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을 맞대는 다정

두 번째 잎 — 방황 속, 재발견

by 주나함

그간 펭귄 씨를 만나느라 엄마와 함께할 시간이 많지 않았다. 그러다 정말 오랜만에 데이트를 하게 됐다. 엄마는 회사에서 조기퇴근 후 전철에 올랐고, 나는 역에서 기다리다가 엄마가 타 있는 전철에 올라탔다. 자연스레 결혼과 펭귄 씨 이야기가 주제가 됐다. 엄마가 내가 이른 나이에 결혼하는 것을 염려하기보다는, 응원하며 좋아하는 모습이 고마웠다.

해방촌 오거리에서 내려야 했는데, 실수로 한 정거장을 지나쳐 버렸다. 어디에서 내려야 하는지 잘 확인했어야 했는데. 괜히 엄마에게 오르막길을 걷게 해서 미안했다. 식사하러 ‘바이두부’로 이동했다. 그간 꼭 맛보여드리고 싶었던 곳이었다. 여러 가지를 주문해, 마음껏 맛보시게 했다. 엄마가 야채도 많고 맛있다며 즐거워했다. 이후 옷가게에서 옷을 한 벌 사드리고, 신흥시장 쪽으로 걸어가 틈새 구경을 했다. 그러다 네 컷 사진도 찍었다. 엄마는 처음에는 뭐 이런 데서 돈 쓰냐며 괜찮다고 했지만, 막상 같이 들어가서 사진을 찍으니 쑥스러워하면서도 열심히 포즈를 취했다. 다 찍고 나와, 네 컷의 사진 중 엄마에게 어떤 컷이 제일 마음에 드는 지 물었다. 나는 손 하트를 하거나 꽃받침을 한 사진을 고를 줄 알았는데, 엄마는 나와 볼을 맞댄 사진을 골랐다. 이유를 물으니 “사이 좋아 보여서. 다정해보이잖아.” 하고 답했다. 그 말에 마음이 먹먹했다. 엄마의 말에서 나를 향한 끈끈한 애정이 느껴졌다. 그 사랑의 크기와 점도가 도저히 가늠되지 않았다. 나의 결혼이 엄마에게는 크나큰 축복이자, 큰 결심이 필요한 안녕이겠구나 싶었다.

데이트를 하며 엄마에게 많이 미안했다. 누군가가 슬퍼하고 낙심할 때 느끼는 미안함도 있지만, 크면서는 이렇게 행복해하고 즐거워하는 모습을 볼 때 마음이 물러질 때가 훨씬 잦았다. 진작 엄마랑 좀 더 자주 놀러 다닐 걸, 결혼하면 이렇게 자주는 어려울 텐데, 엄마 해외여행도 보내주고 싶었는데…. 참 여러 마음이 교차했다. 나만 잘하면 된다, 앞으로의 진취적인 삶을 꿈꾸자고 그렇게 마음 먹었다.

그날 밤, 방에 있는데 엄마가 들어왔다. “나함아, 엄마가 앞으로 더 잘해줄게” 볼 날이 얼마 안 남았다며 엄마는 내 손을 붙잡고 다정히 말했다. 왜 내가 해 드려야 할 말을 엄마가 해주는 걸까. 줘도 줘도 모자른 듯 늘 내가 주기도 앞서 엄마는 나를 채운다. 나야말로 얼마 남지 않은 시간 동안 무엇이 됐든 많이 도와야겠다고 다짐했다.




길을 걷다가 햇살이 내리쬐며 풍경이 눈에 훅 들어왔다. 그 광경이 꽤나 이뻤기에 멈춰 섰다.

“엄마, 여기 서 봐” 하고 사진을 찍으니 엄마가 마치 어린아이처럼 행복해 했다.

그 순간을 누리는 모습이 쓰는 지금도 생생하게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