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 김상균 저
*긴 글 주의
주말 내 메타버스에 대한 책을 몇 권 읽었다. 물론 책 몇 권으로 어떤 분야에 대해 안다고 말하는 것이 얼마나 건방진 이야기인지는 알고 있으나, 이 개념도 채 통일되지 않은 내용으로 개념서가 쏟아져 나왔다는 현실도 사실 잘 이해가 안 되기는 매한가지다. 그래서 좀 긴 글을 쓰려한다.(그래 봐야 기존에 쓰던 2,000자보다 조금 더 많음) 그래서 '메타버스가 뭔데요?'라는 질문에 갈피를 잡는 대답이 되면 좋겠다.
1. 책 이야기 - 제목의 선점
소위 <메타버스>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책이고, 제목도 무려 <메타버스>다. 선점효과가 이렇게 무섭다. 사실 진짜 메타버스가 무언가에 대해 알고 싶다면, 이 책 보다 앞서 소개한 <#메타버스의미래> 를 더 추천한다. 이 책은 메타버스에 엮인 거의 모든 것들에 대한 이야기다. 사실 배민이나 에어비앤비까지 메타버스로 설명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그건 아닌 것 같은데요?'하고 손들고 싶은 마음이 제법 있었지만 뭐.
2. 호접지몽
메타버스를 설명하는 모든 이들이 채용하는 메타버스의 효시다. 장자기 꿈에 나비가 되어 즐겼는데 꿈에 깨보니 자신은 사람이었다. 그 순간 장자는 '내가 나비의 꿈을 꾼 것인지, 나비가 인간이 되는 꿈을 꾸고 있는 것'인지 묻게 되었고, 꿈과 현실은 어쩌면 의미 없을지도 모른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이 매력적인 이야기는 여러 문학과 영화에서 채용되는데, <매트릭스>나 <인셉션>을 떠올린다면 이해가 쉽다. 혹은 몇 달에 걸쳐 이야기를 풀어놓다 결국 수습이 불가한 어느 지점에서 '이 모든 것은 주인공의 꿈'이었습니다 하는 드라마를 떠올려도 되겠다. 사실 이런 레퍼런스는 넷플 드라마 <블랙 미러>에 차고 넘친다.(이건 봐야 한다. 추천 오만 개)
3. 과도한 레퍼런스의 나열
이 책의 아니 소위 메타버스 어쩌고 하는 책들의 가장 큰 약점이다. 모두에게 통일되지 않은 개념을 자기만의 방식으로 설명하다 보니 책의 반 이상이 레퍼런스 소개다. 이런 이야기는 결국 산으로 간다. 또 레퍼런스로 점철된 책의 최대 약점은 유효기간이 짧다는 거다. 하긴 메타버스에 대해 이렇게 누군가가 구구절절 설명하는 기간도 그렇기 길지는 않을 거다. 요즘 '인터넷'이나 'SNS'에 관해 설명한 책을 돈 주고 사 읽는 사람이 없듯이 메타버스도 머지않은 미래에 그렇게 될 것 같다.
4. 그래서 메타버스가 뭐냐고?
그래서 메타버스가 뭐냐 묻는다면, 가상세계(증강현실 포함)와 라이프 로그(블로그, SNS)가 합해져 펼쳐지는 세컨드 라이프 정도로 정의될 수 있겠다. 그곳의 풍경은 이곳과 같을 수도 다를 수도 있다. 그곳의 아바타도 나와 똑같은 이일수도 아니면 공룡이나 마법사일 수도 있다. 그래서 거기서 어떤 일을 하냐고 묻는다면 당신이 인스타나 페이스북 혹은 스마트폰으로 하고 있는 모든 일을 한다고 생각하면 제일 쉽다. 그곳에서 우리는 음식을 주문하기도 하고, 호텔을 예약할 수도 있다. 투자도 가능할 것 같다. 물론 지금처럼 휴대폰으로 조작하는 식이 아니라 글라스를 끼고 팔다리에 어떤 장치를 부착하고 활동할 수도 있다. 영화에서처럼 이마에 어떤 칩을 붙이는 걸로 가상공간의 진입 준비가 끝날 수도 있다. 사실 그것까지는 모르겠다.
