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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짱고아빠 Apr 07. 2023

몸, 결혼, 젠더에 관한 욕망의 이야기

<우리는 왜 타인의 욕망을 욕망하는가> 이현정 저

어릴 적 남학생 집단으로 끔찍한 성폭행을 당한 여자가 있다. 그녀는 자신의 몸이 타인의 욕망의, 폭행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걸 인지하고 이 날 이후 되려 남들이 욕망하지 못하도록 자신을 망치는 걸 선택한다. 그녀는 먹고 또 먹었다. 거구가 되자 사람들은 더 이상 자신을 성적으로 보지 않았지만 이제 그녀는 사람들에게 게으르고 모자란 사람이 되어버렸다. 모두가 그녀를 무시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비행기를 탈 때도, 예쁜 옷을 입을 때도 타인으로부터 기피와 멸시의 대상이 된다. 그녀는 이 경험을 책으로 적어 사회를 고발했다. 록산 게이의 이야기다.


1. 몸에 관하여

라캉은 모든 욕망은 타자의 욕망이라 말했다. 내가 무엇을 원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그 욕망은 '나의 욕망'이라기 보다 '타인이 자신에게 바라는 욕망'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이 라캉의 욕망으로 내 몸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를 이야기 한다. 이를테면 바디프로필 전성시대를 살며 우리는 내 몸을 가꾸기 위해 운동을 시작하는지, 타인의 눈에 의해 잘 보이기 위해 운동을 시작했는지 한 번 생각해 보자는 것이다. 그리고 만약 이것이 나의 원이 아닌 사회적 요구에 의한 것이라면 이 기준에 도달하지 못했을 때 우리가 갖는 우울감이나 타인에게 보내는(혹은 받는) 혐오나 경멸의 시선은 과연 어떠한지. 저자는 우리 몸을 대하는 태도, 진짜 자기 돌봄에 대해 말한다.


2. 가족에 관하여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어떤 가족>에는 원 가족에게 버림받은 이들이 어쩌다 모여 가족의 모습을 띠고 살아가는 처음 보는 형태의 가족의 모습이 나온다. 누구보다 서로를 위하지만 소매치기 등으로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이들을 소위 '정상'이라 불리는 사람들이 다시 해체시켜 버리며 영화는 끝나는데, 이 긴 이야기 끝에 영화는 묻는다. 당신은 무엇을 가족이라고 생각하는가?

영화가 묻는 질문을 저자는 그대로 이어받는다. 예전에는 결손가정이라는 단어를 심심찮게 사용했다. 아빠, 엄마, 자녀 둘 이상. 외동도 정상으로 보지는 않았기 때문에 이 중 하나라도 없다면 우리는 그 가정을 결손가정이라 부르고 너무 쉽게 뭔가 그 가정에서 태어난 이들은 무언가 문제가 있는 사람일 거라 재단했다. 시간이 흘러 삶이 퍽퍽해질수록 출산율은 내려가고 다들 결혼을 기피하는 세상이 왔다. 인식은 변해 이제는 결손가정이라는 용어를 쓰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가의 결합이 전제된 결혼에는 소위 '정상적이지 않은' 가정이 불리한 위치에 있곤 한다.

우리보다 이 결혼의 사회적 제약이 약한 프랑스에서도 이제 결혼보다 '시민연대계약'이라는 결혼보다 낮은 형태의 가족을 국가가 인정하기 시작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이후 출산율이 높아지기 시작했다는데, 우리도 이제 이런 것들을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3. 젠더에 관하여

몇 년 전 세간의 중심이 된 강남역 살인사건. 이 사건의 여파는 지난해 대선까지 연결되었고, 지금 우리나라는 젠더 갈등이 최고조로 치닫는 나라 중 하나다.(사실 젠더 갈등 뿐 아니라 온갖 갈등이 판치는 나라이기도 하다) 

이렇게 갈등이 생기는 원인은 무엇일까? 저자는 집단이나 개인 간의 차이와 다양성에도 불구하고 무언가 옳고 우월하다는 관점이 너무 분명하고 고정적으로 자리 잡아서라고 진단한다. 경제적인 측면 뿐 아니라 성별로 인해 구분 지어지고 강요되는 삶이 질투와 혐오의 문화를 유발했고 지금은 그 끝을 모르는 열차처럼 서로를 향해 돌진하고 있는 형국이라는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더 큰 단위의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데 이제는 무언가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하지 않을까.


아니고 싶어도 타인의 시선을 신경 끄지 않을 수 없는 사회기도 하다. 어떤 스탠스를 가지고 다시 돌아오지 않을 오늘을 맞이할 것인가. 행복한 삶은, 더 좋은 삶은 사실 이에 대한 스스로의 결정에서부터 올는지도 모르겠다. 꽤 괜찮은 세 개의 인문학 강의를 들은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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