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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짱고영화

어쩌면 친구일지도

드래곤 길들이기 리뷰

by 짱고아빠

진짜 애정하는 애니메이션이다.

투슬리스가 처음 가만히 눈을 감고 히컵에게 고개를 내미는 장면은 반려동물을 한 번이라도 길러본 이들이라면 누구나 마음에 남을 것이다.


이들은 안다.

이것은 드래곤이 인간을, 인간이 드래곤을 길들이는 장면이 아니라

서로가 서로를 신뢰한다는 신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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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의 실사화 프로젝트에 드림웍스가 내놓은 역작은 처음 나왔을 때나 지금이나 똑같이 즐겁다.

심지어 <용아맥>의 압도적인 화면 속에서 나는 투슬리스를 타고 날고 있었다 ㅠ_ㅠ

(여러분 꼭 아이맥스에서 보세요, 요즘은 자리도 많이 비었어요)


내용은 원작 애니메이션과 똑같이 흘러가는데

투슬리스를 묶어 결국 드래곤 둥지에 다다른 족장은 도끼를 크게 들고 외친다.


"이 악마들을 물리치자!"


15년 전과 달리 꽤 이 말이 익숙했다.


아마 그때부터였던 것 같은데 자신과 다른 존재를 ‘악’이라 부르며

벽을 세우고 상대를 죽이려 안간힘을 쓰는 모습을 우리는 꽤 자주 목격한다.


이 극단의 집단 사이에서 족장의 아들 히컵은 다르게 사는 방법을 제시한다.


상대편인 드래곤을 두려워하여 공격하기 보다 그 속에 숨은 사정을 궁금해하고,

한 번 더 생각하고 가진 무기를 내려놓고 질문을 던진다.


"혹시 너도 나만큼 무서웠던 건 아닐까?"


투슬리스도 히컵과 같은 영혼의 드래곤이었던 것 같다.

몇 번의 만남과 교감 끝에 만나면 죽는다는 전설의 드래곤 나이트 퓨어리는

말이 아닌 시선과 침묵으로 히컵에게 '나는 너를 해치지 않을 거야'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 순간 세상은 죽고 죽이는 것에서 벗어나 조금 다른 길을 찾는다.


사실 이런 이야기의 구조는 뻔하다.

악당처럼 보이던 존재가 알고 보니 친구였고 오해가 풀렸고 오랫동안 그들은 잘먹고 잘 살았습니다.

그런데 이런 뻔한 이야기의 진심은 늘 유효하다.


우리가 적이 아니라 친구일지도 모른다는 상상,

그 상상을 믿는 용기.

이 용기는 언제나 우리를 조금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든다.


드래곤을 믿은 히컵,

사람을 믿은 투슬리스.


그 둘이 보여준 건 길들이기가 아니라

날개를 잃은 투슬리스에게 날개를 달아주는 일이었고,

다리를 잃은 히컵의 부목이 되는 일이었다.


지금도 SNS에는 여전히 서로를 해치지 못해 안달이다.

나 아니면 적인 세상에서 끊임없이 이 편 아니면 저 편에 설 것을 강요받는다.


어느 쪽에서 쉬 서고 싶지 않은 채로 생각한다.

날지 않아도 좋으니, 성공하지 않아도 좋으니, 이기지 않아도 좋으니,

그저 가까이 다가가 서로의 눈을 마주 보는 건 어떨까.


그리고 그렇게 믿어주는 사람이

한 명쯤 있다면 이곳은 얼마나 살기 좋은 세상이 되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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