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짱고책방

늘 가까이 존재하는 온기

<불편한 편의점2> 김호연 저

by 짱고아빠

속편은 거의 망작인 경우가 많다. 웬만하면 그렇다. 전작의 무게 탓인지 대부분의 2편은 전편의 신박함을 이어 받지도 못할 뿐더러 괜히 무리수를 두다 이도 저도 안되는 경우를 꽤 많이 봐왔다. 시나리오에 캐스팅에 꽤 오랫동안 속편을 준비하는 영화도 그럴진대 2편에 대한 치밀한 기획 없이 무턱대고 전작의 인기에 힙입어 몇 달 만에 던져지는 2를 달고 나오는 책들은 차마 평가기도 민망한 상황이 속출한다. 그래서 사실 이 <불편한 편의점 2>가 나왔다는 걸 오래전 알고 있었지만 일부로 읽지 않기도 했다. 실망하기 싫어서.

그런데, 어쩌다 펴든 책은 '속편은 망작이다' 또한 내 편견임을 여지없이 일깨워 주었다. 그랬다. 이 책 재밌다.


1편을 이끌어가던 편의점 야간알바 독고 씨는 홍금보 씨로 교체되었고, 마음씨 좋은 염 사장님 대신에 점장 일을 하는 이모님과 여전한 노답 강 사장이 전면에 나선다. 홍금보 씨는 예의 독고 씨가 그랬던 것처럼 없는 게 많은 불편한 편의점에서 동네 사람들을 만난다. 편의점 단출한 플라스틱 의자와 테이블은 여전히 누구에게나 열려있으며, 번듯한 카페의 원목 테이블과 비교해 볼품없지만 그것들은 세상에 한번 넘어진 이들이 잠깐 앉았다 갈 수 있는 본연의 역할을 300% 해낸다. 이 <불편한 편의점>은 형과 비교되어 숨을 곳을 찾는 민규에게 , 그만하고 고향으로 내려오라는 부모님의 이야기를 흘려들으며 다잡아야 하는 취준생 소진에게도, 코로나로 사업 뿐 아니라 자신의 인생까지 부정당할 처지에 놓인 최 사장님에게도, 편의점과 홍금보 씨는 그들이 필요할 때가 잠깐 쉬어 가도록 자리와 온기를 나누어준다. 이는 시리즈 전체에서 거의 유일한 ㅈㅅ에 빌런으로 등장하는 강 사장에게도 마찬가지다.

신기한 점은 편의점에서 일어나는 에피소드들은 어느 것 할 것 없이 비슷한 무게로 마음에 와 닿는데 이는 아마도 나의 고딩, 나의 취준생 그리고 꼭 본 적은 없지만 내 아버지의 이야기 같아서일 것 같다. 그렇게 올웨이즈 편의점은 이 세상에 없지만 꼭 어딘가에 있을 법한 위로, 그런 넓은 평상이 되어준다.


책의 후반부 <불편한 편의점> 1권과 2권을 이어주는 인경 씨가 등장하는데, 양 에피소드들의 인물들이 다 모이는 부분에서는 괜스레 나도 울컥해 버리고 말았다. 이런 편의점, 이런 사람들 그리고 이런 온기. 어쩌면 우리가 잃어버리고 살던 것들이 정말 없어도 되는 것인지 홍금보 씨는 그리고 독고 씨는 우리에게 묻는다. 그리고 괜찮다고. 여기서 잠깐 쉬었다가 다시 일어나면 된다고 등을 다독여준다. (당신 참 열심히 살았다고)


지금의 내 삶은 이미 망했다고 여길지도 모르겠다. 길은 보이지 않고, 그냥 답답하기만 할지도 모르겠다. 잘나가는 누군가의 조언처럼 어딘가에 내 길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이미 우리는 충분히 참고 기다리고 준비해왔다. 안되는 건 부모님의 말처럼 그냥 포기하는 게. 그래 더 나을지도 모른다.


이렇게 미래는 늘 불안하기만 하다. 하지만 변하지 않는 분명한 사실은 우리 곁에 따뜻한 온기를 가지고 나와 함께 해줄 이들이 지금도 존재하고 한결같은 모습으로 나를 기다리고 있다는 점이다. 그들은 혹 불편한 모습으로, 우리 생각과 다르게 우리 주위에 머물고 있을지도 모른다. 때론 ㅈㅅ이나 빌런의 모습일 수도 있다. 우리가 먼저 이들을 발견해야 한다. 조금만 마음을 열고 내 옆에 선 이를 발견해야 한다. 그들이 내민 땀내나는 손을 내가 잡아야 한다. 그렇게 맞잡은 손. 그 손에서 피어나는 온기. 그 온기에서 느껴지는 위로. 그 위로가 당신의 삶에도 있기를 바란다. 멀리 있지 않다.



불편한 편의점 2 / 김호연 저 / 나무옆의자 /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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