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정우 Jun 23. 2024

기업분석의 한계, 시작과 끝

2024년 5월 5번째

[아래는 제가 발행하는 뉴스레터인 Balanced의 내용입니다. 매주 월요일날 오전에 발송한 이후 3주 늦게 브런치에 올립니다. 구독을 원하시는 분은 다음주소로 오시면 됩니다 https://balanced.stibee.com/]

이제 제가 뉴스레터를 발송한지도 약 3개월 가량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뉴스레터를 시작하자고 마음먹었던 순간부터 계정을 만들고 글을 쓰게 된지도 3개월 정도 지난것을 생각하면 실질적으로는 6개월 정도 고민을 한 것입니다. 저는 왜 이렇게 고민을 하면서 뉴스레터를 시작했을까요


고민의 시작: 비즈니스 분석의 한계


저를 아는 분들은 대부분 책, 혹은 페이스북에 제가 쓰는 글을 통해서 저의 생각을 알게 되신 분들이 많습니다. 제가 브런치나 다른 미디어에는 글을 자주 쓰지 않았고, 오로지 페이스북과 2년마다 한번씩 발간되는 책을 통해서만 글을 썻기 때문입니다. (생각해보니 아웃스탠딩에는 꾸준히 쓴것 같네요)


첫 책을 발간하고 우연히 계속 글을 쓰게 될 수 있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많은 분들에게 환호를 받게 되었던것은 재무제표 분석에 대한 글이었습니다. 대상은 당연히 스타트업이었습니다. 제가 잘 아는 업종에, 아는 기업의 스타일, 그리고 재무제표에 대한 간단한 분석까지 더해지니 갑자기 큰 호응을 얻게 된것이죠.


하지만, 이런 호응과는 반대로 저는 마음이 갑갑해졌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하는 분석이 그다지 맘에 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사실 제가 글을 쓰는 재무제표에 대한 분석글은 회계사들에게는 일부는 당연한 내용일수도 있습니다. 고객의 회사에 처음나가면 재무제표를 보고 대략적인 분석들을 하며 (이 과정을 분석적 검토라고 합니다.) 여기에서 산출된 내용을 통해서 추가적인 분석을 진행하고 일을 시작하게 됩니다. 물론 저의 글을 이것만 적혀있는것은 아닙니다. 저의 과거 경험을 통해서 알게된 인사이트들과 노하우들을 모아서 같이 분석에 적용하기 때문이죠. 회계사들마다 모두 경험의 차이가 있기 때문에 분석에 대한 깊이는 당연히 차이가 있습니다.


제가 하는 분석이 의미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 기업에 대해서 제가 모든것을 안다는것처럼 말하는 스스로의 글이 조금은 부끄러웠습니다. 여기에는 또 몇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제가 회계법인에서 아모레퍼시픽그룹(당시 태평양)에 입사하여 회사에 대해서 알아가고 있을 때쯤 과거 하버드비즈니스리뷰(이하 HBR)에서 교수님이 아모레의 해외사업을 분석한 아티클을 보게되었습니다. 당시 아모레는 프랑스법인을 중심으로 향수 사업을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HBR에서 분석한 내용들을 토대로 매우 찬양하는 스타일의 분석내용이 나왔는데, 제가 파악하고 있는 회사 내용과 전혀 달랐습니다. 방향도, 내용도 말이죠. 그냥 PR기사 수준으로 달랐습니다. 외부인이 그럴수 있다고 말할수 있지만, 발행인이 무려 HBR이기 떄문에 저는 적지않은 충격을 받았습니다. 


첫번째, 이렇게 아무것도 모르는데 정말 뻔뻔하게 아티클을 쓸 수 있는 용기에 충격을 받았습니다. 두번쨰, 어차피 외부인이 할 수 밖에 없는 한계를 스스로 느낄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사건 이후 제가 외부의 회사에 대해서 함부로 안다고 말하는 것을 매우 부끄럽게 여기게 되었습니다. 아는것만 말해야겠다는 생각이 마음속에 가득차 있었죠. 


