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정의는 고양이 | 임현우
<밀리의 서재>에서 갑자기 추천을 했고 아무렇게나 그린 고양이가 표지에 그려진 책을 나는 아무 고민 없이 집어 들었다. 오랜만에 집어 든 시집이었고 또 굉장히 오랜만에 독립출판물이다. 수많은 오랜만을 통과하며, 수많은 우연을 지나 내 곁에 있는 내 고양이 생각이 났다. 이제는 열 살을 훌쩍 넘긴, 가끔 너무 나이가 들어버린 건 아닌가 싶을 만큼 조용해진 내 고양이. 내 무릎에 앉아 그릉대는걸 무척이나 좋아하는 내 고양이. 나도 안다. 이 녀석도 언젠가는 내 곁을 떠날 거라는걸. 오지 말았으면 하는 그날을 가끔 떠올릴 때면 마음 한켠이 조용히 무너진다.
괜찮을까. 그날이 오면 우리가 함께 해온 시간은 다 어디로 가는 걸까.
책은 말한다. 사랑했던 기억들만 이 책에 남을 거라고. 나와 고양이의 시간들이 그 기억 안에 머무를 거라고. 어색했던 첫 순간, 익숙해졌던 날들, 그 모든 게 결국 변해간다. 그래서 더 소중한지도 모른다. 변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과 결국 변할 수밖에 없는 현실 사이에서 우리는 잔인하면서도 아름다운 현재를 산다. 그건 고양이와의 시간이기도 하고 언젠가 우리가 죽고 못 살았던 그 애달픈 사랑의 시간들이기도 하다.
시집에는 삐뚤빼뚤 아무렇게나 그린 고양이들이 나온다. 그마저도 사랑스럽다. 한 장 한 장 넘길수록 자꾸만 내 고양이가 떠올랐다. 온종일 집안의 햇살을 따라 움직이며 졸고, 무릎에 올라와 자고, 내가 부르면 귀찮다는 듯이 살짝 돌아보곤 다시 제 할 일을 하던 녀석. "사랑하는 것에 더욱 시선이 간다는 말은 도무지 맞는 말이다"라는 문장이 괜히 오래 남는다. 그러고 보면 나도 주말이면 하루 종일, 자주, 우리 집 고양이만 바라보곤 했었다.
책은 고양이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척하면서 사실은 사랑에 대해 말한다.
사랑하는 존재가 내 곁에 있다는 건 언젠가 그 존재를 잃을 수 있다는 걸 함께 품고 살아간다는 뜻이니까.
그래서 더 자주 바라보고, 더 자주 쓰다듬고, 더 자주 말하게 된다.
사랑한다고. 잊지 않을 거라고.
짱고야 아빠 빨리 갈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