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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짱고아빠 May 06. 2023

당신의 영광의 시대는 언제였나요?

<낯선 사람> 김도훈 저

1. 김도훈? 얼핏 지나치다 낯익은 이름에 멈춰 섰다. 김도훈이라.. 메모장 앱을 열어 쭈욱 저장된 메모를 스캔하다 찾았다. <이제 우리 낭만을 이야기 합시다>의 저자. 아 그 글 잘 쓰는 사람!! 

*이 책도 장난 없습니다. 진짜 좋아요 :)


2. 책은 조금은 낯선, 그렇지만 저자가 우리게 들려주고 픈 인물에 관한 이야기다. 미술가부터 가수, 마술사까지. 글은 하나하나의 인물에 대한 저자 나름의 이야기인데 등장하는 인물들의 스펙트럼이 꽤 깊고 넓다. 어떻게 들릴지 모르겠는데 그럼에도 읽는 맛이 있다. 


3. 개인적으로 B급, 마이너에 대한 애정이 있다. 높은 꿈을 꾸었지만 결코 도달할 수 없었던 애틋함. 최선을 다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던 사람들에 대한 애정이다. 그런가 하면 일부러 메이저를 포기한 이들에 대한 경외감도 있다. 대중의 스포트라이트를 거절하고 오로지 자신의 길을 걷기로 경정한, 돈이나 명예보다 나를 선택한 이들에 대한 애정이다. 한때 최고의 자리에 있었지만 이제는 뒷자리에서 후배들의 길을 지켜주는 이들에 대한 존경심도 있다. 자신의 영광이 영원하지 않음을 인정하고 주어지는 역할에 자신을 맞추어 가며 세상과 어우러지는 이들에 대한 애정이다. 책을 읽으며 어떤 마이너에 대해 생각했다. 나도 누군가에서 낯선 사람일진대 나는 어떤 낯섬의 자리에 서 있을까?


3. 김지연. 책에서 유일하게 등장하는 한국 사람이다. 소위 원 히트 원더. 단 한 곡의 히트곡을 남기고 사라진 가수에 관한 이야기인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이런 이름들을 우리는 하나씩은 알고 있다. 그리고 작가의 말마따나 우리 인생도 그렇다. '영감님의 영광의 시대는 언제였나요? 저는 지금입니다'라는 강백호의 대사는 꽤 낭만적이지만 우리 대부분은 이미 지나가고 없는 우리 인생의 좋았던 기억들을 붙잡고 산다. 이미 그 시간은 끝나버렸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젠가 그 멋진 날이 다시 올 것을 기대하면서. 타인이 보기에는 비현실적이고 세상 물정 모르는 이야기일지 모르나 그러면 어떠랴. 그것조차 낭만인 것을.


4. 여기 나오는 인물들은 누군가에겐 낯설지만 또 누군가에겐 한없이 친근한 이름일는지도 모르겠다. 나도 '디터 람스'가 왜? 라는 마음으로 책을 읽기도 했으니. 저자는 이에 대해 단순히 그 입장을 밝힌다. '미안하다' 

어쩌겠냐. 나는 이런 저자의 당당함도 사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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