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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eline Jan 12. 2024

감기에 대한 단상

며칠 전부터 없던 두통이 있었다. 요즘 예민해져 그런가 보다 했다. 그런데 몸이 쑤시고 결리고 힘없고. 자고 일어나 일등으로 병원치료를 받았다. 별일에 다 일등을 한다. 하루 복용해야 하는 약을 세 번 복용했다. 어젠 입맛이 없고 목이 아파 배달 주문한 아이스크림 반통을 먹고야 아~ 배불러하고는 잠들었다. 일어나 메일함을 열어보았더니 일거리는 밀려 있었다. 새벽 3시부터 지금껏 답변을 하고는 조금 아침약을 복용하였다. 가끔 이렇게 무력하게 바이러스에게 침략을 당한다. 막으려 해도 어쩔 없이 무력하기만 하다. 한국으로 돌아와 답답함과 예민함이 극에 달해 있었기에 아무래도 이번 감기는 신줄을 놓아 버려서 것만 같다. 나의 정신 씨는 아무래도 아직 한국에 도착을 못한 모양이다. 마치 향수병에 걸린 마음이 허하다. 그곳에서 20여 일을 머물 땐 감자와 아빠가 그리웠다. 그런데 돌아오니 다시 그곳이 그립다. 이런 이기적이고 못된 마음 같으니라고.

총총걸음으로 눈 길을 뛰어 다니는 감자. 사랑스럽다.


하노이에서 출발하기 전 대학원 동생에게 연락이 왔다. 나와 나이 차이가 스무 살 정도 되는데도 그녀는 나에게 언니라고 부른다. "언니~ 저 00 중앙박물관에 합격했어요. 그런데 가야 할지 망설여져요." "아구~00아 축하해. 너무 기쁜 일인데 왜 망설여져? 지금 있는 박물관 일이 단순해서 재미가 없다고 하지 않았어? 그래서 너를 가장 힘들게 하는 게 뭔 것 같으니?" "그냥요. 제가 잘할 수 있을까도 걱정되고 이런저런 일들이 다 그래요." "00아. 내 생각에는 넌 지금껏 서울을 벗어난 적이 없잖아. 지금 이 기회에 서울을 벗어나 지방에서 한 번쯤 살아보는 것도 너에게 큰 도움이 될 거라고 언니는 생각해. 그리고 중앙박물관 소속인데 그런 큰 곳에서 일을 하는 것도 경험이 될 거야. 그러니 너 자신을 믿어봐. 지방도시지만 전국에서 찾아오는 박물관이며 넌 그곳에서 분명 성장할 거야. 일 뿐만 아니라 온전히 혼자 살아야 하니까." "언니~ 늘 감사해요. 힘이 나요." 그렇게 전화통화를 마치고 난 두세 시간 후 다시 전화가 왔다. "저 아무래도 가지 말까 봐요. 그냥 자꾸 겁이 나고 그래요." "00아 언니는 이 나이에도 무언가를 하려고 일을 해. 이렇게 멀리까지 와서 말이지. 이건 단순히 일만 하는 게 아니고 용기가 있어야 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 그리고 안되면 말지 하는 생각도 하고 말이야. 난 나의 한계를 실험하고 있어. 너에게도 그런 시간이 필요하지 않겠니? 선택은 너의 몫이니 잘 생각해." "네~ 언니 다시 생각해 보고 연락드릴게요". 그녀는 늘 조용하다. 나와 수업을 받던 십여 년 전에도 그랬고 늘 혼자였다. 그런 그녀와 나는 가까이했었다. 졸업 후엔 더 자주 만나 대화를 나누고 술도 가끔 마시며 지금까지 함께하고 있다. 석사 논문의 주제도 특이했던(북한미술 중 선전포스터에 대한) 아주 기특했던 그런 그녀였다.

며칠 전 감자와 첫데이틀 했었다.

그녀의 첫 직장은 전공과는 전혀 다른 인터넷 회사였었다. 그런 그녀를 보며 안타까웠었다. 그러나 그녀는 용기를 냈고(신체적 결함이 있음) 드디어 박물관이라는 곳에 발을 내딛게 되었다. 한국으로 돌아와 녹초가 되어 쓰러져 있을 때 연락이 왔다. "언니~ 저 00으로 왔어요." "아구~~ 잘했다 잘했어" "그런데 여긴 서울과 달리 밤이 너무 까만 빛이에요." 현란밤의 빛 속에서 살던 그녀가 지방에 자리를 잡았으니 신기한 것이 오죽 많을까. 귀여운 그녀와 잠깐의 수다를 떨었었다.

집으로 돌아기기 싫어 시위 중~~

일이란 것은 행동하면 어떤 것이든 생기지만, 행동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생기지 않는다. 요즘 그런 것을 절실히 느끼고 있다. 이것저것 생각하고 나를 의심하다 보면 아무 결과도 얻지 못한다. 때론 무모함을 바탕으로 한 용기도 필요하다. 이곳저곳 아무 곳이든 나를 보여야 한다. 그래야 어떤 결과든 얻을 수 있다. 그 결과 속에서 자신을 발견할 수 있는 인생의 기회를 얻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 망가진 몸으로 일을 처리하면서 이렇게 까지 일이라는 것을 해야 하는 건가라는 의문이 들기도 하지만 이 나이에 이 분야의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함을 갖게 되니 정신이 맑아졌다.

아구 이뻐라.내 눈엔 네가 젤 이뻐 감자야~

감기라는 것이 나를 찾아와 나의 발목을 붙들고 있지만, 나는 그것을 떨쳐내려 한다. 따듯한 환경을 만들고 몸을 보호하고 말이다. 정신도 마찬가지이다. 나를 붙들고 있는 장애물이 있다면 기꺼이 맞아 줄게라는 큰 배포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 생각의 전환! 그것이야 말로 내가 한 발 더 나아가는 길이라는 점을 이 아침 말하고 싶다. 무언가 망설여지거나 자신을 어떤 한계에 가두고 있는 누군가가 있다면 말하고 싶다. "자신을 믿어 보세요. 결국 돌아서 가더라도, 시간이 걸리더라도 내가 희망이라는 끈을 놓지 않고 있다면 언젠간 기회는 주어지는 것이나, 그 기회는 준비된 자만이 잡을 수 있답니다". 마음속 깊이 침투한 바이러스가 있다면 툴툴 떨어 버리길 간절히 소망한다. 또한 이것저것 저울질하다 보면 아무것도 얻지 못한다. 다 가질 수는 없다. 포기할 것은 시원하게 정리해 버리고 그렇게 환경에 적응하다 보면 새로운 기회를 맞이하게 될 것이며 다시 한 걸음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을 말하며, 응원을 보낸다. '날기 위해선 시간이 필요하다!' 나의 좌우명 같은 주문을 말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PbhbquiU3Fs

Be Your Self. 연주 Roman Andor Krot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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