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짱고책방

고양이와 이별한 날,
너를 만나서 행복했어

너를 만나서 행복했어 서

by 짱고아빠

책을 읽기까지 한참을 망설였다. 마음 한 켠, 아직은 꺼내기 힘든 방이 하나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나의 고양이, 짱고가 고양이별로 떠난 지 한 달쯤. 은우 덕분에 웃는 날도 많았고 바쁘게 지나친 날들도 있었지만, 어느 순간 문득 찾아오는 그리움 앞에서는 여전히 무너지고 만다. 그러다 우연히 펼친 이 책 <너를 만나서 행복했어>는 그 방을 천천히 열어볼 수 있게 해주었다.


책은 고양이 코코와의 첫 만남부터 이별까지, 작가의 진심 어린 감정과 시간을 따라가며 기록한다.

단 한 줄도 감정을 과장하지 않고 단 하나의 문장도 허투루 쓰지 않은 듯한 조심스러운 문장들.

그래서일까. 책장을 넘길수록 자꾸만 짱고가 그리워졌고, 나도 어느새 짱고와의 시간들을 꺼내고 있었다.


짱고는 참 특별한 고양이였다. TV를 볼 때면 내 무릎 위에 올라와 그릉대주고, 아플 땐 머리맡에서 조용히 나를 지켜보던 아이.

퇴근하고 집에 돌아오면 늘 처음 보는 것처럼 현관으로 뛰어와 반겨주고, 늦는 날엔 문 앞에 앉아 우리가 오기만을 기다리던 아이.

함께한 시간이 10년이 넘었어도 매일이 새로웠고, 매일이 기적 같았다.

사람도 아닌 동물의 그 작은 몸에서 그렇게 많은 사랑이 쏟아질 수 있다는 걸 짱고를 통해 배웠다.


작가가 말한다.

"코코는 제 곁을 허전하지 않게 채워주는 따뜻한 존재였고

평범한 일상을 매일 새롭게 해주었고

힘들 때는 잔잔한 위로가 되어주었고

참 많은 걸 제게 주고 갔어요."


나도 모르게 울컥했다. 내가 미처 짱고에게 못해준 말이기도 해서.


펫로스 증후군이라는 단어조차 버겁게 느껴질 만큼, 사랑했던 존재를 잃는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이 책은 그런 상실 앞에 감정을 어떻게 꺼내고, 어떻게 이름 붙이고, 어떻게 품을 수 있는지를 말없이 보여준다.

책은 위로하겠다는 다정한 말보다 그저 자신의 이야기를 담담히 풀어내며 독자의 상실에 조용히 다가선다.


아직 짱고라는 단어조차 입에 올리는 것이 눈물 나지만 이 책을 통해 나는 짱고에게 한마디는 꼭 전하고 싶어졌다.


짱고야, 아빠에게 와줘서 정말 고마웠어.

네가 있어서 매일이 조금 더 따뜻했고,

너 덕분에 나도 조금은 더 좋은 사람이 될 수 있었던 것 같아.

언젠가 너를 글로 쓸 수 있을 때 그때 아빠 최선을 다해 너의 이야기를 아주 예쁘게 전할게.

이렇게 사랑스러운 고양이가 세상에 있었다고,

이렇게 특별한 고양이가 나와 함께 있었다.

그동안 나와 함께 있어줘서 고마워.


<너를 만나서 행복했어>는 말없이 반려동물을 떠나보낸 모든 이들에게,

그 존재가 남긴 사랑을 다시금 기억하게 해주는 책이다.

그리고 지금도 그리움으로 하루를 채우고 있는 나에게,

짱고와의 기억을 다시 꺼내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책이었다.

그래서 고마웠다.


9.jpg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