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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라 구름 기린 Sep 16.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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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한다는 것

-  4~5년 전쯤의 일기를 꺼내보다


1년 8개월

마트에서 빨간색 유니폼을 입고 카트를 끌던

나의 고단했던 취준생 시절에.


선배 윤여사가 무슨 말을 해줬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그저 같이 밥을 먹어주고 계산을 해주었고

차 한잔을 쥐어준 채 사무실로 돌아가는 식으로

그녀가 함께 해주었다는 사실만을 기억한다.


악몽을 꾸고. 잠을 못 잔다는

윤여사는 마지막 직장을 관둔 지

2년이 되어간다.


'그때 이랬으면 어땠을까.

저랬으면 어땠을까.'로

그녀가 자신을 물어뜯기 시작할 즈음.


"그건 의미 없다"로 잘라주고.

조용히 그녀 단골 사장님께

찻값과 포장시킨 몇 천 원의

원두값을 계산한다.


내가 평가하지 않아도

온전히 그녀 자신이 지고 가야 할

고단한 삶인데.


힘내라. 다 그런 거다. 

너 미련하다. 현명하다.

덧 붙이고 싶잖다.


그냥. 깩깩거리고

안 하는 드립 치다 해 왔던 대로

노인공경 없이 막 대해 드리고.

밥 멕여 귀가시켜드린다.


때 되면. 무엇이든 결론지어지겠지.


그 답을 지고 갈 때를 위해.

차 마시고, 밥 같이 먹고.


그녀 미래에 빛이 비칠 수도.

그리 아니할 수도 있다는 것.

우리는 펼쳐질 길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른다.


다만, 때가 되면.

좋든 싫든 살기 위해 짊어져야 할 뿐.

그게 삶의 많은 부분인걸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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