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짱고책방

당신의 삶에는 온기가 있나요?

<시끄러울수록 풍요로워진다> 목수정 저

by 짱고아빠

코로나 팬데믹의 혹독한 경험이 인간이 살아가는데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일깨운 것이다. 신속 정확 배달보다 절실한 삶의 요소는 ‘건강한 삶의 온기’라는 사실을(p.45)


영화 <어바웃 타임>은 쿨타임 차면 꼭 다시 보고야 마는 몇 안 되는 영화 중 한편이다. 시간 여행을 테마로 하지만 결국 영화는 가족의 이야기를 다룬다. 영화는 다 좋고 사랑스럽지만 보면 볼수록 내 눈에 들어온 것은 이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오랜 주택, 아마 몇 대가 살아왔을 것 같은 시골의 작은(사실 작진 않다) 집이다.

영화를 볼 때마다 그 집이 부러웠다. 그 가족은 대대로 그 집에 살아왔을 것이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아이가 자라고 그 윗세대가 떠나는. 오롯이 그 공동체만 아는 아주 오래된 공간에는 할아버지의 아버지의 그리고 주인공의 추억과 기억이 고스란히 묻어있다. 이들은 이 집을 부수고 새로 짓지 않았다. 대를 이어오며 손때 묻은 공간을 보존하고 이어왔다. 이 기억은 아마도 아들의 또 아들에게까지도 이어질 것이며, 이러한 기억들이 쌓여 가족이 되고 마을이 되며 공동체의 역사 즉 삶이 될 것이다.


책은 프랑스와 한국 사회를 비교하며 우리에게 없는 것과 프랑스에 있는 것, 혹은 프랑스에는 없지만 우리에게는 있는 아름다운 것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한국의 좌와 우는 거의 만날 수 없는 어떤 사이가 되어버린 듯하지만 유럽에서는 아주 가끔 더 큰 것을 위해 좌와 우가 만나기도 한다.


좌파란 무엇보다 예리한 비판의식을 가진 사람을 뜻합니다. 세상이 흘러가는 대로 자신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나를 둘러싼 현상들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눈(후략) (p.28)


저자는 이러한 시각에서 세상을 톱아본다. 그냥 좋은 게 좋은 것이라 넘어가기에 우리 사회에는 좋지 않은 것이 너무 많고 목소리 큰 이들은 그것을 좋은 것이라 말하기를 강요한다. 선거하라고 만든 다수결의 원칙은 이 모든 것에 적용되어 우리 사회의 소수는 늘 자기 목소리를 숨기거나 감추고 살아야 했다. 이것을 불편하다고 말하기 시작할 때 변화는 시작된다. 지금은 프로불편러라는 단어까지 생기며 불편한 이들을 또 불편해하는 모양이지만 그럼에도 이들이 불편하다고 말하기 시작할 때 우리는 잘못된 자리를 돌아보았고 잘못된 것을 바로잡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프랑스 사회의 변화는 이것을 이야기하는 데서부터 출발한다. 이를테면 우리나라가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펴는 여러 가지 정책 중 정작 여성의 삶에 도움이 되는 것을 별로 없다. 거꾸로 프랑스는 출산율이 낮은 이유 즉 여성들이 어떤 이유로 출산을 거부하는지에 대해 논의하기 시작했다. 결혼부터 이야기하자면 '여성의 선택권이 확보될 때, 더 많이 출산한다'라는 것이었고 프랑스는 다른 국가들과 달리 출산율의 반전을 이루어 냈다. 이런 예들이 책에는 수없이 나온다. 그 다른 나라의 이야기들을 듣고 있자면 부러움과 동시에 ‘왜 우리는!!’이라는 질문이 용솟음친다. 세계관의 확장은 마블 영화에서 쓰기보다 이럴 때 쓰는 말이다.


물론 우리는 계속해서 발전해 왔다. 기술의 발달로 갈수록 편리한 세상에 살고 있다지만 환경, 인권, 복지 등 기술을 넘어 아직도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많다. 이는 부수고 새로 지을 수 있는 카테고리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더 좋은 세상을 위해 자꾸 우리의 것을 버리고 새로 만들자고 말한다. 마을을 버리고 아파트를 짓자고 하고, 우리가 아니라 내가 먼저라고 말한다. 자본주의는 이러한 세태에 날개를 달아주었고 그렇게 우리의 삶은 매일 퍽퍽해져갔다. 그런데 프랑스 사람들은, 책의 저자는 묻는다. 왜? 그들은 끊임없이 묻고 논쟁한다. 그들은 스스로 더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이야기를 이어나간다.


물론 저자의 이야기 중 몇몇은 개인적으로 동의하기 어려운 이야기도 있다.(이럴 때 우리는 논쟁을 하고 머리를 맞댄다) 하지만 그가 말하는 우리 모두가 공동체의 주인으로 함께 살아갈 용기를 내자고 하는, 우리 공동체의 따뜻하고 아름다운 유산들을, 그 인간다움을 지켜내고자 하는 그의 목소리에 동참하길 원하고 그렇게 더 나은 세상으로 나갈 준비는 된 것 같다.


이제 당신에게 권한다. 저자는 분명한 소리로 말한다. 시끄러울수록 풍요로워진다고. 당신도 이 풍요로운 세상에 함께 하겠느냐고.


시끄러울수록 풍요로워진다 / 목수정 저 / 한겨레출판 /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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