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부터 없던 두통이 있었다. 요즘 예민해져 그런가 보다 했다. 그런데 몸이 쑤시고 결리고 힘없고. 자고 일어나 일등으로 병원치료를 받았다. 별일에 다 일등을 한다. 하루 두 번 복용해야 하는 약을 세 번복용했다.어젠 입맛이 없고 목이 아파 배달 주문한 아이스크림 반통을 먹고야 아~ 배불러하고는잠들었다. 일어나 메일함을 열어보았더니 일거리는 밀려 있었다. 새벽 3시부터지금껏 답변을 하고는 조금 전 아침약을 복용하였다. 가끔 이렇게 무력하게 바이러스에게 침략을 당한다. 막으려 해도 어쩔 수 없이 무력하기만 하다. 한국으로 돌아와 답답함과 예민함이 극에 달해 있었기에 아무래도 이번 감기는 정신줄을 놓아 버려서 온 것만 같다. 나의 정신 씨는 아무래도 아직 한국에 도착을 못한 모양이다.마치 향수병에 걸린 듯 마음이 허하다. 그곳에서20여 일을 머물 땐감자와 아빠가그리웠다. 그런데 돌아오니 다시 그곳이 그립다. 이런 이기적이고 못된 마음 같으니라고.
총총걸음으로 눈 길을 뛰어 다니는 감자. 사랑스럽다.
하노이에서 출발하기 전 대학원 동생에게 연락이 왔다. 나와 나이 차이가 스무 살 정도 되는데도 그녀는 나에게 언니라고 부른다. "언니~ 저 00 중앙박물관에 합격했어요. 그런데 가야 할지 망설여져요." "아구~00아 축하해. 너무 기쁜 일인데 왜 망설여져? 지금 있는 박물관 일이 단순해서 재미가 없다고 하지 않았어? 그래서 너를 가장 힘들게 하는 게 뭔 것 같으니?" "그냥요. 제가 잘할 수 있을까도 걱정되고 이런저런 일들이 다 그래요." "00아. 내 생각에는 넌 지금껏 서울을 벗어난 적이 없잖아. 지금 이 기회에 서울을 벗어나 지방에서 한 번쯤 살아보는 것도 너에게 큰 도움이 될 거라고 언니는 생각해. 그리고 중앙박물관 소속인데 그런 큰 곳에서 일을 하는 것도 경험이 될 거야. 그러니 너 자신을 믿어봐. 지방도시지만 전국에서 찾아오는 박물관이며 넌 그곳에서 분명 성장할 거야. 일 뿐만 아니라 온전히 혼자 살아야 하니까." "언니~ 늘 감사해요. 힘이 나요." 그렇게 전화통화를 마치고 난 두세 시간 후 다시 전화가 왔다. "저 아무래도 가지 말까 봐요. 그냥 자꾸 겁이 나고 그래요." "00아 언니는 이 나이에도 무언가를 하려고 일을 해. 이렇게 멀리까지 와서 말이지. 이건 단순히 일만 하는 게 아니고 용기가 있어야 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 그리고 안되면 말지 하는 생각도 하고 말이야. 난 나의 한계를 실험하고 있어. 너에게도 그런 시간이 필요하지 않겠니? 선택은 너의 몫이니 잘 생각해." "네~ 언니 다시 생각해 보고 연락드릴게요". 그녀는 늘 조용하다. 나와 수업을 받던 십여 년 전에도 그랬고 늘 혼자였다. 그런 그녀와 나는 가까이했었다. 졸업 후엔 더 자주 만나 대화를 나누고 술도 가끔 마시며 지금까지 함께하고 있다. 석사 논문의 주제도 특이했던(북한미술 중 선전포스터에 대한) 아주 기특했던 그런 그녀였다.
며칠 전 감자와 첫데이틀 했었다.
그녀의 첫 직장은 전공과는 전혀 다른 인터넷회사였었다. 그런 그녀를 보며 안타까웠었다. 그러나 그녀는 용기를 냈고(신체적 결함이 있음) 드디어 박물관이라는 곳에 발을 내딛게 되었다. 한국으로 돌아와 녹초가 되어 쓰러져 있을 때 연락이 왔다. "언니~ 저 00으로 왔어요." "아구~~ 잘했다 잘했어" "그런데 여긴 서울과 달리 밤이 너무 까만 빛이에요." 현란한 밤의 빛 속에서 살던 그녀가 지방에 자리를 잡았으니 신기한 것이 오죽 많을까. 귀여운 그녀와 잠깐의 수다를 떨었었다.
집으로 돌아기기 싫어 시위 중~~
일이란 것은 행동하면 어떤 것이든 생기지만, 행동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생기지 않는다. 요즘 그런 것을 절실히 느끼고 있다. 이것저것 생각하고 나를 의심하다 보면 아무 결과도 얻지 못한다. 때론 무모함을 바탕으로 한 용기도 필요하다. 이곳저곳 아무 곳이든 나를 보여야 한다. 그래야 어떤 결과든 얻을 수 있다. 그 결과 속에서 자신을 발견할 수 있는 인생의 기회를 얻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 망가진 몸으로 일을 처리하면서 이렇게 까지 일이라는 것을 해야 하는 건가라는 의문이 들기도 하지만 이 나이에 이 분야의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함을 갖게 되니 정신이 맑아졌다.
아구 이뻐라.내 눈엔 네가 젤 이뻐 감자야~
감기라는 것이 나를 찾아와 나의 발목을 붙들고 있지만, 나는 그것을 떨쳐내려 한다. 따듯한 환경을 만들고 몸을 보호하고 말이다. 정신도 마찬가지이다. 나를 붙들고 있는 장애물이 있다면 기꺼이 맞아 줄게라는 큰 배포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 생각의 전환! 그것이야 말로 내가 한 발 더 나아가는 길이라는 점을 이 아침 말하고 싶다. 무언가 망설여지거나 자신을 어떤 한계에가두고 있는 누군가가 있다면 말하고 싶다. "자신을 믿어 보세요. 결국 돌아서 가더라도, 시간이 걸리더라도 내가 희망이라는 끈을 놓지 않고 있다면 언젠간 기회는 주어지는 것이나, 그 기회는 준비된 자만이 잡을 수 있답니다". 마음속 깊이 침투한 바이러스가 있다면 툴툴 떨어 버리길 간절히 소망한다. 또한 이것저것 저울질하다 보면 아무것도 얻지 못한다. 다 가질 수는 없다. 포기할 것은 시원하게 정리해 버리고 그렇게 환경에 적응하다 보면 새로운 기회를 맞이하게 될 것이며 다시 한 걸음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을 말하며, 응원을 보낸다. '날기 위해선 시간이 필요하다!' 나의 좌우명 같은 주문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