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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짱고아빠 Mar 19. 2024

전업주부 vs 직장에 다니는 미혼 여성

내가 정말 원하는 건 뭐지 | 마스다 미리 저

없는 짤 빼고는 다 있는 무한도전 짤이라는 말이 있다. 이게 미국으로 넘어가면 심슨짤이 되기도 한다. 모든 순간의, 모든 상황의, 모든 짤이 있는 세계관. 일본 문화를 대단히 많이 알지는 못하지만 이게 일본으로 건너간다면 아마 마스다 미리의 책이 아닐까.


마스다 미리의 책을 거의 다 읽었다고 생각했는데 또 처음 보는 책을 찾았다. 이 작가는 밥 먹고 만화만 그리나, 언제쯤 마스다 미리의 책을 다 읽었다고 말할 수 있을지도 이젠 궁금해지기까지 한다. 그리고 그의 이야기는 여느 책을 집어 들어도 내가 미처 생각지 못한 곳을 건드리며 마음을 퉁 쳐올린다.


내가 정말 원하는 건 뭐지?


누구에게나 유효한 질문일진대 이 책에서 이 질문은 전업주부인 엄마와 아직은 혼자이면서 작은 회사에 다니는 고모를 향한다. 공교롭게도 바로 이전 글이 비혼에 관한 글이었는데 비슷한 주제의 책이 이렇게 연결되는 걸 보면 좀 신기하기도 하다. 여하튼.


1.

아이의 눈에 비친 전업주부인 엄마와 직장에 다니는 미혼 여성인 고모의 삶은 많이 다르다. 아이는 어느 주말 하릴없이 조카와 놀아주는 고모에게 묻는다.


-고모는 되고 싶은 대로 되지 못한 거야?


고모는 답한다.


-글쎄. 꼭 그렇다고는 할 수 없어. 되고 싶었던 게 꼭 되고 싶은 건 아니었으니까.


2.

햇볕 좋은 날 엄마는 생각한다.


-이렇게 좋은 날씨에도 놀러 가고 싶다는 생각을 안 하게 된 지 얼마나 되었나.

-태양을 가전제품의 하나로 여기게 되었다.

-이제 평생 동안 데이트 약속으로 가슴이 두근거릴 일 같은 건 없겠지.


그러던 중 엄마가 하고 싶은 게 생겼다. 하지만 엄마의 세상에서 엄마가 할 수 있는 일의 한계는 집안일에 지장이 없는 범위, 가족에게 소홀하지 않을 범위까지다. 엄마를 둘러싼 모두가 그렇게 말하고 엄마마저 그 범위에 대해 어느 정도는 수긍해 버린다.


3.

집으로 가는 길에 아이는 생각한다. 나무에서 떨어진 도토리가, 새에게 먹히거나 밟히지 않고 콘크리트 위를 구르지 않고 흙에 떨어져 다시 나무가 되는 건 아주 힘든 일이라고. 도토리가 아름드리 큰 나무가 되어 또 다른 도토리들을 만들어내는 일은 도토리가 존재해야지만 가능한 일이다.


엄마는 스스로 아무것도 되지 못했다는 이상한 말을 하지만 아이의 생각에 엄마는 이미 '있다'. 그리고 그것은 무척 대단한 일이다.

이런 생각을 하며 아이는 엄마에게로 향한다. 아이는 길에서 도토리를 주워 도토리가 자랄 수 있는 땅에 묻어주었다.


같은 시간 엄마는 무거운 이불을 옥상에 탁탁 털어 널었다. 옆집 사람이 그 집 주인에 대해 묻자 엄마는 자연스럽게 그 말을 정정한다. 그는 이 집 '주인'이 아니라 내 '남편'이라고.


-


30분이 채 안돼서 다 읽을 수 있는 만화인데 여운이 꽤 길었다. 올케와 시누이. 어쩌면 물과 기름 같은 두 존재는 전업주부와 싱글 여성의 위치에서 서로를 견제하기도 하고 내심 서로를 부러워하기도 한다. 이들 사이에서 아이는 많은 것을 묻고 두 여성은 서로의 자리에서 던져지는 질문에 답한다.


내가 정말 원하는 건 뭐지?


두 여성의 이야기지만 이는 비단 일과 가정에서 자신을 잃어버린 채 살아가는 우리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지금은 모두 다 잊고 살지만 언젠가 꾸었던 꿈에 대해 떠올리는 이들과, 반대로 평생 꿈을 쫓아왔지만 나이가 들어 또래에 비해 뭔가 부족한 내 삶에 무엇이 빠졌는지 가만히 돌아볼 계기가 될지도 모르겠다.


완벽한 삶에 정답은 없다. 아니 완벽한 삶이라는 단어가 옳은 단어인지도 모르겠다. 가슴 뛰는 삶이 한동안 유행했지만 그것도 정답은 아니다. 이런 모습도 저런 모습도 그저 우리가 살아가는 수많은 모습 중의 하나일뿐.


그런 이들의 삶 속에서, 당신이 정말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이 책의 출간 연도는 이미 10년도 더 흐른 2012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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