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중충한 아침.
커튼을 들어 밖을 내다보니
싸늘한 바람과 함께 토독토독 비가 시작된다.
어미의 염려한 가득.
간편하게 차키들고 나가
오분 거리 학교 데려가 주고 싶건만.
비오는 날에도
아이들은 헬멧을 머리에 꾹 눌러 쓰고
물방울 도르르 떨어지는 고무 비옷에
노랑색 형광 조끼를 걸치고
자기 몸집보다 훨씬 큰 책가방을 어깨에 들쳐 멘다.
매일 아침의 일상과 똑같은 날.
집앞 친구를 만난 아이들은 신나게 페달을 밟아나간다.
오늘도 학교에서는 자전거로 동네 체육관을 간다지.
이 비오는 날 대체 자전거가 말이나 될까 싶다가
옆집 줄줄이 형광 삼형제의 자전거 행렬을 보니
와, 이 정도면 뭘해도 살아남지 않을까 위안을 삼는다.
아침을 정리하고 바쁜하루를 시작하기 무섭게
멀어진 아이들 뒤꽁무니에 길게 붙은
염려 한 줄기
다시 따라오는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