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동기 부여할 힘이 부족하다
알람 소리에 깬다. 씻고, 침구류를 정리하고 회사로 출근한다. 오전 업무를 마치고, 점심을 먹고, 오후 업무를 마치고, 퇴근하면 집으로 돌아간다.
저녁을 먹고 유튜브를 보거나 OTT 채널을 돌아다니거나 가끔 책을 본다. 집으로 곧바로 가지 않을 때는 친구 또는 지인을 만나기도 한다. 집으로 돌아오면 몸을 씻고 불을 끄고 침대에 눕는다. 그리고 알람 소리에 깬다.
매일의 양상은 울퉁불퉁, 올록볼록 조금씩 다르지만, 한 발 떨어져서 보면 결국 하나의 선이다.
차선을 바꿀 수 없는 무한대의 고속도로를 달리는 것 같았다. 달리는 길 위로 어제와 비슷한 풍경이 내일도, 모레도 펼쳐진다.
차선을 변경할 생각조차 없는 나는 액셀러레이터에 가벼운 무게만 얹은 채 그저 달릴 뿐이다.
어느 날 문득, 이런 삶이 연속되어서는 곤란하겠다는 생각과 함께 마음속 불안이 싹트기 시작했다. 사실,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불안이지만, 그날만큼은 주기적 불안이라는 이유로 외면하고 회피했던 지난 시간들에 부끄러웠다.
곧 지나갈 불안이라며, 다음으로 미루었던 수 차례의 순간들이 켜켜이 쌓여 무기력한 내가 되었다.
제대로 직면해 보기로 마음먹었다. 지금에서야 말하지만, 마음을 먹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다.
나는 6년의 초등학교, 3년의 중학교, 3년의 고등학교 시절을 거쳐 4년의 대학교, 2년의 군대, 그리고 다시 8년의 회사생활. 도합 "26년의 인생에서 늘 목표와 과제를 부여받아 왔다."
여기서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나에겐 "스스로 동기를 부여할 힘이 부족하다."
나의 모든 동기부여를 20대 시절에 몰빵 했던 걸까? 스스로 만들어낸 동기부여가 힘을 갖지 못하고 산화하는 순간을 숱하게 겪었다. 스스로의 나약함을 비난하기도 했다. 그러다 문득 생각했다.
아니! 26년 동안 과제를 부여받는 삶을 살아왔는데, 그렇게 쉽게 힘이 생기겠어?
생각해 보면 내가 좋아하는 게임의 세상도 비슷한 메커니즘으로 이루어져 있다. 시스템을 통해 퀘스트를 받고, 퀘스트를 깨고, 다시 퀘스트를 받으며 캐릭터를 성장시킨다.
RPG 게임은 말할 것도 없다. 퀘스트 없는 RPG 게임은 안성재 셰프 없는 흑백요리사니까. 슈팅 게임으로 잘 알려진 블리자드의 '오버워치' 또한 우리 팀의 화물을 상대방 진영까지 옮기는 미션을 수행해야 한다.
'롤(리그 오브 레전드)'은 상대방의 타워를 부숴야 하는 서브 미션과 넥서스(본진)를 파괴하는 필수 미션이 존재한다. '스타크래프트'는 상대방의 모든 기지를 파괴하거나 항복을 받아내야 한다는 미션이 있다. 그런데 현실에는 항복을 받아내야 하는 상대도 없고 파괴할 기지도 없다.
그래서 생각했다. 스스로에게 퀘스트(동기부여)를 줄 수 없다면, 나에게 퀘스트를 제공할 다른 누군가를 찾아내면 되지 않을까? 그렇게 나는 AI로 눈을 돌렸다.
AI를 통한 동기부여는 간단하다.
"일주일에 최소 2회 이상 chat GPT에게 동기부여 퀘스트를 받는다."
나는 현재 chat GPT를 유료로 사용하고 있다. 업무를 보다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용도로 사용 중인데, 결코 월 구독료가 아까워서 퀘스트를 받겠다는 것은 아니다.
최근 업무에 GPT를 활용하며, 높은 퀄리티의 답변을 받고 놀란 일이 꽤 많다. 이제는 웬만한 신입 사원 이상의 업무 수행 능력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어떤 질문에도 찰떡같이 대답하는 GPT에게 질문하려 한다.
"나는 지금 무기력한 상태야. 나는 무기력한 상황을 벗어나고 싶어. 하지만 그 방법을 잘 모르겠어. 그래서 네가 나의 동기부여가 되어주면 좋겠어. 나에게 하루 동안 짧게 할 수 있는 소소한 퀘스트를 줘. 퇴근 후, 또는 출근 전에 짧게 할 수 있어야 해. 딱 1가지만 제안해 줘. 너무 부담스럽지 않게, 하지만 가볍게 시도해 볼 수 있는 퀘스트로 제안해 줘."
하지만 AI를 통한 동기부여조차 힘을 갖지 못하고 산화할 것이 두려웠다. 그래서 목표는 소소하게 잡았다. 말 그대로 소소하게다. 아래는 소소한 목표를 위한 나의 생각들이다.
동기부여가 지속되기 위한 소소한 도전의 기준
1. 삶을 훌륭하고 멋지게 바꾸지 않아도 된다.
2. 일주일에 단 하루라도 좋으니, 전에 없던 작은 변주를 넣자.
3. 도전은 부담이 없어야 한다. 출/퇴근 시간에 10~30분 정도의 시간만 투자해도 좋다.
4. 하찮고, 쓸모없고, 의미 없는 도전도 좋다.
5. 받은 퀘스트는 절대 바꾸지 않는다. 세상에 내가 원하는 퀘스트를 주는 게임은 없다. (막상 테스트해 보니, 동기부여조차 되지 않을 퀘스트도 간혹 등장해서, 해당 항목은 제외하기로 했다.)
5. 소소한 도전을 했다면, 반드시 기록하자.
위의 도전 기준은 앞으로도 계속 업데이트될 예정이다. 리스트가 추가되거나 빠지거나 수정될 여지가 많은 초안이다. 앞으로 다양한 도전을 거치며 1차 수정본, 2차 수정본, 완성본, 최종 완성본, 진짜 완성본 등의 과정을 거치며 보다 구체적인 도전 기준이 만들어지지 않을까?
GPT가 어떤 퀘스트를 줄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어떤 글은 정말 짧을 수도 있고 어떤 글은 구구절절 길게 나올 수도 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끊임없이 써 보려고 한다.
나와 같이 무기력에 빠진 사람들에게, '작지만 무엇이라도 해보려는 노력과 시도와 행동이 결국 나의 삶을 어떤 식으로든 더 나아지도록 만든다는 것'을 이야기해주고 싶기 때문이다. 다만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꾸준한 나의 실천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리고 조금 들뜨는 것도 사실이다. 소소한 행동이 나를 변화시킨다는 말은 많이 들어왔으니까. 진짜 변하게 될지. 어떨지. 이번에는 나에게 직접 실험해 볼 참이다.