알고 있던 그의 모습이란 것은 삶이 주는 복잡하고 다양한 성장과정이 있었기에 한국 최고라는 명성을 얻고 자리할 수 있었구나 하며 그에 대한 연민과 존경심? 까지 느끼게 되었다. 평소에 약물을 매일 삼키며 이렇게까지 삶을 연장해야 하는 걸까? 하는 생각으로 살아가던 나는 글을 읽고 난 후 그처럼 다양하고 거친 과정의 바다에 던져졌더라며 어떤 선택을 했을까? 하는 생각에 나약하며 내 아픔만을 중요시했던 그 이기적임에 반성해 본다. 그렇다고 내가 겪었던 일들이 정말 보잘것없는 것들이라는 말이 아니다. 때론 나의 아픔의 깊이와 경험으로 상대를 바라본다면 그 이해가 더 깊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감자를 찾아라~~^^
아픔의 결은 다를 수 있으나 그것을 바라보고 헤쳐나가는 방법은 개인마다 다르다. 무너지는 이들과 그렇지 않은 이들과 나눈다고 할 때 선택의 중요성은 바로 '마음으로 바라보기'라는 것이다. 어떤 마음가짐으로 문제를 바라볼 것인가? 말이다. 이 아침 조금 더 나은 사회인으로, 작게라도 누군가에게 보탬이 되는 그런 인간으로서 살아가야겠다 다시 한번 마음을 다독여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