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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짱고아빠 Sep 26. 2021

초보 집사를 위한 10가지 조언

#3. 이렇게 집사가 된다

새 식구가 들어오면 삶의 많은 것이 바뀌게 된다. 고양이를 키우는 것이 크게 어렵지는 않다지만, 함께 오래 행복하게 잘 살기 위해 반드시 지켜야 하고 바꾸어야 할 몇 가지가 있다. 그중 열 가지를 추려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1. 산책에 대한 로망은 버리는 것이 좋다

- 강아지와 고양이를 구분하는 가장 극명한 구분 지점이기도 하다. 가끔 공원에 댕댕이와 함께 나온 이들을 보면 나도 부럽고 마음 한쪽에 '나도 고양이 있는데'가 불쑥 솟아오른다. 영화를 보면 산책을 나갔다 유유히 집에 돌아오는 고양이도 있고, 어릴 적 할머니 집에서 있던 고양이도 하루 종일 밖에서 놀다 집에 오곤 했었던 것 같다. 저 불쌍한 것이 평생, 하루 종일 집에만 갇혀 있다는 게 얼마나 답답할지 안쓰럽기도 하다. 하지만 95% 이상의 확률로 고양이는 절대 산책해서는 안 되는 동물이다.(물론 가끔 별종이 존재하긴 한다)


고양이는 영역 동물이다. 이 녀석들은 자기가 알고 있는 공간 안에서만 편안함을 느끼고, 영역을 벗어났을 때 강한 스트레스와 함께 높은 확률로 멘붕에 빠진다. (이는 길냥이들도 똑같다. 그 아이들도 영역을 정하고는 그 공간 안에서만 움직인다. 또 길냥이들에게 영역은 생존의 문제이기도 하다) 이러한 위험을 무릅쓰고 산책을 강행할 경우 고양이는 산책로 어딘가에서 멘붕에 빠져 바둥거리다 도망갈 위험이 높다. 아무리 몸줄로 꽁꽁 싸매 놨다고 하더라도 ‘고양이 액체설’을 믿는다면 누구도 100% 녀석을 잡아둘 것이라 장담할 순 없다.

고양이는 마음먹으면 시속 20Km로 달릴 수 있다는데, 만약 길에서 녀석을 놓칠 경우 시속 20Km로 달리는 고양이를 사람이 잡는 건 불가능하다. 울며 츄르 들고 산책로를 방황하고 싶지 않다면 부탁건대, 산책은 삼가는 걸 강력히 권한다.


2. 방묘망 설치는 필수

- 고양이는 호기심이 많은 동물이다. 가량 창밖의 나비나 벌레만 봐도 일단 잡아야 하기에 창밖이든 어디든 나서려고 든다. 발정기가 오면 이는 더욱 심해지는데 앞에서 설명했듯이 영역 동물인 고양이는 자기 영역 밖, 창문 너머 처음 보는 세계를 경험했을 때 당장은 호기심에 이끌려 나왔다 할지라도 낯선 환경을 마주하는 순간 강한 현타와 마주한다. 주로 집사가 주시하고 있지 않거나, 창문을 열고 외출을 했거나, 배달음식을 받으려 현관을 살짝 열었을 때 녀석들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뛰어 나선다. 산책로에서 고양이를 놓치는 경우보다 이 경우가 가장 최악인데 일단 혼자 대문을 나서 멘붕에 빠진 고양이가 어디로 향할지는 도무지 예측할 수 없다.

이를 대비해 고양이가 나갈 수 있는 창문이나 구멍에는 모조리 방묘망을 설치해야만 한다. 비싸고 예쁜 방묘망이 아니라 고양이가 절대로 나가지 못할 망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집사로 살다 보면 다이소를 사랑할 수밖에 없는데 다이소에 있는 천 원짜리 망이면 충분하다. 창문이나 구멍 크기에 맞추어 엮어 나가지 못할 정도로 달아주면 된다. 물론 창문뿐 아니라  현관에도 이중 방묘망이 필요하다.(중문이 있는 집이 가장 좋다.)

