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이엔 오해가 있다 | 이슬아, 남궁인 공저
언젠가 꼭 한번 나도 한번 써보고 싶었던 방식의 책 혹은 작업이다.
어릴 때 나는 교환일기를 참 많이 썼다.
한 권의 공책을 돌려가며 서로의 하루를 적고, 다음 사람이 그 글을 읽고 다시 답장을 남기는 식이었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글을 쓰는 이유가 조금 달라진다. 단순히 기록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누군가가 읽히기 위해 쓰게 된다.
일기인데 편지가 되고 이 몽실한 마음들은 그렇게 우리의 청춘을 뛰어다녔다.
상대의 문장을 읽고
그 문장을 쓴 마음을 상상하고
그 마음을 좋아하며 다시 글을 쓰는 일.
<우리 사이엔 오해가 있다>를 읽으며 나는 자꾸 그 시절 교환일기가 떠올랐다.
그때의 교환일기는 은근히 공개적이었다.
한 사람에게 보내는 것처럼 쓰지만, 사실은 반 친구들이 다 돌려 읽곤 했다.
어떤 친구는 그 밑에다 짧게 댓글을 남기기도 했다.
이 책도 조금 그런 느낌이다.
두 사람이 서로에게 편지를 쓰지만
그 편지를 읽고 있는 우리는
마치 그 교환일기를 몰래 넘겨보는 친구 같은 위치에 있다.
그래서 읽는 내내 묘하게 즐겁다.
한 사람이 문장을 던지면
다음 사람이 그것을 받아 답장을 쓴다.
그리고 독자는 다음 장을 넘기며 기다린다.
이번에는 뭐라고 답했을까.
이 단순한 구조가 이 책을 끝까지 읽게 만드는 힘이다.
이 책의 진짜 재미는 두 사람의 대비다.
남자와 여자.
의사와 작가.
이과와 문과.
어딘가 쉽게 같은 문장을 쓰기 어려울 것 같은 사람들이 서로를 향해 편지를 쓴다.
이슬아의 문장은 경쾌하게 튀어 오른다.
농담처럼 시작하지만 질문은 정확하게 상대를 겨눈다.
남궁인의 문장은 그보다 조금 느리고 깊다.
차분하게 생각을 풀어 놓고, 조심스럽게 답을 건넨다.
그래서 두 사람의 편지는 핑퐁이 잘되는 아주 괜찮은 파트너가 치는 탁구시합 같다.
한 사람이 공을 보내면
다른 사람이 그것을 받아 다시 넘긴다.
그리고 그 사이에서 관계의 온도가 조금씩 바뀐다.
책의 제목은 <우리 사이엔 오해가 있다>다.
보통 이런 제목을 보면 오해를 풀어가는 이야기를 떠올린다.
하지만 이 책은 조금 다르다.
오해를 없애기보다는
오해를 말하는 방법을 보여준다.
“오해는 흔하고 이해는 희귀하다.”
느낌표를 오백개쯤 치며 박수를 치게 만드는 이런 인사이트라니!
우리는 관계에서 종종 침묵을 선택한다.
괜히 말을 꺼냈다가 더 어색해질까 봐, 그냥 넘어가 버린다.
하지만 이 책의 두 사람은 다른 방식을 택한다.
불편한 마음도, 서로의 생각도 편지로 꺼내 놓는다.
그래서 때로는 웃다가 멈칫하게 된다.
이 말을 이렇게까지 해도 될까 싶어서.
그런데 바로 그 순간들이 이 책을 특별하게 만든다.
책을 읽으며 계속 떠오르는 장면이 있다.
서로 다른 사람들이
서로를 생각하며
까만밤 조심스레 펜을 들고 편지를 쓰는 장면.
문득 이런 생각을 했다.
나도 오해하고 있는 누군가에게 이런 작업을 한번 부탁해 보면 어떨까.
한 권의 공책을 두고
서로에게 편지를 쓰며 마음을 터놓는 일.
그렇게 몇 달이 지나면
우리도 서로를 조금 더 알게 될까.
아니면 여전히 오해 속에 있을까.
아마 둘 다일 것 같기도 하다.
그래도 괜찮다.
오해가 있어도 계속 이야기할 수 있다면.
오해가 있는 상태에서도 계속 편지를 쓰는 사람들이라면 분명 어딘가에서 만날 것이다.
그리고 나는 그런 이야기를 좋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