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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도가와 J May 19. 2020

재미있는 공간경제학

취재로 일본전역을 다니다보면 현장엔 방송아이템이 수두룩하다. 동일한 취재거리도 발상의 전환만 잘하면 얼마든지 새로운 컨텐츠를 생산해낼수 있다. 여행프로그램으로 니가타현에서 만난 신칸센現美와 Gala 유자와역, 도심속의 오아시스 취재로 만난 옥상정원, 쌀소비촉진을 위해 만난 레스토랑버스, 재난관련 취재때 만난 일본최대급 지하방수로, 무슨 공통점이 있을까? 규모가 크든 작든 한 공간에서 각기 다른 경제적 가치를 품고 있다는 것이다.


 공간(空間)의 사전적 의미는 아무것도 없는 빈 곳이지만, 누군가 사용하거나 인지하는 존재가 되면 비로서 가치를 얻게 된다. 예를 들면, 우리가 살고 있는 아파트, 서울시를 둘러보는 시티투어버스, 쇼핑도 즐기고 먹거리 천국인 재래시장, 소규모 도시가 움직이는 크루즈 등 쉘수 없이 많다.


2018년 니가타시 제작지원으로 여행프로그램을 제작했다. 그때 만난 신칸센겐비(現美). 열차의 1차적 임무는 안전한게 목적지까지 수송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기차는 예술을 접목시켰다. 열차외관의 디자인은 불꽃축제로 유명한 나가오카시를 테마로 이쁘게 장식하고, 내부에는 미술관을 도입했다. 이동하는 동안 예술을 즐길수 있도록 꾸며 놓은 것이다. 유아들이 있는 승객들은 열차장난감을 가지고 놀수 있는 놀이방도 갖췄다. 승객을 수용하는 측면에서 본다면, 경제적가치가 떨어질지 모르지만 예술을 접목시키는 역발상으로 희소성을 부각시켜 꼭 한번 타고 싶은 열차로 대변신했다.



니가타현에 있는 Gala 유자와역은 특별하다. 이곳에는 겨울스포츠의 대명사인 스키와 스노우보드를 즐길수 있는 스키장이 있다. 그런데 특이한 건 열차에서 내려 개찰구를 빠져나오면 바로 곤도라를 타고 스키를 즐길수 있다. 한국에선 상상할수 없는 풍경이 펼쳐진다. 장비없이 신칸센을 타고 방문하는 사람이 많다. 겨울스포츠를 만끽하고 올때의 두손은 가볍게, 갈때의 두손은 무겁게 일석이조다.


2016년 U본부의 공중보행로 취재로 만난 도쿄의 도심고속도로위에 만들어진 “메구로천공정원” 일명 옥상정원이자 고층맨션을 이어주는 공중보행로 역할을 한다. 그냥 데드존으로 방치할수도 있지만, 녹지를 조성하고 텃밭과 포도밭을 만들어 근처 유아들에게 교육의 장소로, 수확한 포도로 만든 와인은 이 지역 축제때 지역주민들과 함께 마신다고 한다. 참 발상이 좋다. 코우토우구(江東区)엔 노숙자나 폐기물들이 버려진 데드존인 도심고속도로 밑공간이 카약체험장, 풋살경기장과 공원이 만들어졌다. 정비하는데 꽤 많은 비용이 발생하지만, 그 이상의 경제적 가치를 가진 곳 탈바꿈했다.



2017년 쌀소비촉진을 위해 만난 레스토랑버스는 종합선물세트같았다. 주목적은 관광이다. 작은 공간이지만 오감을 즐기는데는 충분했다. 지역농산물을 지역의 유명쉐프가 특별식을 만들어 고객들에게 제공하고, 그 지역에서만 즐길수 있는 관광코스를 돌아보는 것이다. 단순히 이동에 촛점을 맞춘 관광버스와는 차원이 달랐다. 한국의 옛관광버스는 뽕작에 리듬을 맞춰 춤을 추거나, 티비를 보는 것이 대부분이였다. 하지만 이동과 공간에 경제학을 도입하니, 지역활성화에 활력을 주는 훌륭한 아이템이 되었다.



끝으로 일본최대급 지하방수로는 입이 떡 벌어진다. 지하하면 기생충으로 주목된 반지하의 주거지, 주차장 그리고 지하쇼핑몰 정도가 떠오를 것이다. 이곳은 수도권의 홍수로부터 우리생활을 지키기 위해 만들어진 시설이다. 지하 약 50미터에 건설된 지하방수로 “수도권외곽방수로”다. 지상에 넘친 물을 끌어들이며 지하에 저수하고 고인물을 뿜어낸다는 3가지 기능을 갖추고 홍수를 예방한다. 방수로의 길이는 약 6.3km로 규모면에서 세계 최대급이다. 엄청난 비용이 들어갔지만, 홍수로 인한 2차피해로 발생하는 피해액을 고려한다면 그 가치는 충분하다. 또한 시설 견학도 가능하여 방재교육의 장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전 세계에 더 잼나고 유익한 공간이 많을 것이다. 한국도 역사적 공간을 리모델링해 지역역사와 문화를 보전하거나 지역주민과 문화와의 상생을 추구하기 위해 골목상권 등 공간을 창업한다고 분주하다. 아무것도 없는 곳 "공간", 그곳에 생명을 불어넣는다면 무한한 가치를 품는다. 공간경제학을 잼나게 구성해서 프로그램을 만들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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