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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eline Dec 18. 2024

아~~ 그거 있잖아. 맞아 그거!

기억에 대하여.

이  나이가 되고 나니 대화 중 아~ 기억난다. 그거 맞아 그  이름이 뭐더라 하여간 그거. 명사를 '그거'라는 통칭으로  이해하는 암묵적 명사룰이 생겼다. 그래서 궁여지책으로 생각해 낸 것이 바로 작은 메모장을 들고 다니는 것이다. 생각이 휘발되기 전 단어나 문장을 적어 놓는다. 앞의 상황이 발생할 때도 꺼내보기 좋기에  이제 나의 휴대물품 중 하나가 되었다.

베트남 레커화가 루얀과 함께. 그들에게 과거란 잊지 않는 것이 사명이자 삶이다.

하노이에 도착한 날부터 삼일 정도 몸살을 앓았다. 감자를 데리고 오는 여정?(출국서류를 다 준비했음에도 불구하고)이 그날따라 생각만큼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곤 살만하다 싶을 때 어마무시한 추위로 감기로 또 고생을 하였다. 갱년기 증상에 이 모든 게 겹치니 일은 생각지도 못했다. 오늘은 화창하다. 어젯밤 하노이로 연수를 온 친구를 만나러 한밤에 그녀가 묵고 있는 호텔에 다녀와서 인지 몸도 맘도 날씨만큼 가볍다. 현재 한국에 흐르는 공기와 다르게 말이다.

택시 이동 중 감자는 연신 냄새를 맡는다. 기억을 붙들기 위해. 호기심 어린 차분한 내 딸.

잊으려 해도 몸속 어딘가에 깊이 박혀 생존본능으로써의 기억 그리고 꽉 쥐어 버렸으나 그 힘이 자연스럽게 풀려 시간이라는 강물을 따라 흘러가 버리는 기억 중 나에게 두려운 것은 전자이다. 이렇게 기억이린 인간 삶에 전반적으로 중요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사고를 도저히 할 수 없는 부류들이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을 뒤집은 일이 벌어졌다. 두려웠다. 그냥. 막연하게. 눈물범벅에 손이 떨리고 숨통이 막혀 거실바닥에 쓰러졌었다. 잠시 후 간신히 집어든 전화기에서 흘러나오는 언니와 아들의 목소리를 듣자 안심이 되어 하노이로 향할 수 있었다. 내게 기억이란 이토록 몸을 무섭게 지배하고 있다.


모든 기억이 휘발되고 싶을 때도 있었다. 현재도 가끔 그런 생각이 들곤 한다.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할 것들은 나이라는 것이 따라가질 못하게 한다. 그래서 메모장은 내게 보조기억장치가 아니라 주기억장치의 역할을 한다. 가끔 메모장이 없을 때 전화기에 간단히 적어 두기도 한다. 불필요하게 왜 직접 메모를 하는가에 대한 의문을 가지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책도 종이책을 선호하며 손으로 직접 끄적이는 아날로그적 방식이 좋다. 손으로 전달되는 필기도구의 사각대거나 미끌거리는 느낌까지 전달되기 때문이다.

나의 Anh과 베키,.감자와 만남. Oh my goddess ~ it's so cute  gamja 식사 후 카페카푸는 부드러웠다. 너의 한국은 존경 받아야 해. 정말 대단해.

가끔 설거지나 집안일을 하며 뜬금없이 감자야~하고 부르곤 한다. 들은 척도 않지만 말이다. 엄마가 씹던 껌이 되어 버린 것인지. 쩝쩝! 그럴 땐 어~ 내가 왜  갑자기 감자를 부르지? 하는 의문이 들곤 했는데 며칠  한 신경정신과 전문의의 강의에 우리는 갑자기 부끄러운 일이나 민망했던 기억이 떠오를 때면 해소를 위해 혼잣말을 중얼거린다는 내용이 있었다. 우리는 살아가며 소소하고 작은 일에도 감정을 느끼고 이불 킥을 날리거나 나와 같이 혼잣말을 중얼거린다. 누군가에게나 어린 시절 순수했던 기억이 남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철저히 순수와 따스함을 거세당한 기억스스로 위로? 왜곡시키며 현재만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것이 있다. 명사를 잊어 입에 달고 살던 그거가 아닌 그 사실! 대명사로 말이다. 우리는 메모장에 찰나의 순간을 잡아 기록하였으며 그것을 곱씹고 또 곱씹을 것이라고 말이다. 이러한 사실에 나이는 장벽이 되지 않는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나의 풍경이다. 감자의'베낭만이 내곁에 있다. 이상한건 내가 여기 앉아 있으면 벳남 사람들은 자꾸 사진을 찍는다. 뭐꼬? 오늘도 초상권침해의날

처음 이 글을 쓰기 전엔 기억이란 것에 대한 개인적 생각을 풀어놓으려 했으나 글이 쓰이자 현재 내가 잠식되어 있는 사고의 방향이 다르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노트북을 들고 오질 않아 작은 화면에 글을 쓰다 보니 글의 흐름이 중구난방임(사실 나의 글은 늘 그렇다ㅎ)을 이해해 주시길 바란다. 감자의 미용을 위해 이곳 병원에 맡기고 오래간만에 홀로 시간을 보내며 독자들께 안부를 전해본다. 감사하고 고맙습니다. 함께하지 못해 미안합니다. 곧 돌아가 함께하겠습니다. 하노이의 어느 카페에서.



https://youtu.be/0Ka971Yrroo?si=J8I-_I9pLXmtnQFi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 중 지금'이 순간/홍광호/지난 주부터 이 노래만 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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