이런 식으로


3. 휴대폰 충전 케이블 전선 감기

- 강아지도 그렇지만 고양이도 이가 나기 시작하고 이갈이 시점에서 가장 좋아하는 게 전선이다. 특히나 휴대폰 충전 케이블 같은 만만하고 얇은 선은 보이는 족족 녀석들의 장난감이 되고 만다. 밤새 집안의 모든 충전 케이블을 고양이가 끊어놓길 원치 않는다면 지금 다이소로 달려가 전선 감개로 고양이의 눈에 보일만한 모든 전선을 감아놓는 걸 추천한다. 냥바냥이겠지만 짱고의 경우 굵은 선(ex 컴퓨터 선, 냉장고 선)은 도전하지 않고 주로 만만한 충전 케이블 위주로 공략하곤 했다.(물론 닌텐도 위의 적외선 줄, 맥북 커넥터도 공략당하기도 했다)


어느 날 아침, 휴대폰 알람이 울리지 않아 된통 지각한 날이 있다. 이상하다 싶어 휴대폰을 들어보니 방전되어 전원이 꺼져 있었다. 분명 선은 꽂혀있는데..!! 하고 보니 이 놈의 고양이가 방과 거실을 넘나들며 선이란 선은 모조리 끊어놓고선 새근새근 코 골고 있더라. 제 딴에 알람을 끄는 방법이 그거밖에 없었던 것일까. 내가 가진 케이블은 다 애플 정품이었다....

아! 이갈이가 끝나서인지 선을 물어뜯는 버릇은 나이가 드니 고쳐졌다.(짱고는 여덟 살)

 

외관상 마음이 아플 수 있지만 케이블이 절단된 어느 하얀 아침보단 낫지 않을까

4. 스크래쳐 구입

- 고양이는 긁을만한 것만 보이면 일단 발톱을 세워 긁는다. 가방, 소파, 코트 등 모든 것이 긁을 것이기에 차라리 긁을 것을 마련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물론 마련해준다고 해서 그것만 긁지는 않는다.

그러므로 고양이 발톱에 마음이 아플만한 것들은 미리 치워놓고, 앞으로의 소비는 고양이가 덤벼도 좋을 것들만 구입하는 것이 현명하다. 생각하기에 따라 선택의 폭이 좁아진다고 할지 모르자 고가의 가죽제품은 애당초 포기하게 되어 가정경제에 도움이 되는 점도 꽤 있다. 최근엔 페브릭 소재의 대체제가 많아졌다.(이게 더 비쌈)


5. 어디에나 돌돌이(롤 클리너)를 배치하라 하지만 포기하는 게 가장 좋다

- 고양이를 들이는 순간 어느 정도 각오는 했겠지만, 고양이 털은 각오 했다고 해서 받아들여질 수준의 것이 아니다. 그것들은 어디에나 있고, 설마 했던 곳에도 틀림없이 있다. 터키시 앙고라나 페르시안처럼 하얗고 파란 눈을 가진 사랑스러운 녀석들일수록 더욱 그러하다. 옷방, 신발장, 화장실 등 옷을 입고 벗고 보는 모든 곳에 돌돌이를 비치해 놓는 것이 좋다. 자주 빗질을 해줘야 하고, 털갈이 시기에는 굳이 미용을 시켜주는 것도 털 지옥에서 벗어나는데 도움이 된다.(하지만 어설프게 개인이 덤비면 바깥 털 안에 숨어있던 털들이 함께 일어나는 지옥을 맛볼 수도 있다) 집에 건조기가 있다면 고양이 털과 옷이 분리되는 신세계를 경험할 수도 있다.

하지만 가장 추천하는 건 그냥 포기하는 거다.


6. 레이저 포인터로 놀이 금지

- 고양이는 사냥을 하는 동물이다. 집에만 있어 얌전해 보이지만 본능은 남아 집에서 모기나 파리를 만나면 미쳐 날뛰는 내 작은 고양이의 진짜 모습을 보게 된다. 이를 놀이로 해소해줘야 하는데, 사냥놀이를 하는 다양한 장난감이 있지만, 레이저 포인터는 놀이기구로 절대 사용하지 말 것을 권한다. 사냥을 시작하면 사냥 후의 전리품이 남아야 한다. 그것이 쥐가 됐던 공이 됐던 고양이 손에 쥐어지는 무엇이어야 하는데 레이저 포인터는 열심히 달렸지만 고양이의 손에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사냥 후에 보상이 없는 이 허탈함이 고양이에게는 또 다른 스트레스고 심하면 어떤 강박까지도 이어진다고 하니 사소한 것으로 주인님을 실망시키지 말자. 그리고 가능하다면 하루에 10분 이상 주인님의 사냥감이 되어 드리기를 권한다.(사냥놀이는 고양이의 정서상 좋기도 하지만 잠들기 전 놀이로 지쳐 잠들게 해야지만 새벽녘 우다다하는 미친 고양이를 마주하지 않는다)


