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의미

<라오스에 대체 뭐가 있는데요?> 무라카미 하루키 저

by 짱고아빠

바야흐로 휴가철이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코로나19로 바깥출입 자체가 죄인이 되어버린 요즘이지만 그래도 혹서기인지라 대부분의 직장인에게는 일주일 정도의 시간이 주어진다. 마음이야 당장이라도 비행기에 오르고 싶지만 방역수칙을 지키면서 여행도 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묻는다면 유튜브도 좋고 넷플릭스도 좋지만 단연코 책을 추천하고 싶다. 마침 캠핑도 유행이라는데 캠핑장 달빛 아래 읽는 책은 제법 꽤나 괜찮다. 강추.

메콩강 해질 녘

일본을 대표하는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소설가로도 유명하지만 여행광으로도 유명하다. 그는 세계 곳곳을 다니며 보고 경험한 것들을 글로 남겼다. 스마트폰을 열면 여행정보가 넘치는 시대에 어느 도시에 무엇이 유명하고 그곳에 가기 위해선 버스를 어떻게 타야하는지에 관한 정보는 넘쳐나지만 그곳을 제대로 경험하는 사람은 드물다. 여기 하루키의 이야기는 그래서 새롭고, 우리에게 여행의 의미를 다시금 곱씹게 한다.


라오스에 대체 뭐가 있는데요?


“라오스(같은 곳에)대체 뭐가 있는데요?”라는 베트남 사람들의 질문에 나는 아직 명확한 대답을 찾지 못했다. 내가 라오스에서 가져온 것이라고는, 소소한 기념품 말고는 몇몇 풍경에 대한 기억뿐이다. 그러나 그 풍경에는 냄새가 있고, 소리가 있고, 감촉이 있다. 그곳에는 특별한 빛이 있고, 특별한 바람이 분다. 무언가를 말하는 누군가의 목소리가 귀가에 남아있다. 그때의 떨리던 마음이 기억난다. 그것은 단순한 사진과 다른 점이다. 그곳에만 존재했던 그 풍경은 지금도 내 안에 입체적으로 남아있고, 앞으로도 꽤 선명하게 남아 있을 것이다. 그런 풍경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쓸모가 있을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결국은 대단한 역할을 하지 못한 채 한낱 추억으로 사라져 버릴지도 모른다. 그러나 원래 여행이란 그런 것이 아닐까. 인생이란 그런 것이 아닐까. (P.182~183)

책의 제목이기도 한 <라오스에 대체 뭐가 있는데요?>는 라오스를 제집처럼 드나드는 베트남 사람들이 여행자 하루키에게 묻는 질문이다. 가까이 있기에 보이지 않는 것들이 있다. 한걸음 멀리 떨어져야 보이는 공기와 소리, 냄새와 감촉을 하루키는 글로 써내려 간다. 직접 가보지 않아도 그곳의 공기를 느낄 수 있는 글, 그곳의 언어가 들리는 것 같은 글. 하루키는 이래저래 부러운 사람이다.

하루키는 책을 통해 미국, 아이슬란드, 핀란드, 라오스, 이탈리아 그리고 일본의 크고 작은 마을에서 경험한 풍광을 엮어낸다. 그는 단 한글자도 그 지역의 역사가 어떻고 맛집이 어떻다는 인포메이션으로 지면을 낭비하지 않는다.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 느꼈던 공기, 먹었던 음식과 그에 대한 이야기로 켜켜이 쌓인 글타래를 따라가자면 마치 나 또한 하루키와 함께 그 자리에 서 있는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시원한 바람. 그래서 이 책에는 숨구멍이 많다. 책을 읽으며 숨이 쉬어지는 느낌이다.


여행의 의미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으로 '좋은 여행'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어떤 여행이 좋은 여행인지 몰라서 이곳 저곳 남의 여행을 훔쳐보기도 하고, 다양한 방법의 여행을 시도하기도 한다. 하지만 늘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하는 생각이라곤 ‘아 잘 놀았어’ 말고는 별다른 감흥이 없다. 신기할치만큼 10년을 꼬박 이곳저곳을 다녔음에도 남는거라곤 사진 몇 장과 사진에 얽힌 짧은 에피소드 몇 개. 하루키의 여행기 앞에 이런 내가 조금 쑥쓰러워 질 때쯤 하루키는 내게 그런 여행도 괜찮다고 말한다. 그는 '라오스에 대체 뭐가 있느냐'는 질문에 소소한 기념품 몇 개와 기억에 나는 몇 장면을 설명할 순 있지만 이것들이 구체적으로 내 삶에 어떤 쓸모가 있을지는 모르겠다고 말한다.

여행, 아니 어쩌면 오늘 내가 살아가는 이 삶도 내일이면 잊혀지고 일주일 뒤에는 그냥 좋거나 그렇지 않았던 감정만 어렴풋이 남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원래 여행이란, 또 인생이란 그런 것이지 않은가. 누가 그러지 않았나? 삶은 여행이라고. 그 여행도, 당신의 삶도 괜찮다.



<라오스에 대체 뭐가 있는데요?> 무라카미 하루키 저 / 문학동네 출판 / 2016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