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프롬프트는 결국 나로부터 시작된다

일을 위한 디자인 | 올리비아 리 저

by 짱고아빠

다시 시작된 질문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이 일, 계속해야 하는 걸까.


사실 직장인이라면 이런 질문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없을 것이다.

누군가는 이미 더 빠르게, 더 정확하게 내가 하는 그 일을 해내고 있고 이제는 사람이 아닌 AI가 그 일을 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된 이후부터는 조금 더 심해졌던 것 같다.

그것들이 만들어내는 정리된 문서와 매끄럽게 이어지는 결과물들.

예전 같으면 감탄했을 것들이 어느 순간 묘한 거리감으로 다가왔다.

인간의 노력의 시간이 사라진 자리에서, 나는 무엇으로 나를 설명할 수 있을까.


이 책은 그 질문을 정면으로 마주한다. 그리고 이렇게 정리한다.


이러한 무력감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라고.


AI와 고분분투하던 사람이 비단 나 혼자는 아니었던 것 같다. 괜히 혼자 짊어지고 있던 감정이 조금은 가벼워졌다.

뒤처진 것이 아니라 기준이 바뀌고 있었던 것. 이 책은 바로 그 지점에서, 다시 생각을 시작하라고 말한다.


일을 대하는 태도


저자는 디자이너다. 하지만 이 책은 디자인을 설명하는 책이 아니다.

그가 여기서 말하는 디자인은 흐름과 구조를 설계하는 일이다.

보이는 결과가 아니라, 보이지 않는 선택과 판단의 축적 같은 것들 말이다.


그래서 이 책은 무얼 가르치기 보다 질문을 바꾸라고 말한다.


우리는 무엇을 해결하려 하는가가 아니라,

우리는 왜 이 문제를 풀고 있는가에 대한 대답을 찾으라고 말한다.


사실 이 작은 전환이 생각보다 많은 것을 바꾼다.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보다, 문제를 정의하는 능력이 더 중요하다는 이야기는 비단 이 책뿐 아니라 여러 곳에서 언급된다.

질문이 달라지면, 결과뿐 아니라 방향 자체가 달라진다.

같은 일을 하더라도 전혀 다른 의미를 갖게 된다.



생각을 설계하는 사람만 남는다


또 이 책은 하나의 사고 흐름을 제안한다.


관찰-구조화-메타인지-리뷰


보고, 정리하고, 돌아보고, 다시 생각하는 과정. 단순한 구조지만 의외로 우리는 일을 하며 이 과정을 자주 생략한다.

무언가를 빠르게 만들어내는 데 익숙해진 나머지 그 안에서 내가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는 점검하지 않는다.


그래서 저자는 계속 결과보다 사고의 밀도 그리고 일을 대하는 태도를 계속 강조한다.


사실 그랬다. 더 나은 결과를 만들면 괜찮은 사람이 되는 것처럼, 더 빠르게 끝내면 능력 있는 사람이 되는 것처럼 우리는 생각한다.

하지만 이 책은 그보다 먼저, 내가 어떤 기준으로 생각하고 있는지를 묻는다.


AI가 점점 더 많은 일을 대신하는 시대에, 남는 것은 결국 '내가 그 일을 어떻게 정의하고 생각하는가'라는 점에서 어쩌면 모든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 이 질문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완벽보다 실행, 확신보다 움직임


또 하나 실행에 대한 이야기다. 우리는 종종 완벽한 준비를 기다린다. 더 나은 타이밍, 더 확실한 근거, 더 실패하지 않을 방법.

하지만 이 책은 그런 기다림은 오히려 멈춤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완벽한 계획보다, 작은 실행.


불확실한 시대일수록 계획은 쉽게 무너지고, 실행만이 다음 선택을 가능하게 만든다.

실행은 결과를 남기고, 결과는 다시 판단의 기준이 된다. 실패조차도 하나의 데이터가 된다.


이 부분을 읽으며 새삼 미뤄두었던 일들이 떠올랐다.

준비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확신이 없어서 시작하지 못했던 것들.


저자는 말한다.

확신은 실행 이후에 만들어진다고.



결국, 일은 ‘나’로부터 시작된다


이 책이 말하는 ‘프롬프트’는 기술이 아니다. 더 잘 쓰는 명령어도 아니고, 더 빠른 결과를 만드는 요령도 아니다.

그것은 내가 어떤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어떤 기준으로 문제를 정의하며,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에 대한 태도다.


그래서 결국 모든 일은 ‘나’로부터 시작된다.


같은 도구를 사용해도 결과가 다른 이유, 같은 환경에서도 방향이 갈리는 이유. 그것은 기술이 아니라, 질문의 차이에서 시작된다.

나는 어떤 질문을 던지고 있는가. 그리고 그 질문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가.


그리고 아직 나는 이 답을 다 알지 못한다.


다만 하나는 질문을 바꾸면 조금 다른 길이 보인다는 것 정도는 분명해졌다.

오늘도 출근해 가만히 서 있는 내 책상을 바라본다.


그리고 나의 일에 대해, 단 하나의 질문만 바꿔본다.

어쩌면 오늘 일은 다시 나로부터 시작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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