7. 고양이가 먹으면 안 되는 식물 미리 알기

- 잡식인 것 같지만 사실 고양이가 먹으면 큰일 나는 식물들이 몇 개 있다. 이를테면 백합이나 튤립, 진달래, 수국 같은 것이다. 식물에 따라 다르기도 하지만 이런 식물들은 구토, 호흡곤란 등을 일으켜 급사에 이르게 하는 독이 되기도 한다. 주변에 흔한 꽃이고 고양이를 키우기 전에는 차마 생각도 못한 것들이라 집사님들 중에도 잘 모르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괜히 꽃 한 송이 잘못 가져다 뒀다, 애꿎은 고양이 무지개다리 건너게 할 수도 있으니 집에 식물을 들이기 전에 한 번쯤 체크해 보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또 고양이들은 숨넘어가기 직전까지 자기가 아프다는 걸 숨긴다고 한다. 고양이가 아파도 안 먹고 안 싸고 안 움직이기 전까지는 어지간해서는 아프다는 걸 알 수 없으니 미리미리 주의할 필요는 있다.

왼쪽에서 부터 백합, 튤립, 수국. 고양이 키우는 집에 절대로 가지고 들어오면 안될 꽃이다.


8. 고양이 물품 소독하기

- 사실 집안에서만 쭉 쓰는 물건이면 괜찮은데, 중고거래 등으로 혹 남이 쓰던 걸 받아오거나 길가에 버려진 고양이 물품(캣타워, 장난감, 스크래쳐 등)을 주워올 때는 반드시 고양이의 손이 닿기 전에 소독할 필요가 있다. 소독은 락스를 1/10로 희석하여 분무기에 담아 뿌려주면 된다. 고양이에게는 못된 전염병이 몇 개 있는데 남이 쓰던 물건이나 버려진 물건에는 이런 균이 묻어 있을 가능성이 있음으로 반드시 집에 들이기 전 소독 후 아이에게 전해주기를 권한다. 사실 이는 비단 고양이 용품뿐 아니라 가구 등 고양이의 손이 자주 닿는 모든 물건이 그렇다.


9. 고양이에 관한 책 구입

- 고양이 백과사전 같은 책이 있다. 고양이의 특징과 질병에 대한 증상이나 대처 방법을 적어 놓은 수의사가 쓴 책 말이다. 나의 경우는 <고양이 공부>라는 책을 잘 보이는 곳에 꽂아두고 상시로 꺼내본다. 고양이를 키우면 반드시 만나게 되는 증상들이 몇 가지 있다. 이럴 때 주로 인터넷 카페나 커뮤니티를 찾아 물어보는 경우가 많은데 물론 이것도 방법이지만 가능하면 수의사가 쓴 책을 먼저 찾아보기를 권한다. 정말 선무당이 사람, 아니 고양이 잡는 경우 여럿 보았다.

짱고 주치의이자 <고양이 공부> 저자인 김병목 수의사님


10. 지역의 평판 좋은 수의사와 동물병원 미리 찾아놓기

- 동물병원의 관리감독에 대한 문제가 어제오늘 일은 아니라지만, 동물병원에서 고지서를 받아본 이는 보통 기겁을 하게 된다. 아직 우리나라의 동물 의료는 보험 체계가 제대로 갖추어져 있지 않아 제대로 된 치료를 받으라 치면 백만 원도 우습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누구나 내가 제대로 된 병원에서, 제대로 된 돈을 내고 있는 게 맞는지 의심할 수밖에 없고 이러한 금액들이 커뮤니티에 공유되고 좋은 병원과 그렇지 않은 병원을 구분하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 실제로 돈은 돈대로 내고 제대로 된 진료를 못 받는 케이스도 있고, 과다진료로 덤터기를 쓰는 경우도 왕왕 발생하곤 한다.

하지만 내 고양이도 언젠간 아플 것이고 그때 제대로 된 병원을 찾을라 치면 늦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러니 미리 인근의 평판 좋은 동물병원과 수의사를 찾아 얼굴을 비춰두는 것이 좋다. 내 경우 운 좋게도 위에 언급한 <고양이 공부>의 저자가 운영하는 병원이 집 근처에 있다.(대구시 수성구 지산동) 또 일 년에 한 번 건강검진과 심장사상충 약 처방을, 2년에 한 번 미용과 스케일링을 병원에서 진행한다. 짱고는 간호사님들에게 예쁜데 지랄 맞기로 유명한 고양이 기도 하다. 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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