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JW NOTE입니다. 창밖의 바람이 부쩍 차가워진 것을 보니 어느덧 한 해의 끝자락에 와 있음을 실감합니다. 'HR의 시작'부터 '유대'까지 열띤 마음으로 적어 내려온 이 연재도 이제 막바지를 향해 가고 있네요.
요즘 HR 현장은 어느 때보다 활기찬 변화의 숨결로 가득합니다. 어딜 가나 AI와 데이터, 디지털 전환(DX)이라는 새로운 가능성들을 이야기하죠. 이러한 변화의 물결이 반가우면서도, 저는 이 화려한 단어들이 쏟아질수록 우리가 앞서 이야기했던 '기본'과 '관계'의 가치가 더 선명해짐을 느낍니다. 변화의 파도가 높을수록 배의 중심을 잡는 '평형수'가 중요하듯, 기술이 앞서갈수록 HR은 사람의 마음을 읽는 일에 더 집요해져야 하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이 변화라는 파도 속에서 우리가 무엇을 지향해야 하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기술을 어떻게 '온기'로 바꿀 수 있을지에 대해 3가지로 구분해 이야기 해보려 합니다.
우리는 흔히 기대에 못 미치는 성과를 내는 동료를 만날 때 ‘역량 저조자’라는 차가운 이름표를 떠올리곤 합니다. 하지만 발전된 HR의 시선에서 데이터는 사람을 판단하는 잣대가 아니라, 구성원이 보내는 소리 없는 구조 신호를 읽어내는 청진기가 되어야 합니다.
과거에는 감으로만 짐작했던 슬럼프를, 이제는 데이터라는 렌즈를 통해 조금 더 일찍 발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늘 활발하게 소통하던 동료의 협업 빈도가 급격히 줄어들거나 마감 기한을 아슬아슬하게 맞추기 시작하는 신호들 말이죠. 이때 HR은 "성과가 왜 낮나요?"라고 묻기보다, "요즘 이 구간에서 어려움을 겪는 신호가 보이는데, 제가 도울 일이 있을까요?"라고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합니다. 데이터 덕분에 우리는 비난이 아닌 '도움'의 근거를 얻게 된 셈입니다.
혁신적인 조직일수록 모든 구성원이 똑같은 속도로 뛰기를 강요하지 않습니다. 연재 1편에서 이야기했듯, 우리는 모두 '다름'을 가진 존재니까요.
조직에는 유독 적응이 빠른 사람도 있지만, 깊게 뿌리를 내리기까지 긴 겨울을 견뎌야 하는 ‘슬로우 스타터(Slow Starter)’도 있습니다. 발전된 HR 시스템의 역할은 이들을 낙오시키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계절에 맞게 토양을 다져주는 일입니다. 기술은 그 개인의 성장 곡선을 정교하게 그려줌으로써 리더가 인내심을 가질 수 있도록 돕는 도구가 되어야 합니다. 조직의 속도에 사람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가능성이 꽃피울 수 있도록 조직의 환경을 유연하게 가공하는 일, 그것이 제가 믿는 HR의 진화입니다.
가장 중요한 지향점은 역설적으로 '기술이 닿지 않는 곳'에 있습니다. 시스템이 반복적인 서류 작업을 대신해주고, AI가 채용 서류를 검토해 주는 혁신의 진짜 목적은 무엇일까요?
저는 그 덕분에 벌어들인 '여유 시간'에 주목합니다. 서류와 씨름하던 시간을 줄여, 힘들어하는 동료와 커피 한 잔을 더 마시는 것. 모니터 속 숫자 대신 내 앞에 앉은 사람의 눈동자를 한 번 더 살피는 것. 이것이 HR이 진화하는 궁극적인 이유입니다. 아무리 정교한 알고리즘도 동료의 떨리는 목소리 속에 담긴 고민까지는 읽어낼 수 없기 때문입니다. 기술은 우리를 편리하게 만들지만, 우리를 다시 움직이게 하는 건 결국 옆 사람의 따뜻한 이해와 격려입니다.
연재의 막바지에서 한 해를 돌아보니, 이곳에서 제가 여러분과 나눈 이야기들은 결국 하나의 원을 그리며 이어지고 있음을 느낍니다. 시작은 '다름'이었고, 과정은 '유대'였으며, 그 지향점은 다시 '사람'이라는 것 입니다.
세상은 끊임없이 변하고 더 스마트 해지겠지만, HR의 본질은 변하지 않습니다. 길을 잃을 것 같은 변화의 순간마다 우리가 바라봐야 할 나침반은 언제나 우리 곁의 동료입니다. 올 한 해, 변화무쌍한 현장에서 사람과 조직 사이의 가교 역할을 하느라 애쓰신 모든 분께 격려를 전하고 싶습니다. 본질을 지키며 변화를 수용하는 그 고단한 과정이 결국 우리 조직을 건강하게 만드는 뿌리가 되었을 것이라 믿습니다.
이제 다음 편에서는 잠시 숨을 고르며, 조금 더 생생한 현장의 땀방울이 섞인 실무 이야기로 찾아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