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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사람

<사랑을 사랑하게 될 때까지> 조동희 저

by 짱고아빠

그렇게 보면 영감이란 것이 별거인가 싶다. 내가 좋아하는 아름다운 이별 노래는 작곡가가 변기에 앉아 있다가 쓰게 된 것이라고 한다. 한 매거진에서 소설가 필립 로스는 이렇게 말했다. "영감을 찾는 사람은 아마추어이고, 우리는 그냥 일어나서 일을 하러 간다"

이제 나는 어렴풋이 알 것도 같다. 영감이라는 것은 어느 날, 어느 순간 벼락처럼 내려오는 것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 묵히고 묵히며 묵묵히 살아가는 중에 돌연 발끝에 치이게 되는 것임을. p.91


1.

시를 쓰는 것을 좋아했다. 물론 과거형이다. 지금은 시를 쓸 수 있을까. 자문해보지만 못할 것 같다. 무언가를 길고 자세하게 쓰는데 너무 익숙해져 버렸기 때문이다. 내가 쓰는 글은 주로 상사 혹은 파트너사를 설득하기 위한 글이다. 단명하되, 정확한 내용을 담아야 한다. 결코 읽는 이에 따라 해석이 달라져서는 안 된다. 마치 직업병과 같은 이 글쓰기를 벗어나기 위해 참 오랜 시간 무언가를 썼다. 답도 없는 이야기를 그렇게 난 계속 써 내려 갔다.


2.

찌질함을 좋아하는 편이다. 아니 죽을 만큼 사랑했던 어떤 것의 상실에는 찌질해지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그래서 밤새도록 술을 먹을 수도 있는 거고, 모두가 잠든 밤 괜스레 X-애인에게 `자니`라는 문자를 보낼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물론 그 이후의 상황에 대해서는 본인이 책임을 져야..)

이런 찌질함이 온전히 묻어나는 노래도 좋아한다. 가사에 담긴 절절함이 좋고, 그 가사에 묻어나는 내가 행복했던 날의 추억이 좋다. 물론 가끔은 다시 오지 않을 날들이 슬퍼서 엉엉 울기도 한다. 찌질하지만 그런 날은 또 그런대로 좋다.


3.

장필순의 노랫말을 사랑하는데, 그 노래들의 작사가 조동희 님의 책이라 사실 별 고민 없이 집어 들었다. 노래에 얽힌 에피소드들이 쓰여 있는데 꼭 잘 만든 영화의 감독판 같은 느낌이다. 노래를 들으며 든 느낌과 이면의 이야기를 읽는 느낌은 아무래도 달랐다. 그중 故 조동진 님과의 기억에 관한 이야기에서는 조동진 님도, 조동희 님도 참 행복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와 우정을 쌓았고, 그와 평생 남을 이야기를 만들었고 서로 그 순간을 그리워하며 행복해할 수 있다는 건 분명 잘 산 인생일 거다. 짧지도 길지도 않은 인생이지만 내 인생을 뒤돌아 볼때 내게 이런 우정을 나누어 준 이가 몇이나 있을까. 이 밖에도 세월호 등 우리가 함께 아파했던 이슈들에 관한 노랫말도 있는데 이 사건을 이렇게 표현했구나 알게되는 순간 마음이 저릿해지기도 했다.


그는 영감을 일상속에서 묵히고 묵히다 돌연 발끝에 차이는 어떤 것이라고 말한다. 내 말에도 차이는 무언가가 있었으면 좋겠다. 마지막 장을 덮으며 꽤 마음이 따뜻해졌다.


* 한겨레출판 서평단 하니포터 1기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사랑을 사랑하게 될 때까지 / 조동희 저 / 한겨레출판 /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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