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짱고책방

여성에게 운전할 권리를 허하라

<위민 투 드라이브> 마날 알 샤리프 저

by 짱고아빠

누군가 바꿔주기를 기다리지 않고 자신의 삶에서 주인으로 행동하기로 결정한 순간 변화가 시작되었다고 이야기한다. 마치 비가 한 방울의 물에서 시작되는 것처럼 말이다. (p.319)


히잡을 쓴 여인의 초상, 그리고 여성에게 운전을(위민 투 드라이브)라는 타이틀에서 중동의 여성해방 메시지를 담은 책이라는 건 쉽게 드러난다. 알고 읽었음에도 무척이나 놀라웠던 건 이 책의 주인공 마날 알 샤리프의 나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여성에게 운전면허증이 허락된 건 불과 5년 전 2017년의 일이라는 점이다. 그랬다. 이 책은 옛날 옛적에 일어난 일이 아니다. 지금도 지구 한편에서 일어나고 있는 끔찍한 학대에 대한 보고서이자 우리가 여전히 관심 가져야 할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책은 저자인 마날 알 샤리프의 일을 겪은 자전적 메시지다. 여성 할례로 그와 그녀들의 학대의 역사는 시작된다. 가문이 정해준 남자와 결혼해야 하고(심지어 조혼이라도 상관없다), 여성은 모든 종류의 운동이 금지된다. 어떠한 절차도 없이 남자가 '이혼하겠다'라는 의사를 밝히면 이혼이 성립된다. 동성애는 사형에 처해지고, 외국인과 결혼하려면 내무장관의 특별 허가를 받아야 하며, 스타벅스조차 여성의 출입을 제한한다. 이 믿기지 않는 일이 지금 사우디 왕국에서 벌어지고 있다.


마날은 운 좋게도 이 사회 안에서도 대학을 다녔고, 직장에서의 해외 체류 경험을 통해 사우디 밖에서 일어나는 일을 목도하게 된다. 재미있는 건 그런 교육을 받았지만 그녀 역시도 이슬람 근본주의자를 자처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경험을 통해 그는 질문한다는 점이다.


다른 사회의 여성들에게는 당연한 것이 왜 사우디 여성에게는 불가능한가?


결국 그녀는 '여자가 운전을 했다'라는 이유로 경찰에 체포된다. 이 일은 외신에 전해지며 사우디의 여성인권 이슈를 전 세계에 던지는 계기가 되었으며, 의도치 않게 그녀는 여성 인권 운동가로 떠밀려 나온다. 이후의 삶은 그녀의 뜻대로 흘러가지만은 않았던 것 같다. 그냐는 '위민 투 드라이브' 운동의 맨 앞에 서게 되었고 가부장적 이슬람 사회와 맞서게 되었다. 그리고 그녀는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을 거부하지 않았다. 마날은 계속 전진했다. 이후 그녀는 사우디 최초의 가정폭력 방지법이 통과되도록 하는 캠페인을 펼쳤으며, 위민 투 드라이브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지원했다.


변화는 서서히 하지만 분명한 모습으로 일어났다. 여성의 운동이 금지된 사우디에서 2016년 리우 올림픽에 4명의 여성이 출전했고, 사우디 의회에 1%도 안되는 수이지만 19명의 여성 의원이 진출하게 되었다. 남편과 사별하거나 이혼한 엄마들도 드디어 신분증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2017년 마침내 사우디 왕국은 여성의 운전할 권리를 인정한다.


의도치 않은 걸음일지라도 우리가 지금 서 있는 곳이 곧 나의 위치이다. 어느 방향으로 달리던 우리는 여기서부터 출발한다. 그녀의 꽤 긴 이야기를 들으며 내가 선 곳의 위치를 다시 점검했다. 나는 어디로 달릴 것인가. 마날처럼 세상을 바꾸지는 못하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비는 한 방울의 물로부터 시작한다고 한다. 아직 늦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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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민 투 드라이브 / 마날 알 샤리프 저 / 혜윰터 /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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