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샤워를 마치고 멸치육수를 내어 떡국을 끓여 먹고는 하노이의 강남인 빠찌에우를 다녀왔다. 이곳저곳을 시간 될 때마다 들러 걷곤 한다. 나이가 들었음을 실감한다. 한마디로 피곤 그 자체이다. 택시에서 내려 감자와 동네카페에 앉아 쉬고 있다. 벳남 꼬마 숙녀가 감자를 안고 싶어 안달인 눈치라 영어를 하냐는 나의 질문에 반가워하며 다가와 몇 마디를 나누었다. 8살이라는 사실에 매우 놀라워한다. 숙녀의 엄마는 감자가 1 살인줄 알았다며. 그녀의 친구들은 오늘 ' 감자'라는 한국말을 배웠다. 이렇게 시간은 흐르고 있다. 1월 1일이 뭐 별거인가? 따스한 눈빛과 대화?를 한다는 것이 지금 이 순간엔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벽과의 대화는 답이 없으니 차라리 좋다. 입이 있어 다 뱉어내는 것은 답이 아니라 무식이다. 맞다. 무식이다.
멀리 고풍?스런 별다방이 보인다.
길에서 마시는 사탕수수의 단맛과 얼음의 시원함이 좋다.
얼마 전 모협회 회장님께서 하노이 도착하시어 나를 만나기 위해 부회장님과 여러 분들과 이곳까지 오셨었다. 식사 후 잠깐 카페에 들렀을 때 팔순을 바라보시는 회장님께서 "윤대표가 올해 몇 살이지?" "아~~" 머뭇대었다. 기억이 나질 않았다. 순간 내가 몇 해를 살았는지는 삶에 있어 중요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스쳤다. "아구 회장님 제가 0 띠인데 몇 살인지는 모르겠어요." 나이를 잊고 산지가 오래되었다. 가끔 병원에 갈 때 모니터에 쓰인 나이를 보고는 한 것도 없는데 나이가 이렇게나 됐나 싶을 때가 있다.
슬리퍼를 장만하러 들른 매장에서 환히 웃고 있는 내사랑.
가끔 엄마 생각이 난다. 엄마는 어땠을까? 이런저런 감정을 솔직히 나누며 서로를 이해할 여유가 생기기도 전 곁을 떠나버린 엄마가 가끔은 원망스럽다.(이기적이기도 하다. 곁에 계실 땐 왜 질문과 답을 하지 않았는지. 순간마다 이유야 있었겠지만.) 나이가 들고나니 온전히 나를 받아줄 곳이 줄어든다. 아니 내겐 없다. 아기짓을 하며 자식들에게 외롭다 힘들다 하는 어른아빠의 집 그리고 텅 비어 차가워진 아파트. 그래서 엄마가 더 그립다.
코까지 골며 피곤을 달래는 나의 감자. 미안타 곧 우린 집으로 갈거야. 조금만 고생하자. 쓰담쓰담~~♡
새해라는 것은 이제 의미가 없다. 그저 어제의 연장인 하루일 뿐. 감정도 무뎌진다. 존재하는 것은 나를 지키기 위한 몸부림뿐이다. 이렇게 또 한 해를 보내다 보면 나는 어떤 모습으로 있을까? 생각하니 머리에서 보신각 종이 울린다. 딩띵~~~
누구에겐 새로운 소망의 시간이겠지만 삶의 시간이란 고유 시간이다. 각자만의 시계에 따라 또각또각 흐른다는 것이다. 충만하기도 기망하기도 하는 시간에게 말하고 싶다."시간아~~ 그래 너 가고픈 곳으로 가렴~~ 가끔은 나도 방향을 틀어 댈 테니 기대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