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저는 회사에 집중하는 스타일이라 재테크는 관심 없고, 예금만 하고 있어요.’
‘직업에는 귀천이 없어요.’
‘땀 흘리며 번 돈은 불로소득보다 더 가치 있어요.’
여러분도 종종 들어보셨을 겁니다. 아니면 이미 이렇게 말하고 계실 수도 있고요. 혹은 저런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고 굳게 믿고 계실 수도 있습니다.
미국의 1970년부터 지금까지의 가구 소득 중앙값과 평균 집 값의 비교를 보시죠.
그리고 평균 집 값과 S&P 500을 비교한 그래프를 봐주세요. 무슨 생각이 드시나요?
더러운 자본주의 세상! 백날 일해봐야 뭐 하나 자산 물려받은 놈이 최고다! 있는 놈에게 세금 더 걷어라!
충분히 그렇게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틀렸다고 부정하진 않겠습니다.
우리는 흔히 이런 격차를 보며 '세상이 잘못되었다'고 분노하거나, '과거가 좋았다'고 회상합니다. 하지만 냉정하게 인정해야 합니다. 세상의 오류가 발생한 것이 아니라, 게임의 룰입니다.
대신, 관점을 이렇게 바꿔보면 어떨까요?
‘근로소득을 꾸준히 가치 있는 자산으로 바꿔야겠구나’
‘비록 내 월급은 보잘것없더라도 20년, 30년 복리로 누적되는 투자를 해야겠구나’
당연한 이치이지만 흔한 건 싸고, 귀한 건 비싸기 마련입니다. 내 직업에 자부심을 갖고 일해야겠지만 동시에 그 일이 대체 가능한지, 어떤 가치를 창출하고 있는지 끊임없이 고민해야 하는 세상입니다.
냉정하게 들리겠지만 인류가 존재한 이래 세상은 항상 그래왔습니다.
제레미 리프킨의 영향을 받은 혹자는 인류를 세 가지로 정의하기도 합니다.
- 0.1% (창의적 인간): 예술가, 과학자, 기업가.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출하는 소수
- 0.9% (통찰력 있는 인간): 창의적 0.1%를 알아보고 협력하며 문명을 이끄는 안목 있는 소수
- 99% (잉여 인간): 어느 순간 변해있는 세상에 감탄하거나 따라가는 다수
100만 년 전 어떤 호모 에렉투스가 불을 발견하기 전까지 인류는 수백만 년을 어둠과 추위에 노출되었습니다. 그로부터 백만 년 동안 누군가에 의해 농경 시대로 접어들기 전까지는 떠돌이가 일상이었습니다. 산업혁명, 자동차의 발명, 인터넷의 발명은 어땠습니까? 이 또한 극소수의 괴짜와 이를 믿고 따르는 참모진과 자본가가 세상을 바꿔왔습니다.
저 0.1% 비율대로라면 제 고등학교 동급생이 300명이니 인근 세 개 고등학교를 통틀어 한 명만 창의적인 인간이겠네요. 단언컨대 저는 잉여인간입니다. 다만 통찰력 있는 잉여인간이 되기 위해 노력할 뿐이죠.
위의 S&P500 그래프를 다시 보시죠. 최근 10년간 연평균 15%, 30년으로 넓게 봐도 연평균 10%의 어마어마한 퍼포먼스를 보여준 미국 최고의 기업 500개의 주가 상승이 평범한 중산층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을까요?
미국은 401(k)라는 퇴직연금 제도를 운영합니다. 근로자가 일부러 선택하지 않는 한 퇴직연금은 자동으로 주식 비중이 높은 펀드에 차곡차곡 돈을 쌓습니다. 중간 정산에 페널티를 물려 우리나라처럼 주택 구입, 퇴직 등을 사유로 중간에 해지하는 경우도 드물고요. 은퇴하니 401(k)로 백만장자가 된 케이스가 아주 흔한 이유입니다.
우리나라는 어떤가요? 내 퇴직연금이 어떻게 운용되고 있는지 모르는 사람이 태반일 겁니다. 이전 직장의 경험에 비춰보면 퇴직연금을 DB형에서 DC형으로 바꿀 수 있게 제도가 바뀌었는데 실제 수행한 사람은 손에 꼽습니다. 여기서 DB, DC가 무엇인지 설명하진 않겠습니다. 대신, 아래 표로 ‘꾸준히’ ‘우상향’하는 복리의 힘으로 대신하겠습니다.
단돈 1천만 원을 투자했을 때 수익률에 따른 기간별 변화입니다. 80살에 4억과 150억의 차이는 지금 내 선택에 따라 달라집니다.
지금까지 구구절절 천박한 돈에 대해서 얘기했는데요. 저는 이번 정부에 다음과 같은 정책을 제안합니다.
중고등학교 필수 과정으로 ‘자본주의의 발전 과정’, ‘기업가 정신’을 포함시켜 주십시오.
예를 들면 이런 커리큘럼이 되어야겠죠.
[자본주의에 대하여]
[기업가정신, Entreprenuership]
노파심에 얘기하면 물질만능주의, 황금주의를 지향하자는 게 아닙니다. 오히려 정반대입니다. 돈을 밝히면 천한 것이라는 유교사상 탓에 겉으로 내색은 못하고, 속으로는 그 누구보다 가진 자를 부러워하는 이중적이고 모순된 태도를 고쳐야 합니다. 경마장, 카지노부터 요새는 10배 레버리지 코인까지 일확천금을 노리는 건 국민성이나 기질 때문이 아닙니다. 자본의 발전과정, 쓰임새, 무서움, 능력을 못 배웠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부모님들이 아이들에게 돈 이야기를 꺼내기를 주저합니다. 돈을 밝히는 것을 천박하다고 여기거나, 순수함을 해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돈은 그저 가치중립적인 도구일 뿐입니다. 돈은 우리의 사정을 봐주지 않고, 옳고 그름을 단정하지도 않습니다. 그저 자본의 논리에 따라, 가장 효율적인 곳으로 냉정하게 흐를 뿐입니다.
칼은 요리사의 손에 들리면 맛있는 음식을 만드는 도구가 되지만, 강도의 손에 들리면 흉기가 됩니다. 칼 자체가 악한 것이 아닙니다. 다루는 법을 모르는 것이 위험한 것입니다. 돈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아이들에게 가르쳐야 할 것은 돈에 대한 탐욕이 아니라, 이 냉정한 도구를 다루는 '기술'과 그 위에 올라탈 수 있는 '통찰'입니다."
부모가 쉬쉬해봤자 이미 초등학생들끼리 아파트 브랜드, 평수, 자가 여부를 묻는 세상입니다. 물질적인 가치에 노출되는 걸 피할 수 없습니다. 차라리 아이들에게 자본이란 무엇인지, 어떤 힘을 가졌는지, 어떻게 창출되고 순환하는지를 처절하고 솔직하게 가르쳐줘야 합니다. 그게 곧 ‘돈’을 건강하게 바라보는 세상을 만드는 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