5. 나의 메타버스는
어릴 적 나는 삼국지 게임을 제일 좋아했다. 삼국지는 군주가 되어 전국을 통일하는 것이 목표인 게임인데, 시리즈 발전을 거듭하다 보니 내가 장수가 될 수도 있었다. 굳이 왕이 되는 것이 아니라 장수가 되다 보니 결혼도 하고 애도 낳고, 왕이 어느 동네 반장이라도 시켜주면 세금도 걷고 농사도 짓고 할 수 있는 지극히 개인적인 게임으로 진화했다. 관우를 좋아해서 주로 관우로 플레이했지만 관우로 엔딩을 보고 난 이후에는 늘 내 이름 석자를 삼국지 세계관에 집어넣었다. 모든 능력치 만렙인 나는 한나라의 장군이 되기도 했고, 추대받아 왕이 되기도 했다.
코로나가 극성이던 시절 청와대에서는 마인크래프트를 이용해 마크 세상에 청와대를 건설하고 아이들을 초대하는 어린이날 이벤트를 진행했다. 뭔가 대박적인 느낌을 받은 나는 샌드박스와 접촉했고 내가 출장 다니던 케냐의 한 마을을 마인크래프트 안에 구현하고 프로젝트의 홍보대사로 초통령 도티를 위촉했다. 전국의 아이들이 마인크래프트 안의 케냐 마을에 접속했다. 아이들은 마인크래프트 안에서 케냐의 마을에 어떤 건물이 있는지 보았으며, 기린 호텔을 방문했고, 킬리만자로에 올랐다. 연예인들로 구성된 NPC와의 대화를 통해 아프리카 구석구석을 알기도 했고, 소소한 미니게임을 통해 직접 우물을 파거나, 도시락을 배달해주기도 했다. 이런저런 게임들을 모두 클리어하고 난 후에는 자기들끼리 소통하기도 했다. 3개월의 작은 시도였는데 이후 사람들이 이를 NGO가 시도한 최초의 메타버스라고 부르기 시작했고 난 이 바닥에서 메타버스의 선구자가 되었다.
6. 그래서 메타버스가 가능하냐고 묻는다면
사실 제한된 경험으로 메타버스의 미래를 함부로 논할 순 없다. 하지만 이후 메타버스에 관한 여러 책과 강의, 실제로 메타버스라 불리는 것들에 접속하면서 개인적으로 이 플랫폼의 발전 가능성에 대해서는 큰 물음표가 생긴 건 사실이다.
우리 사회는 코로나 이후 비대면 사회로 진입했으며, 이 시기에 화상회의 툴이던 줌이 전 국민 앱으로 진화했고, 비대면으로 업무, 수업 등을 진행할 수 있는 메타버스라는 개념이 확장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메타버스에 올라타라' 따위의 구호가 난무하고 메타버스 시대의 비지니스 모델이 봇물 터지듯 나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메타버스 열풍은 그 실체를 보기도 전에 이미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시들해지고 있다. 메타버스가 기대했던 로블록스와 제페토를 잇는 새로운 플랫폼의 등장 전에 위드 코로나가 먼저 오고 말았다. 온라인에 머물 줄 알았던 사람들은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물론 언젠가 인스타와 틱톡을 잇는 또 다른 플랫폼은 분명 등장할 것이다. 그리고 그 플랫폼이 누구냐에 따라 비지니스 모델도 달라질 것이다.
7. 결국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메타버스를 논하던 시기에 아이러니하게도 오프라인의 골프 인구는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골프는 못 치더라도 호캉스나 차박 정도는 경험할 수 있는 이들도 늘었다. 비대면이 필수라고 하는 시대에도 사람들은 각기 저만의 방법으로 오프라인 공간을 만들어갔다.
코로나 시대에 사람들은 예측했다. 코로나가 끝난 뒤에도 비대면에 익숙해진 이들은 집에 머무를 거라고. 우린 이제 코로나 이전의 세계로 돌아갈 수 없다고. 하지만 위드 코로나라는 단어가 발표되자마자 사람들은 약속이나 한 듯 다시 모이기 시작했다. 결국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고, 이건 사이버 상의 경험과 질적으로 다른 경험이다.
얼마 전 일론 머스크는 달에 사람을 보냈다. 머지않은 미래에 우리도 직접 달에 갈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메타버스 안에서는 이미 충분히 달에 갈 수 있지만 그것을 달에 갔다고 부르는 이는 없다. 0과 1로 구성된 세상은 더 많이 만들어지고 더 발전할 것이다. 더 현실과 비슷해지고 언젠가 매트릭스가 우리 삶에도 등장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글쎄. 솔직히 아직은 잘 모르겠다. 뭘 자꾸 준비하라는데 도대체 개발자도 아닌 내가 뭘 준비해야 할지.
메타버스 / 김상균 저 / 플랜비디자인 / 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