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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짱고아빠 Apr 24. 2023

기후 환경 기자의 기쁨과 슬픔

<지구를 쓰다가> 최우리 저

1. 얼마 전 경제적 이유로 구독을 취소한 메거진의 기자에게서 전화가 왔다. 사실 비슷한 전화를 몇 번이나 받아서 이젠 모르는 전화는 받지 않아야지 했는데 마음이 바쁘다 보니 덜컥 또 받아버렸다. 싱글일 때야 일 년에 20만 원이 큰 돈은 아닌지라 쉽게 그러마 할 수 있었지만 결혼을 하고(결혼을 한다는 건 모든 지출이 x2가 된다는 걸 의미한다), 모든 세금이 오르고, 고양이마저 아픈 요즘은 정말 가계가 빠듯하다. 마음의 여유가 없다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일지 모르나 어쨌든 그 잡지를 구독할 용기는 없었고 정말 미안한 마음에 ’죄송합니다. 고양이가 아파서요.‘라고 말했다. 상대방은 고맙게도 알았다 하고 전화를 끊어주셨다.


2. “월말을 걱정하는 이들은 종말을 걱정할 수 없다”

조효제 성공회대 교수의 말이다. 정곡을 찔린 것처럼 숨이 턱 막혔다. 그랬다. 기후 위기 행동은 모두에게 요구 되는 것이지만, 자신의 삶에서 무언가를 실천하고 포기하기를 강요받는 이들은 높은 비율로 다가올 월말을 걱정하는 이들이다. 나도, 아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그렇지 않을까. 우리 대부분은 언제 올지 모르는 지구의 종말을 위해 기존에 사용하고 있는 제품보다 두세배나 비싼 환경보호 제품을 사용할 용기가 없다.(동물복지 계란은 왜 그렇게 비싼 것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 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는 말은 늘 잔인하다.


3. 2022년 구글 검색어 순위 전체 1위라 ‘기후 위기’였다고 한다. 이는 한국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무슨 일이 있었지? 비가 좀 많이 왔던 것 같은데.. 그거 말고는 딱히 기후 위기라 할만한 증상이 떠오르지 않음에도 한국도 ‘기후 위기’를 궁금해했다. 기업의 CSR은 이제 거의 모두가 ESG로 대체 되고 있는데 ESG의 첫 글자는 Enviroment 즉, 환경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이제 환경이 먼저다.


4. 책은 한겨레 기후 위기팀에서 근무하는 기자의 기후 위기 이야기다. 칼럼을 엮은 듯한 책은 적절하게 쉽게 읽힌다. 얼마 전 완전히 반대되는 기조의 책을 읽다 던져버리고 싶은 마음을 참고 난 뒤였나 이 글이 더 반갑고 좋았다. 저자는 어쩌다 '환경은 천덕꾸리가 되었나?'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부터, 기후 위기에 대한 크고 작은 오해, 그렇게 친절하게 우리 주위의 기후 위기 이야기를 하나씩 풀어간다. 그 이야기가 꼭 내 질문에 대한 대답 같아서 어떤 글에는 공감이 되고 또 어떤 글에는 위로가 되었다. 나는 크레타 툰베리가 아니다.(걔는 이제 돈이나 많지) 언제까지 일회용품을 쓰는 동료에게 잔소리하다 관계를 해칠 마음도 없다. 이런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소소한 이야기. 좋았다.


5. 지금도 창밖으로는 미세먼지가 뿌옇게 내려 앉아있다. 회색빛의 콘크리트 바닥은 어쩌면 미세먼지와 더 어울릴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 쪽 길 너머 어린이집의 놀이터도 모래가 아닌 고무 재질의 바닥으로 뒤덮여있다. 누군가 땅이 숨 쉴 수 있는 공간도 남겨두어야 한다던데 여의도에는 이미 땅이 숨 쉴 공간은 없어 보인다. 건물마다 조경처럼 잔디나 나무를 심어놓긴 했는데 그 앞은 하나 같이 담배 피는 이들이 점령해있으니 나무도 싫을 것 같다.


6. 난 내 아이들에게 콘크리트가 아닌 흙을 딛고 두 발로 서는 경험을 주고 싶다. 우리가 숨 쉬듯 땅도 우리와 같이 숨 쉬는 걸 온전히 받아들이는 경험을 주고 싶다.


7. 채식에 관한 글의 일부였는데 아마 이게 지금의 기후 위기를 맞이하는 내 마음과도 거의 같다.


그래도 지금 내 수준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해나가는 게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 훨씬 더 의미 있 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마도 도시에서 직장인으로서 회식 문화 속에 살다 보면 성격을 크게 바꾸지 않는 이상 어쩔 수 없이 실패와 성공을 반복하게 될 것이다.(p.59)


괜히 다시 마음을 다잡는다. 그래 뭐라도. 뭐라도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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