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주제곡, 골든(Goleden)이 제 83회 골든 글로브 주제가 상을 수상하였다. 케데헌은 한국 문화를 모티브로 하는 미국 뮤지컬 영화로 넷플릭스에 공개되자마자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어 모았고, 주제곡 골든도 빌보드 차트 1위를 차지하는 등 전 세계적으로 골든 열풍을 만들어 냈다. 얼마 전에 있었던 그래미상에서도 골든은 영상 미디어 최우수 수상작으로 선정되어 2관왕을 차지하였고 아카데미 주제가상의 후보로 선정되어 있어서 3관왕이 유력한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케데헌의 작곡가이자 가수인 이재(EJAE)의 꿈은 아이돌 가수였다고 한다. 그녀는 11살인 2003년부터 23살까지 12년을 SM의 연습생으로 보냈다. 연습생 기간 동안 그녀는 제일 먼저 나오고 연습도 가장 열심히 하는 생활을 하였으나 끝내 아이돌 가수로 데뷔하지는 못했다. 목소리가 매력적이지 못하다는 이유로 받아 들여지지 못하며 슈퍼쥬니어, 소녀시대, 샤이니, f(x), 레드벨벳 등 같은 연습생 처지에서 데뷔하여 인기리에 활동하는 다른 아이돌 가수들을 지켜 보아야만 했다. 좌절감에 그녀는 SM을 나와 작곡가로 전환하여 새로운 삶에서 희망을 찾아 나갔다. 그녀는 작곡을 하며 자기 만의 시간에 충실했고 이 때 만든 음악 샘플이 계기가 되어 SM에 작곡가로 들어가게 된다. 가수로서는 받아 들여지지 않았지만 작곡가로서는 받아 들여지게 된 것이다.
이재는 수상 소감에서 꿈을 이루기 위해 10년 동안 쉬지 않고 노력해 왔지만 목소리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거절 당했던 상황을 떠올리며 그 시간을 버티게 해준 것은 노래와 음악이었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녀는 "이 상을 문이 닫혔던 경험을 해본 사람들에게 바칩니다. 거절은 새로운 방향 전환입니다( Rejection is redirection). 그러니 절대 포기하지 마세요. 빛나기 위해 태어난 사람에게 빛나기에 결코 늦은 때는 없으니까요(It's never too late to shine like you're born to be)"라고 소감을 마무리하였다. 이러한 수상 소감은 실패를 경험한 많은 사람들에게 위로와 용기를 주었다.
누군가에게 거절당하는 것은 참으로 슬픈 일이다. 사랑하는 사람이 내 마음을 받아 주지 않는 거절은 날카로운 칼이 되어 나의 몸과 마음을 찌른다. 대학 입시, 회사 취직 등에서 떨어지는 것 또한 우리를 좌절에 빠지게 만드는 거절로써 우리의 자존감이 무너지며 자신을 한없이 작게 만들기도 한다. 또한 다니던 회사에서 해직되는 경험 또한 많아지는 사회이다. 졸지에 무직자가 되어 일상 생활을 걱정하며 다시 취업 전선에 뛰어드는 자신이 때로는 초라하고 부끄럽다고 느껴질 것이다. 이러한 거절의 경험을 진짜 자신이 되고 싶은 길을 찾는 전환점으로 만들어야 하겠으나 정작 그런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다.
필자는 현대차 연구개발 부문에서 29년간 차량 개발 업무를 수행했었다. 2019년부터는 독일 연구소 법인장으로 근무하고 있었는데, 법인장 업무를 마치면 한국에 복귀하여 다른 중요한 직책을 맡게 될 것을 기대하고 있었다. 그러나 본인에게 통보된 것은 국내 복귀가 아니라 현지 퇴임이었다. 29년 간의 성과와 수고가 무시당하고 일방적으로 거부당하는 느낌이었다. 그러나 원망과 한숨 만으로 시간을 보낼 수는 없었다. 또한 가만히 생각해 보면 거의 정년이 될 때까지 좋은 사람들과 연구개발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으니 감사한 마음도 들었다. 우선 정년 후 하고 싶은 것에 대한 버켓 리스트를 작성하였다. 귀국하기 전에 차량으로 유럽 여행하기, 글쓰기, 코칭 공부하여 자격증 따기 등등. 그동안 마음에 있었지만 실행하지 못했던 것들을 다 적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이러한 행동을 통해 거절을 방향 전환으로 바꾸어 나갔던 것 같다. 프랑스 남부, 지중해 연안의 소도시들을 구경하며 지난 세월 쉼없이 달려온 내게 꿈같은 휴식을 주었다. 새로운 곳에서 미술 작품과 자연을 보면서 내면에 힘이 차오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또한 29년간의 자동차 개발 경험과 지식을 글로 남기기 시작했으며 지금도 꾸준히 글을 쓰고 있다. 글을 쓴다는 것은 나에게 내면을 정리하며 살아갈 방향을 살펴 보는 일과도 같다. 한국에 귀국한 후에는 1년 만에 한국코치협회 인증, KAC 코치가 되었다. 이러한 방향 전환의 노력들로 인해 현재는 대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자동차 관련 과목을 가르치고 있으니 나름 방향 전환이 잘 이루어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글쓰기의 8가지 기술'이라는 책의 저자 어성호는 "직장 하나 잃었다고 인생 다 산 게 아니잖은가? 내가 여기 있는데 가진 거 조금 잃는다고 모든 게 사라지는 것은 아니잖은가? 새로 길을 만들면 된다. 잃은 만큼 더 노력하면 된다. 한숨 쉬지 말고 행복하게 만들 일을 구하자"라고 말했다. 작가는 전력 투구했던 직장에서 권고 사직을 당하고 3년이라는 기간 동안 무일푼으로 지내며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냈다. 다른 직장을 찾아 보기도 했지만 자기와 딱 맞는 곳을 찾을 수는 없었다. 힘든 기간 동안 그는 계속 글을 써나가며 자신을 살펴 보았다. 그는 글쓰기를 통해 내면을 치유하고 자신 안에 잠들어 있는 재능을 일깨워 결국 글쓰기연구소의 대표가 되었다. 그는 자기 삶을 통해 거절이라는 것은 새로운 기회이고 저 깊은 곳에서부터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게 만드는 방향 전환이란 것을 보여 주었다.
