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질 결심 각본집> 정서경, 박찬욱 저
몇 권의 대본집을 사본적은 있지만 끝까지 이렇게 집중해 읽은 건 이 영화가 처음이다. 그렇다. 나 이 영화에 꽤 진심이다. 박찬욱은 그의 복수 3부작이나 <아가씨>처럼 센 영화가 어울린다고 생각했다.(개인적으로 박찬욱 필모그래피의 최고는 아직까지는 <복수는 나의 것>) 거장이 뭘 못하겠냐마는 이 영화는 진짜 박찬욱이니까 할 수 있는 디테일들이 꽤 여러 군데서 보였는데 스크린에서 놓쳤던 이 작은 차이가 대본집을 보면서 꽤 선명하게 보이기도 했다.
영화는 산에서 일어난 죽음으로 시작해서 바다에서, 아니 바다 아래로 파고들어간 죽음으로 끝난다. 해준의 아내 정안은 원자력 공사에 근무하는 원전을 믿는 공무원이고, 서래는 중국에서 건너온 아직도 깡패들과 연을 닿고 있는 원전을 가십으로 이야기하는 기반이 불안정한 외국인이다. 해준은 경찰이고 서래는 살인자다. 서래는 해준의 잠을 위해 자신의 숨소리를 들려주지만, 해준은 자신의 잠을 위해 기계에 의존한다. 해준이 서래와 헤어질 결심을 하는 순간 서래는 해준을 사랑할 결심을 시작했다. 서래의 옷은 누군가에겐 파랑으로 보이고 또 다른 누군가에겐 초록으로 보이는 청록이다.
묘한 대조를 따라가다 보면 우리가 알고 있는 사랑과 헤어짐 그리고 미움이 그렇게 무 자르듯 자를 수 있는 감정인지에 대해 묘연해진다. 후반부 서래가 해준을 뒤에서 끌어안는 장면이 그렇게 긴장하고 볼 장면이었나. 중국어로만 자신의 마음을 오롯이 전달할 수 있는 서래가 자신의 스마트워치에 남긴 메모를 '심장을 가져다 줘'라는 살인의 언어로 해준은 해석하지만, 서래는 그 단어가 심장이 아니라 '마음을 가져다 줘' 즉 사랑의 언어였다고 말한다. 해준은 서래를 사랑한다고 말한 적이 없다고 했지만, 붕괴되었다는 해준의 고백을 서래는 사랑으로 받아들인다. 그런데 처음부터 그렇게 인공눈물을 넣는 해준의 눈물은 끝까지 가정을 깨지 못한 해준의 마음은 진짜였을까.
나는 이 영화를 두 번 보았고, 한 번 읽었다. 한번 더 볼 때는 더 자세하게 들여다 볼지도 모르겠다. <헤어질 결심> 혹 안 보신 분들 있다면 이 가을이 지나기 전에 꼭 한번 보시라. 강추.
헤어질결심 각본집 / 정서경, 박찬욱 저 / 을유문화사 / 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