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모금은 어려운 일입니다

관계로 시작되는 기부 이야기

by 짱고아빠

모금은 어려운 일입니다

모금은 어려운 일입니다.

모금 뿐 일까요.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부탁하는 건 언제나 조심스럽고 망설여지는 일이죠. 특히 그게 돈과 관련된 이야기라면 더 그렇습니다. 괜히 민망하고 혹시 오해받을까 걱정되고 ”미안한데 돈 얘기는 지금 안하면 좋겠어"라는 라는 말을 들을까 두렵기도 해요. 저 역시 그랬습니다. 아니, 사실은 지금도 여전히 그렇습니다.


돌이켜보면 저는 어릴 때부터 남에게 싫은 소리 못하는 사람이었습니다.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부탁하느니 그냥 혼자 힘들고 마는 스타일이죠. 고등학교 시절 친구에게 버스비 천 원을 빌려달란 말도 차마 못했고, 대학에 가서는 네 몫의 조별 과제를 하라는 말을 못 꺼내서 결국 혼자 다 떠안아 버린적도 많아요. 그러던 제가 지금은 매일 사람들을 만나 "이 아이를 위해, 이 마을을 위해 당신의 지갑을 열어주세요"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가끔은 이런 제 자신이 낯설게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 내가 어쩌다 이런 사람이 되었을까.. 물론 처음부터 이런 일을 잘해서 모금가가 되어야겠다고 결심한 건 아니었습니다. 뭔가 그래도 세상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기 위해 사회복지를 전공했고, 일이라는 걸 하며 꿈과 현실 사이의 간극을 실감했습니다.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만들고, 그 프로그램이 만들어 낼 변화를 기대했는데 정작 컨펌 단계에서 늘 자원과 예산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까이기 부지기수였거든요.

선배들은 후원(그게 정부든 민간이든)을 받아야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아마 그때부터였던 것 같아요.

누군가를 위한 일을 기획하는 것보다 어떻게 그 일을 알리고 필요한 도움을 찾을지 고민하기 시작한게요.



작은 시도들이 만들어 준 길

사실 처음에는 일이니까, 그저 내게 주어진 일이니까 했던 것들이었습니다.

아이들을 위한 글을 썼고 사진을 찍고 이 글들이 제안서가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무턱대고 만나는 모두에게 이 제안서를 주기도 했고, 조금 연차가 쌓이자 전략적으로 제안서를 돌리기도 했습니다. 거리 한가운데서 사람들을 만나 이 일을 설명하기도 했고, 전화로 이 사업을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그런 작은 시도가 어느 순간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기 시작한 것 같아요. 길거리에서 뜬금없이 “수고한다”며 인사해주시는 분들이 생겼고요, 또 어느날 갑자기 후원금을 보내주시는 분들도 나타났습니다. 물론 제가 한 요청에 대한 거절도 셀 수 없이 많죠. 그 중 어떤 말은 아직도 잊히지 않을 만큼 마음에 오래 남기도 했고요.




시작되는 변화

하지만 분명한 건 그 모든 시도가 결국 아이들의 방과후 교실을 만들었고, 어르신들의 동네 텃밭을 일구었고, 청소년들의 주말 프로그램을 가능하게 했다는 사실이에요.

그렇게 알게 되었습니다. 후원이라는 건 누군가가 그 요청을 용기 내어 꺼내지 않으면 시작되지 않는다는 것을요. 누군가는 조심스럽게 “이 아이들의 눈을, 이 삶을 한번 들여다 봐주실 수 있을까요?”라고 사람들에게 말을 걸어야 합니다.

후원자님들 중에 이렇게 말하는 분들이 꽤 많아요.

“돕고 싶은 사람은 많은데 어디다 해야할지 몰라서 못해요.”

말 걸어주는 일, 누군가의 마음을 흔들어 그 시작을 만들어주는 일 그렇게 연결하는 일.


지금도 저는 여전히 누군가의 마음에 조심스레 말을 걸고 있어요. 그 마음이 다른 누군가의 삶과 닿아 관계가 시작 되고 시간이 지나며 그 관계가 진짜 변화를 만들어내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죠.


이제는 조금 알게 되었어요. 이 일이 결코 민망하거나 조심스러워야 할 일이 아니라는 걸요. 사람을 향한 마음으로 시작해, 사람을 바꾸고 세상을 조금씩 바꿔가는 이 일은 생각보다 꽤 괜찮은 일이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