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된다는 것
희미하게 기억에 남은 톰 행크스가 나오던 영화 '빅'
어른의 손과 발을 가지고 13살의 세상을 사는 그거.
요즘의 내 모습과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서른여섯. 올해의 슬로건은 '삼육 시발'이라는 내 슬로건에 피식 웃어주며 소맥잔을 부딪히는 모임 멤버들의 반응 또한 다르지 않다. 어렸을 때처럼 먹지도 않았는데 벌써 배가 부르다며 열 받아하는 1인, 엄마 통해 선자리가 들어와서 상대 나이를 묻다가 마흔이라는 말에 소리 지르다 급 '그래 봤자 네 살 차이'라는 자각에 반성했다는 1인. 15~6년을 봐오는 이들도, 그들에게 비쳐지는 나도 우리는 비슷한 그때 그 존재들.
시간이 휙휙 날아가버려 달라진 점이라고는 우리의 한정적이었던 고민거리, 예를 들어 중간고사와 기말고사 / 학기초의 선한인상을 빠개버리는 PT전 조원의 잠적과 비협조 / CC와 술꼬장 / 이성친구와 썸과 같은 것들이 전세자금 대출과 친구에게 떼인 돈 / 결혼 / 늘어가는 나잇살과 외로움 등으로 변화되었다는 것. 쌈짓돈 계산해가며 소주잔을 나누던 것에서 조금 여유롭게 마실 수 있게 되었다는 정도.
풍선과도 같다. 어른이 된다는 것.
밖의 시선은 큰 사람으로 보는데
내 안은 공기만이 가득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