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조직화 마케팅 강의안 #1.
몇 년 전부터 사회복지관을 중심으로 지역주민조직화가 화두가 되고 있다. 기관이 주도적으로 진행하는 프로그램에서 수요자 중심의, 주민이 참여하는 마을 만들기의 일환으로 동네부엌, 마을카페, 지역공방 같은 공간들도 함께 유행했으며 일부는 입소문을 타 지역명소로 자리하기도 했고 더러는 젠트리피케이션 같은 역효과로 오히려 지역주민이 마을을 등지는 경우도 곳곳에서 생겨났다.
지역주민조직화를 보건복지부는 ‘주민이 지역사회 문제에 스스로 참여하고 공동체 의식을 갖도록 주민조직의 육성을 지원하고, 이러한 주민협력강화에 필요한 주민의식을 높이기 위해 교육을 실시하는 사업'(보건복지부, 「사회복지관 운영관련 업무처리안내」, 2015.) 이라고 정의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복지기관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이러한 교육 및 활동으로 변화된 주민들이 지역사회에서 또 다른 변화를 일으키는 것까지를 의미한다. 2000년대에 들어서며 정부의 정책기조와도 맞물리면서 많은 복지기관들이 지역주민조직화 사업에 투자하기 시작했는데, 당초 기대보다 주민공동체 형성에 이은 자발적 움직임으로 선순환 되는 사례를 찾기는 꽤 어려웠다.
실패의 원인으로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큰 것은 아마도 세대의 변화일 것이다. 주민조직화가 말하는 공동체는 오늘날 소위 MZ나 GenZ로 대표되는 이들이 지향하는 사회적 트렌드와 정확히 반대방향을 향한다. 파편화되고 개인화된 이들은 어딘가에 깊게 소속되거나 나의 삶에 누군가 간섭하기를 원하지 않는다.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 속에 모임과 공유를 토대로 하는 마을공동체 모델이 성공하는 게 오히려 어색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주민조직이 꿈꾸는 마을공동체에 대한 희망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사람들은 여전히 필요한 곳에 관심을 가지고, 느슨한 연대로 사회적 이슈에 참여하고 싶어 한다.(사회복지공동모금회, 「기부트렌드 2024」, 2024.) 때론 이러한 연대를 필요로 하기도 한다. 지역주민조직화를 통한 모금의 가능성은 여기서 고개를 내민다. 조금은 다른 세대에 맞추어 우리의 초점은 달라져야 한다.
아울러 스마트워크로 통칭되는 AI를 사용한 업무자동화, 최신 마케팅 기법을 사용하는 마케팅과 브랜딩 또한 최근 사회복지계의 화두 중 하나이다. 젊은 사회복지사들을 중심으로 한 이들은 기존의 정형화 된 업무형식을 벗어나 새로운 업무형식과 툴을 현장에 이식되게끔 노력하고 있으며, 마케팅이나 브랜딩 같이 이제까지 조금은 사회복지현장과 동떨어진 것처럼 보인 개념들을 적극적으로 도입하여 변화를 가져오려 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변화들을 받아들이기에 여전히 사회복지현장이 녹록치 않다는 점이다.
첫 번째는 인식의 문제다. 꽤 많은 현장이 변화하고 있다지만 여전히 사회복지사의 업무환경은 일반 기업에 비해 보수적이다. 이는 재정을 관리 감독하는 공공의 업무형태를 그대로 따름이어서 이기도 하고, 큰 경쟁 없이 매년 루틴한 사업을 되풀이하고 있는 사회복지 현장의 특성이기도 하다. 이러한 환경에서 여전히 많은 기관이 홍보나 자원개발 등의 업무는 연차가 낮은 사회복지사들의 세컨 업무 정도로 인식되고 있다.
두 번째는 부족한 기관 재정의 문제다. 한정된 재원을 가지고 사업을 수행해야 하는 대부분의 사회복지관은 기관 소식지를 인쇄할 정도의 최소한의 재정만을 홍보와 마케팅 업무에 배정한다. 여기에다 시군구의 행정 감사나 담당 공무원의 성향에 따라 예산활용의 제한받는 기관도 적지 않다.
이러한 문제를 가장 쉽게 해결하는 방법은 결국 모금이다. 모금은 효과적인 지역주민조직화 사업의 결과이자, 모금으로 얻어지는 기관의 수익이 일정하게 유지될 때 보다 많은 기관들은 새로운 사업과 브랜딩의 기회를 얻을 수 있는 통로를 갖게 될 것이다. 따라서 이 글은 지역조직화와 모금의 관계, 복지기관에서 할 수 있는 홍보와 마케팅의 사례들을 소개하고 사회복지관이 할 수 있는 새로운 모금의 방법을 같이 고민해 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