그런 상황에서 제가 타인의 회사를 재무제표 만으로 분석해야되는 상황이 되니 저는 늘어가는 조회수만큼 적지않은 부담을 느꼇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저는 제가 모르는 것은 말하지 않는다라는 원칙을 가지고 있기 떄문에 마치 모든것을 아는것처럼 이야기해야 하는 상황에 전혀 어울리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 회사분석에 대한 내용들을 차츰 줄여왔으며, 제가 말한 내용이 틀릴 수도 있다는 내용을 계속 반복해서 말씀드려 왔습니다. 혹시나 모르게 생길 수 있는 피해자가 있을 수도 있으며, 제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검증절차 때문입니다. 


결론: 숫자와 내러티브, 그리고 인사이트 


그래서 회사도 분석하고, 생각도 나열하고, 주위 환경도 분석하면서 어떤식으로 기업을 바라보고 글로 전달해야할지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한동안은 아예 회사 이야기는 하지 않고 영화이야기만 하기도 했습니다. (당연히 반응은 싸늘했습니다) 이런 저런 시행착오를 거쳐, 결국 회사 이야기로 돌아왔지만, 저는 몇가지 깨달음을 가지고 다시 왔습니다. 


무한의 확신은 가지지 않되, 트렌드를 읽고 알아낸 인사이트를 공유하자.


특정 기업이 어떤지는 제가 정확히 모릅니다. 재무제표를 봐도 몰라요. 저 뿐만 아니라 숫자만 보고 기업을 확실히 안다고 말하는 사람은 주의하세요. 회사를 인수할때 몇주씩 실사를 괜히 하는게 아닙니다. 공시된 재무제표로 모두 알수 있다면 상세실사를 할 필요가 없지 않을까요? 가장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은 스스로의 한계를 알고 있는 사람입니다.


대신 하나의 기업에 대해서 모두 알지는 못하지만, 저는 전체적인 트렌드를 읽을 수 있습니다. 기업들을 많이 만나고 특히 대표들과 이야기를 많이 하기 때문이죠. 그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떻게 사업을 해왔으며, 어떤 위기를 겪어왔는지를 많이 듣기 때문입니다. 의외로 기업들은 산업별로 비슷한 길을 갑니다. 다를것 같지만, 비슷하고, 비슷할것 같지만, 다른것이 기업입니다. 


저의 장점은 단순히 재무제표를 파악해서 비율을 분석하고 나누는것이 아닙니다. 많이 만난 기업들의 생각을 통해서 현재와 미래를 읽고, 그것이 어떻게 재무제표에 반영되고 있는지를 부가적인 지표로 파악하는게 저의 장점인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재무제표는 단순한 숫자로 읽으면 안됩니다. 숫자뒤에 놓여있는 인사이트를 읽을 수 있어야 나의 상황을 개선할 수 있습니다. 


만약 제가 쓴 기업분석의 내용을 읽어보신다면 제가 깔아놓은 밑밥과 인사이트에 집중해서 봐주시면 좋을것 같습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비율분석과, 틀릴 수 있는 속살같은 세부사항뿐만 아니라 전체적인 인사이트를 얻어가시면 좋을것 같습니다. 


그래서, 왜 뉴스레터를 쓰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는데?


이런 분석의 내용들을 페이스북에 쓰는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에 많은 시간을 고민했습니다. 굳이 뉴스레터를 해서 내가 얻는것이 무엇이고, 이걸 꾸준히 할 수 있을지에 대한 확신도 부족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석달정도 하고나니 알것 같습니다.


페북과 같은 짧게 글을 써야하는곳에서는 얻을 수 없는 쾌감을 말이죠. 저는 길게 설명하는것을 좋아합니다. 짧은 글에는 오해가 생기고, 비유를 만들수 없으며, 증발성이 강하기 때문입니다. 상대방과 대화하듯, 긴 글을 호흡을 가지면서 쓸수 있는 매체가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에 뉴스레터를 시작했고, 아직까지는 스스로에게 만족하고 있습니다. 


구독자가 많지 않아도 저를 찾아주시고, 이야기를 들어주시는 분들과의 공간이 필요했으니까요. 유튜브는 혼자서 몇번 찍었다가 지웠다가 하고 있습니다. 제 성격상 몇개월간 더 고민하다가 만들어질것 같기도 하니 천천히 기다려주세요. 꼭 하길 할겁니다:)

작가의 이전글 효율성은 행복을 창조할 수 있을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