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브다니의 여름휴가> 김초엽 저
어떤 사람들은 지금의 자신이 아닌 다른 존재가 되기를 꿈꿔요.
안드로이드에서 인간으로, 인간에서 다시 안드로이드가 되고 싶어 했던 수브다니의 '존재'에 관한 책인가 싶어 그쪽으로 집중하다 녹슬고 싶다던 수브다니의 소원이 결국 그의 옛 연인 남상아와의 기억 속에 영원히 침잠되어 가고 싶었던 것인가에 마음이 닿자 이내 바닥으로 내려앉았다.
수브다니의 마지막은 그가 남상아와 함께 했던 마지막 작업의 이미지였다. 둘이 어떤 이유로 헤어졌고, 이후 어떻게 되었는지는 풍문으로만 들릴 뿐 둘 사이의 일에 대해 정확히 아는 이는 하나도 없다. 하지만 분명한 건 남상아가 죽고 난 이후 그의 연인이었던 수브다니는 그와 함께한 마지막 작업의 모습 그대로 죽어가고 있다. 아니 녹슬어간다, 사라진다는 표현이 좋은 건지도 모르겠다. 그를 바라보며 화자는 읊조린다. ‘정말 멋진 휴가를 보내고 있군요’
사랑은 존재를 바꿀 수 있는가? 나는 그렇다고 믿는다. 아무것도 아니었던 이가 사랑하는 이를 만나 변하는 경우를 우리는 심심찮게 만난다. 물론 잠깐의 사랑 동안 변했던 이가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짧은 시간이라도 사랑하는 순간만큼은 사람은 분명히 변한다. 사랑하는 이에게 잘 보이려 하루에 몇 번이나 샤워를 하기도 하고, 전혀 내 스타일이 아닌 옷을 입거나 신발을 신기도 한다. 그가 관심 있어 한다는 취미를 먼저 배워보기도 하고, 그녀가 좋아한다는 빵 맛집을 찾아 전국을 뒤지기도 한다. 그 설렘이 지속되는 순간, 이 사랑이 기능하는 순간만큼은 우리의 존재는 변한다. 나의 어제가 어땠는지에 상관없이. 우리는 최소한 상대에게 더 좋은 사람이 되려한다.
여름의 태양, 그리고 어느 바닷속에서 녹슬기를 바라는, 그리고 그렇게 녹슬어 버린 수브다니는 아마도 끝까지 남상아를 사랑했을 것이다. 이미 세상에 없는 이를 좇아, 사랑을 좇아 그는 평생을 자신의 존재를 바꾸었다.
멋진 휴가, 문득 그가 부러워진다.
수브다니의 여름휴가 / 김초엽 저 / 밀리의 서재 오리지널 / 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