차량의 성능 가운데 방향 전환은 핵심 기능 중의 하나이다. 차량이 장애물을 회피하여 안전하게 주행하지 못한다면 충돌 사고로 사람이 다치거나 재산 상의 손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방향 전환을 잘 하기 위해서는 크게 2가지 정도의 요건이 필요하다. 첫째는 타이어의 그립력(Grip Force)이다. 타이어의 사이즈, 편평비, 블록 패턴, 재료, 구조에 따라 타이어와 노면에서 생기는 그립력이 결정된다. 그립력은 차량이 가속할 때 노면에서 차량을 밀어주기도 하고 반대로 제동시에는 차량의 진행 방향과 반대 방향의 제동력으로도 작용한다. 또한 차량이 선회할 때는 차량이 바깥쪽으로 밀리지 않게 받쳐 주는 힘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차량의 원심력을 이길 만큼 충분해야 한다. 그래서 타이어의 그립력은 차량의 주행 성능에 있어 매우 중요한 인자가 된다. 두번째는 바디의 롤 컨트롤(Roll Control)이다. 차량이 코너를 주행할 때는 원심력에 의해 차체가 선회방향의 반대 방향으로 기울어진다. 이것을 롤 모션이라고 하는데 너무 커도 안되고 너무 작아도 안된다. 롤모션이 너무 크면 차량의 응답이 느려지고 타이어 그립력이 약해지며 조정안정성이 떨어지게 된다. 반대로 롤모션이 너무 작으면 차량의 응답은 빨라지나 너무 날카로와지고 승차감이 크게 떨어진다. 또한 운전자가 롤모션 양을 통해 느끼는 피드백이 부족하여 타이어 그립력이 급격하게 떨어져 차량의 스핀이 발생하는 것을 예방하기가 어려워진다.
사람이 삶의 방향을 전환하려면 차량과 마찬가지로 내 삶을 지탱해주는 굳건한 지지력이 있어야 한다. 또한 몸과 마음의 관성을 적당하게 가지는 것이 필요하다. 삶을 지탱해주는 굳건한 지지력에 대해 먼저 생각해 보자. 앞에서 이재는 SM에서 거절당하고 힘들게 지낼 때, 그 시간을 버티게 해준 것이 노래와 음악이었다고 말했다. 어성호 작가는 글쓰기를 통해 퇴직 후 힘든 시간을 이겨 낼 수 있었다고 했다. 누군가에게 지지력은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믿음과 응원일 수도 있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절대 존재에 귀의하는 신앙적 믿음일 수도 있다. 나는 어떤가? 갑작스럽게 퇴임을 통보받고 살아갈 인생 방향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글쓰는 것, 코치로써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는 것, 믿음으로 청소년 교육에 봉사하는 것 등 하고 싶은 의미있는 것들이 있었다. 나는 지금도 그것을 향해 조금씩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의미있는 삶의 지향점이 나를 지지해주는 버팀대로 작용하여 때로는 흔들리며 약해져도 다시 제 자리로 돌아와 갈 길을 꾸준히 가게 하는 것이 아닐까? 결국 어디로 가고 싶은 지 알아야 방향 전환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몸과 마음의 관성력을 적당하게 유지하는 것은 더 어려운 일이다. 다니던 직장에서 갑자기 퇴직하게 되는 경우, 몸과 마음의 관성이 너무 크다면 새로운 환경을 받아 들이지 못하고 퇴직이 너무 아픈 현실이 될 것이고 그렇다고 현재 다니고 있는 직장을 언제 떠날 지 모르니 가볍게 하여 소홀히 하는 것 또한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니 예정된 이별을 위해 미리 떠나는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내 삶의 버팀목 역할을 하는 지지력을 키워 주면 된다. 충분한 지지력은 관성을 이길 수 있다. 내 삶을 받쳐 주는 지지대가 든든하면 다소 흔들리고 방향을 잃어도 금새 자세를 잡고 가고 싶은 방향으로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연인에게 사랑을 거절당했는가? 자신을 더욱 매력적인 존재로 가꾸어 나가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대학 입시에서 떨어졌는가? 내가 좋아하는 공부를 깊이 있게 시작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다니던 직장에서 사직당했는가? 본인이 진정 원하는 것을 찾아 방향 전환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만드는 버팀목은 무엇일까 생각해 보자. 내 삶을 지켜주며 방향 전환을 자유롭게 할 수 있게 하는 나만의 버팀목은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